인도네시아의 두 지역 관리가 기독교 교회 건축을 금지하라는 이슬람 단체들의 요구에 동참해 인권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지역 매체인 데틱에 따르면 자와섬 최서단에 위치한 반텐주는 9월 초, 헬디 아구스티안 킬레곤(Cligon) 시장과 사누지 펜타마르타 부시장이 그로골 지구에 교회 건설을 금지하는 청원서에 서명해 주정부의 종교자유 간섭 논란을 촉발시켰다.
킬레곤 시장과 부시장은 이슬람 학자들의 최고 기구인 인도네시아울레마평의회(MUI)의 킬레곤 지부 회원들이 참여한 시위가 벌어지자 마라나타교회(Maranatha Church) 건립에 반대하는 청원에 서명했다. 이 교회는 후리아 바탁기독개신교회(HKBP)에 가입돼 있다.
인도네시아교회협의회(CCI)의 대변인인 제리 수맘포 목사는 성명에서 “이 사건은 모든 시민이 특정 종교를 고수하고 그들 자신의 종교에 따라 자유롭게 예배하도록 보장하는 1945년 헌법을 해친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에 본부를 둔 마리프문화인류연구소(이하 MAARIF)의 압둘 로힘 가잘리 전무이사는 같은 날 성명에서 “킬레곤 시장과 부시장이 교회 반대에 개입한 것은 인도네시아의 종교와 신념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했다.
중앙 자카르타에 위치한 관용 및 비폭력 장려 비영리단체인 와히드재단(Wahid Foundation)도 “정부 관료가 헌법을 준수해야 하며 대중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 옹호 단체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예배당을 짓기 위한 허가 조건이 까다로워 기독교와 타 종교 시설을 건축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C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일반적인 건축 허가는 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4단계의 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교회의 건축 허가 신청은 종교적 반대가 없더라도, 고위 관료의 지원 없이는 수십 년이 걸린다.
하지 야쿠트 천릴 쿠마스 인도네시아 종교부 장관이 분쟁 당사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아구스티안 시장은 “마라나타 교회가 낮은 단계의 건축 허가 요건은 충족시켰지만 킬레곤시의 요건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쿠마스 장관은 이 자리에 참석한 HKBP 소속 교회 지도자들에게 “헌법상의 종교적 자유가 보장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는 아구스티안 시장의 말에 동의하며 “진짜 문제는 시가 아닌 강경한 (하급) 지방 행정부에 있다”라며 책임을 전가했다고 아시아뉴스는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기독교 박해 감시 기구인 오픈도어스(Open Doors)가 꼽은 2022년 최악의 기독교 박해 순위(WWL) 중 28위를 차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회는 보수적인 이슬람 노선을 채택하고 있으며 전도활동을 벌이는 교회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서자바나 아체주와 같은 특정 지역은 극단주의 단체가 강하며 사회와 정치에 강력한 영향을 행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회 단체들이 건축 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원에서 승소하는 등) 모든 법적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지방 당국은 여전히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