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군주이자 국교회 최고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19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채플(사원)에서 엄수됐다.
영국의 국장 거행은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서거 이후 57년 만이다. 이날 '세기의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족 등 500명을 비롯해 총 2천 명이 참석했다. 런던에는 수백만 명이 장례 행렬을 직접 보기 위해 운집했다.
장례식에 앞서 여왕의 96년 생애를 기리며, 1분에 1회씩 영국 런던의 상징 빅벤(Big Ben) 종이 울렸다. 장례가 진행된 웨스트민스터 채플은 25세의 여왕이 즉위 1년여 만인 1953년 대관식을 치른 장소이며, 1947년 남편 필립공과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운구 중인 관 위에 여왕의 왕관이 놓여 있다. ⓒThe Royal Family |
장례식은 이날 오전 11시 정각부터 시작됐다. 웨스트민스터 채플 데이비드 호일 주임 사제가 장례식을 집전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결혼하고 대관식을 올린 이곳에서 우리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의 긴 생애와 헌신을 추모하고 그를 주님의 자비로운 품속으로 보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였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에서는 캔터베리 대주교가 설교하고,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성경을 봉독했다.
장례식은 오전 11시 55분 영국 전역에서 전국민이 2분간 묵념을 하고, 백파이프로 이제 여왕(Queen)이 아닌, '신이여, 국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King)'로 시작되는 영국 국가가 연주되며 정오 무렵 끝났다.
▲웨스트민스터 채플 장례식 모습. ⓒThe Royal Family |
여왕의 관은 장례 행렬과 함께 웨스트민스터 채플을 떠나 웰링턴 아치까지 약 2km를 행진하며 길가의 시민 수백만 명과 인사했다. 기마대와 군악대가 앞장섰고, 찰스 3세 국왕과 왕실 인사들이 걸어서 뒤따랐다.
이후 여왕의 관은 런던에 작별을 고한 뒤, 40km 떨어진 윈저성으로 떠났다. 영결식은 세인트 조지 교회 예배당에서 진행됐다. 하관 예배는 성공회 주교인 데이비드 코너 윈저 학장과 왕실 일가가 참석한 가운데 이어졌다.
코너 학장은 요한계시록 21장 1-7절을 낭독했다. 이는 여왕의 조부모 1936년 조지 5세와 1953년 메리 여왕, 1952년 아버지 조지 6세의 장례식에서도 낭독한 구절이라고 한다.
▲장례식 행렬. ⓒThe Royal Family |
이후 국왕을 상징하는 제국 왕관(Imperial State Crown)과 홀(sceptre), 구(orb)를 관에서 내린 뒤, 관 위에 근위대의 기를 올리고 체임벌린 경과 앤드루 파커 전 보안국(MI5) 국장이 지시봉을 부러뜨린 다음 관 위에 놓았다. 이는 여왕을 보필했던 이들의 봉사가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축사 후 예배는 마무리됐다. 회중과 합창단은 영국 국가 '신이여, 국왕을 구하소서'를 불렀고, 찰스 3세는 눈을 감았다.
▲근위대가 관을 운구하고 있다. ⓒThe Royal Family |
여왕은 왕실 일가가 모인 가운데, 남편 필립 공 옆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필립 공은 지난해 4월 서거했으며, 여왕은 이후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
이날 전 세계 지도자들이 런던에 집결했을 뿐 아니라 수백만 명의 추모 인파들도 몰리면서, 경찰은 사상 최대인 1만여 명을 장례식에 투입했고, 귀빈 의전에는 외무부 공무원 300명이 투입됐다.
▲아들인 국왕 찰스 3세가 여왕의 관 앞에서 추모하고 있다. ⓒThe Royal Fami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