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교체 오래 걸리면 안 좋아, 6개월 내 안정적
스펙과 이력으로 목회? 이력서 내용 목회 시엔 별로
목회자, 명예로운 완주자와 승리자로 유종의 미를
미래목회포럼(대표 이상대 목사) 제18-6차 조찬 포럼이 '한국교회 목회 리더십 승계 방향 제시'라는 주제로 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대표 이상대 목사(서광성결교회)는 "한국교회 최대 과제 중 하나는 바른 목회 리더십 승계에 있다. 그래서 승계를 성공적으로 마친 조봉희 목사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내부의 도전을 받고 있는 한국교회는 성장 목회에서 성숙 목회로 가야 한다. 성숙한 교회의 힘을 세상과 나눠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상대 목사는 "교회의 크기보다 복음의 영향력을 나누는 힘의 크기가 중요하다. 성도들이 주로 교회 안에서 신앙을 표현했다면, 이제 교회 밖에서 더 많은 일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교회의 선교 대상은 세상임이 재조명돼야 한다. 이러한 광의적 담론을 위해서도 리더십의 성공적 승계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에는 목동 서울지구촌교회에서 리더십 승계를 마친 조봉희 목사가 나섰다. '리더십에서 로드십으로'라는 제목으로 그는 "목회의 진정한 성공과 승리는 리더십 승계에 달려 있다"며 "승계자와 계승자 모두 '계주 경기(Relay Race)'에서 공동 승리자가 돼야 한다. 배턴을 잘 넘겨주고, 잘 넘겨받아야 한다. 오래 걸리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따라서 리더십 교체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너무 일찍 시작하는 것도 부작용이 크다"며 "일반적으로 6개월 이내가 가장 안정적이다. 온누리교회는 하용조 목사님 소천 후 한 달 만에 깔끔하게 이재훈 목사로 승계를 마무리했는데, 매우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조봉희 목사는 "사전준비는 많이 하되, 승계는 산뜻하게 할수록 좋다. '잴 때는 두 번 재고, 자를 때는 단번에 하라'는 격언도 있다"며 "개척도 힘들지만, 후임자로 들어가서 힘차게 목회를 이끄시는 분들은 정말 존경받아야 한다. 완전히 다른 문화에서 모든 것을 수용하면서 건강하게 이끌어 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조 목사는 "훌륭한 리더십 승계를 이룬 교회일수록 강력한 교회로 부흥하고 비상한다"며 "리더십 승계는 새 생명을 살아가게 하는 심장이식수술이나 나무를 새로운 화분에 이식하는 것으로 비유한다. 새로운 화분에 이식한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리더십 승계 과정에서는 두 가지 기본 전제가 중요하다. 어떤 목사를 청빙해야 하는가(프로젝트)와 함께, 어떻게 청빙해야 하는가(프로세스)"라며 "프로젝트 이전에 프로세스를 잘 진행해야 한다. 적합한 계획과 준비과정을 잘한 교회일수록, 큰 동요 없이 리더십 승계를 이룬다"고 이야기했다.
▲조봉희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조봉희 목사는 "원론적으로 목사는 채용이 아니라, 청빙이어야 한다.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하듯 하면 안 되고, 잘 모셔와야 한다"며 "그러나 다른 교회 현직 담임목사들의 이력서를 받아선 안 된다. 자신이 맡은 교회를 버리고, 더 나은 교회로 옮기려고 서류를 제출하며 지원하는 목회자는 건강하지 못하다. 그리고 사실상 특정인을 내정해 놓고 청빙 광고를 내는 것은 정말 나쁘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는 "목회자는 스펙과 이력으로 목회하는 것이 아니다. 부임 후에는 이력서 속 내용이 별 필요가 없다. 대신 인격과 신앙(헌신적 영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임자와 후임자 간에는 인간적으로 사이가 좋아야 한다.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 같아야 한다. 신앙적·신학적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후임자에는 내부 계승자와 외부 계승자가 있다. 내부 후임자는 이미 조직의 철학과 문화, 전략에 익숙하게 조율돼 있어, 대부분의 비전 기업들은 내부에서 계승자를 세운다. 반면 외부 승계자는 혁신적 성향"이라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인지 외부인지가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이냐에 있다. 리더십은 사람에 대한 것이기에, 사람됨이 가장 중요하다. 신앙은 나중에도 커갈 수 있지만, 사람됨과 인격은 기초부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종교개혁자들은 리더십에 있어 ①신앙과 도덕적 검증 ②지식과 교양의 검증 ③사회성과 인격 검증 등 3가지 기준이 있었다"며 "이와 함께 성경과 교회사를 통틀어 공통분모를 제시한다면, ①목회은사가 있는 자: 가르치는 은사, 설교 리더십 ②자신을 잘 준비한 자(예: 외국어) ③교인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자: 열린 성품과 감성적 영성 ④오랜 기간 함께 지내오며 검증된 자(눅 6, 행 1:24)"라고 했다.
