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 제107회 총회 셋째날인 21일 오전, 정치부 보고에서는 총신대 운영이사회를 총신대 사태 이전인 제103회 당시로 복원하자는 헌의안도 등장해 격론이 벌어졌다.
정치부에서는 △총신대 운영이사회를 제103회로 복원하되 △각 노회에서는 10월 임시노회에서 1인씩 운영이사를 선정하고 △선정된 이사들을 총회장이 소집해 11월 15일 이내에 운영이사회 임원과 조직을 구성하며 △총신대 재단이사들은 운영이사회에서 결의해 추천한 자로 교육부에 신청하고 △운영이사회 이사장과 서기는 재단이사회 당연직으로 교육부에 신청해야 한다 등을 결의해 달라고 총대들에게 요청했다.
예장 합동 총회가 총신대 지원 및 감독을 위해 운영이사회를 조직해 활동해 왔으나, 소위 '총신대 사태'로 관선이사 체제가 들어면서 현행 사학법에서 규정하는 재단(법인)이사회와 충돌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자 지난 2019년 제104회 총회에서 표결 끝에 '지나친 정치화'를 이유로 폐지된 바 있다.
해당 안건이 등장하자, 총신대 현재 재단이사인 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는 "현재 재단이사들은 사심 없이 총신을 섬기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사들의 입장이 많이 곡해돼 있다"며 "현재 재단이사는 과도기적 상태인데, 운영이사회를 복원해 구조적 갈등 요소를 또 한 번 양산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운을 뗐다.
류명렬 목사는 "재단이사들이 총회를 위해 정관을 모두 변경했다. 총신대가 총회 산하 목회자를 양성하는 직영신학교가 되는 것이 전국 교회들의 바람임을 알지만, 총회에서 운영이사회를 결의하면 구조적 갈등이 생긴다"며 "이 문제를 임원회에 맡겨, 총신 문제를 임원회가 실행하도록 해주시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류 목사는 "현장에서 (운영이사회 설치를) 결의해도 법적·구조적으로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많고, 총회와 총신의 갈등 구조를 피할 수 없다"며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당연직 이사나 운영이사 복원은 정관에 없다. 정관은 사태 이전으로 이미 복원됐다. 이사 자격도 본 교단 목사/장로 및 여성 지도자로 개정됐다. 개정되지 못한 내용은 이사 수를 15→ 30명으로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순웅 총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
이에 권순웅 총회장이 "대부분의 총대들은 정관이 개정된 것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하자, 류 목사는 "총회 사태 당시 정관은 총회와 아무 관련 없는 사학으로 변질됐으나, 지금은 총회 직할로 개정됐다. 이사 정년도 없었지만 70세로 변경 완료했다"고 답했다.
권순웅 총회장은 "모든 총대는 총신이 총회 직할 신학교로서 본연의 사명을 잘 감당하기를 원하고 있다.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사학법은 재단이사회만 인정하고 있어, 운영이사회를 둘 경우 충돌이 예상되고 소통도 되지 않아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증경총회장 김동권 목사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재단이사회는 총신을 총회와 관계없는 학교로 끌고 가고자 하는 것이다. 방금 발언자는 교육당국에 의한 재단이사 권한만 나열해서 교단과 관계없는 학교로 만들려는 저의가 있다"며 "총신은 각 노회에서 추천한 목회자 훈련을 위탁하는 기관으로, 총회와 관계없는 학교로 존재할 수 없다. 과거 운영이사회가 학교를 키우려고 얼마나 힘썼는가.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몇몇 사람들이 감투 장난한 것을 내세워 운영이사회를 폐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이풍인 목사(개포동교회)는 "2013년부터 총신 신대원에서 신약학 교수로 사역 중이고, 사태 당시 채플 시간에 '이런 정관 변경은 있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가 이후 학교 생활이 쉽지 않았다"며 "운영이사회를 만들자는 분들도 총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으실 것이다. 총신은 우리 교단과 상관없는 학교가 아니라, 저 같은 담임목사가 신대원 가서 가르치는 직영신학교"라고 전했다.
이풍인 목사는 "염려되는 것은 운영이사회 조직을 결정하면, 학교와 충돌할 수 있다. 이사로 섬기는 류 목사님도 이를 잘 설명드렸다"며 "모두 총회와 총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하니, 이 안을 임원회에 맡겨 학교와 잘 조율해 우리 마음도 전달하고 학교 운영에도 그것이 잘 반영되도록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옳다"고 건의했다.
이에 정치부장 강진상 목사(평산교회)는 "지난해에도 총회가 결의했지만, 규칙에 관한 문제가 보완되지 않으면 임원회에 맡겨도 할 수 없다. 규칙 수정 부분이므로 규칙 통과를 위해 본회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며 "총회 직할이란 노회 파송 인사들로 운영되는 GMS 같은 곳이다. 노회 대표자들이 파송돼 구성된 운영이사 중심으로 총신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상 목사는 "재단이사회에 자정 능력이 있는가. 총회의 가장 강력한 힘은 결국 천서 불가 제도밖에 없다"며 "구조적·제도적으로 정화 시스템이 없어선 안 된다. 현 제도로는 학교에 발전기금을 아무리 내도 재단이사가 될 수 없다. 그 자체가 공직 매매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김정훈 목사(부산 새누리교회)도 "정치부 안에 찬성한다. 총신대 운영이사로 오래 섬겼고, 재단이사도 연임해 봤다. 총신 사태 총회 측에서 제기해 승소한 적도 있다"며 "전국 교회가 얼마나 총신을 후원했나. 총신 운영이사회는 복원돼야 한다. 그리고 재단이사회의 신문 공고는 총회 모독이다. 운영이사회의 실수와 잘못이 있지만, 정치 집단으로 몰고 간 것은 사과해야 한다. 서로 존중해야 하는데, 신문을 통해 교회와 운영이사를 모독했다"고 지적했다.
▲총신대 관련 토론 중, 오정호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
이에 부총회장에 당선된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가 발언에 나섰다. 이번 총회에서 처음 발언한다는 오 목사는 "제 혈관 속에는 3대째 총신 사랑의 피가 흐르고 있다. 운영이사로도 10년 이상 봉사했다"며 "총신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사람의 문제다. 누구를 세우느냐에 따라 역사가 달라진다"고 전했다.
오정호 목사는 "정치부 안도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정치부 안대로) 160개 노회에서 1명씩 160명의 운영이사가 나오면, 또 다른 정치판이 된다"며 "이런 의미에서 임원회에 맡겨 달라. 권순웅 총회장님이 총신대 신대원 학생회장 출신이고, 저도 총신 때문에 핍박을 많이 받았다. 총신대가 직영 신학교로 권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임원회에 맡겨 주시면 최선을 다해 현안을 타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권순웅 총회장도 "부총회장님은 총신대 문제에 누구보다 강성이시다. 저도 그에 못지 않아서, 충신이 역적 될 뻔했다"며 "임원회에 맡겨 달라. 운영이사회 존속에 못지 않은 개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총대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 밖에 "권한 근거를 명시하지 않으면, 임원회도 재단이사회의 대화 상대에 그칠 수 있다"며 "방금 총신 재단이사회 측 답변이 대립과 갈등을 이야기하는데, 총신은 총회의 위탁 신학교 아닌가? 총신은 총회 지시를 받아야 한다. 총신대 정관에 '총신은 총회 지시를 받는다'는 규정이 들어가야 한다"는 한 총대의 의견도 있었다.
이후 총회는 헌법오낙자검토연구위원회 보고를 받던 중, 점심시간이 되어 정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