이를 토대로 5가지 기본 요소를 ①성품(인격) ②성령 ③설교 ④비전 ⑤리더십(실력과 인간관계 역량) 등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전임목사와 신학이 같아야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한다고 전했다.
조 목사는 "청빙 대상자를 교회로 데려와 설교시키지 말고, 현 목회지에 가서 설교를 듣는 것이 좋다"며 "교회는 리더십 승계를 통해 젊어져야 한다. 가급적 젊은 목회자를 청빙하면 좋겠다. 저희 교회도 45세 미만으로 기준을 제시해 젊은 목회자를 청빙했더니, 청빙 투표에 젊은 성도들이 적극 참여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성경에서는 훌륭한 리더십 승계의 표본이 많다. 모세가 그 표본을 보여준다. 모세가 어느 날 갑자기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지정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모세는 여호수아를 새로운 리더로 계승시키려고 만반의 준비를 체계적인 과정을 차분하게 이끌어갔다. 사무엘과 다윗, 엘리야와 엘리사, 세례 요한, 바울과 디모데, 사도 요한과 베드로 등의 리더십 승계 모델, 그리고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리더십을 이양하시는 표본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성경의 모든 사례를 관찰할수록, 차기 리더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승계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물러나는 현직 담임목사를 배제하고 후임자를 선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담임목사보다 교회 현실과 미래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조봉희 목사, 임시영 목사, 이상대 목사. ⓒ이대웅 기자 |
그러나 "헨리 나우웬은 리더십 교체 시기가 다가올수록 '희미해지는 훈련(discipline obscurity)'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물러나는 목사는 이를 기억해야 한다"며 "이는 작아지는 훈련, 약해지는 훈련, 물러가는 훈련 등 3가지이다. 리더들은 최대한 리더십을 발휘하다, 때가 되면 사라져야 한다. 그들이 남긴 재가 그들이 지펴놓은 불을 꺼뜨리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H. G. 웰스)"고 했다.
조 목사는 "은퇴목사는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 작아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리더십의 절정은 강함이 아닌 약함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훌륭한 리더일수록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일부터 성공한다. 전임 목회자는 잊혀져야 하나, 결코 잊혀질 수 없다. 그래서 작아지고 약해지는 내려놓기, 마음 비우기 연습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수님은 제자들을 세우실 때, 산 위에 올라가 기도로 추진하셨다. 사도행전에서는 기도와 성령의 인도하심을 강조한다"며 "복수 추천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나중에도 미묘한 후유증이 나타난다. 철저히 교회 중심이어야 하고, 사견이 앞서면 안 된다.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한다"고 경험을 전했다.
또 "리더십과 멘토링 권위자 R. 클린턴 교수는 책 <유종의 미>에서, 성경 속 1천여 명의 리더들 중 1백 명을 분석해 어떻게 '유종의 미'를 거뒀는지 정리했다"며 "안타까운 것은 30% 미만만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점이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호소한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고 전했다.
조봉희 목사는 "결국 끝까지 하나님과 개인적으로 생생한 관계를 유지한 사람, 예수님을 닮은 성품으로 성숙을 힘쓴 사람이 유종의 미를 거둔다"며 "우리도 명예로운 완주자와 승리자(finishing well winner)로 리더십 승계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우리 모두 리더십 승계를 멋진 성공으로 이끌어, 하나님 나라를 계속 확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리더십(Leadership)을 뛰어넘어 로드십(Lordship)으로"라고 외쳤다.
이후에는 임시영 목사(신수동교회)가 논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