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인 목사 "머리 남는 것, 성경 구절 아닌 이야기"
이정일 목사 "성경적 가치관 하나님의 사람 세우려"
박양규 목사 "주일학교 없는 교회들 위해 쓰여지길"
'인문학 삼총사' 김도인·이정일·박양규 목사는 오는 7월 8일부터 8월 10일까지 영국 전역을 돌며 글을 쓰고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다. 수도인 런던부터 <로빈 후드>의 셔우드 숲, 에든버러 등 스코틀랜드와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탄생시킨 벨파스트 등 북아일랜드, 그리고 더블린이 있는 아일랜드까지 샅샅이 훑는다. 기독교를 뿌리로 한 영국 문학의 풍부한 저력도 새삼 확인된다.
셋 중 교회교육 사역자 외길을 가고 있는 박양규 목사는 신앙 교육에 영국 문학을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한 달간의 일정도 총괄하고 있다. 그는 교회학교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새로운 콘텐츠를 계발하는 등 헌신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문학 작품을 통해 성경 내용을 전달하는 박 목사의 저서 <동화 속 성경이야기>, <구원으로 가는 9개의 이야기 계단>을 통해 이미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삼총사'가 최근 <나는 문학의 숲에서 하나님을 만난다(이정일 목사)>, <인문학, 설교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김도인 목사)>, <리셋 주일학교(박양규 목사)>를 각각 펴내는 등 바쁜 집필 및 강의 일정 가운데서도, 과감히 한 달을 비운 건 그만큼 서로를 신뢰한다는 의미도 된다. 전편에 이은 이들의 이야기.
-문학 전공이신 이정일 목사님이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이정일 목사(이하 이): 저는 작품 원전을 중심으로 하고, 박 목사님은 아이들을 위해 다소 쉽게 쓰고, 김도인 목사님은 설교자들을 위해 쓸 것입니다.
성도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는데, 목회자들은 잘 모릅니다. 그러니 목회자들이 성경을 풀어서 이야기해 줘도, 성도들 가슴에 잘 와닿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이 세상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문학 작품을 통해 설명해 주고자 합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샘플로 삼는 것입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목회자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성도들은 '아멘' 했지만, 지금은 그런 성도들이 많지 않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빨리 바뀌고 있습니까? 학교에서 SF문학을 가르치다 보니, 그 속도를 실감합니다.
우리가 성경을 다루지만, 성경 속 가장 최신 이야기가 2천 년 전입니다. 성경을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눈으로만 봐선 안 됩니다. 지금 세상은 10-20년 전과만 비교해도 얼마나 엄청나게 바뀌었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늘 과거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문학 작품은 시야를 확산시킵니다. 황현산 작가님이 '어떤 사람은 자기 눈앞에 보이는 보자기만한 시간이 전부인 줄 알지만, 어떤 사람은 노비의 삶도 현재로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눈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총명하기에,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탄탄하게 열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생만 돼도 대학 입시에 휘둘리고, 대학교 가면 자기 마음대로 살아갑니다. 그때 교회를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듭니다.
교회는 신앙에 대해 고민하게 하지 않습니다. '믿음대로 살라, 기도하라' 등 결과만 전해줍니다. 아이들에게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왜 이런 고통을 주셨을까? 기도가 왜 이뤄지지 않을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이란 무엇일까? 부르심을 받았다는데, 내 삶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좁은 길로 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이런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학 작품을 읽으면, 고민하게 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다 고민합니다. 소설은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시야 확대에 도움이 됩니다. 인생 경험은 지름길로 갈 때 얻어지는 게 아니라, 갈팡질팡하고 넘어질 때 생기는 법입니다.
칼 세이건 교수의 <코스모스>를 보십시오. 그가 그렇게 탁월하게 글을 써서 세상에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문학 전공으로서 문학적 배경이 탄탄했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이라는 재미없는 학문을 쉽고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전문 지식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게 하는 것이 저희가 하려는 작업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성경적 가치관을 갖고 사는 하나님의 사람을 세우는 것이지만, 방법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비유가 그랬듯, 유연한 사고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 4차 산업혁명과 일론 머스크가 많이 회자되는데, 머스크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을 읽고 스페이스 X, 화성 이주의 꿈을 꿨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어마어마한 꿈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머스크는 소설을 읽고 2050년까지 화성으로 100만 명을 이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그런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입으로만 하나님 나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손에 잡힐 수 있는(tangible)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국 런던 템즈강을 가로지르는 대표적 건축물 타워 브리지. ⓒ픽사베이 |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맛보기'를 보여 주신다면.
박양규 목사(이하 박): 존스 씨가 다스리는 동물농장에서 살기 힘들어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일곱 개의 계명을 만들었지만 나중에 비참하게 변하는 모습이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에 나옵니다. 우리 생각과 이념으로 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겠다고 하나님을 쫓아냈지만, 이 세상은 죽음과 탐욕과 고통으로 얼룩진 것이 바로 인간의 '동물농장'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가장 행복할 때는 하나님 주신 계명으로 돌아올 때라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을 보여주는 것이 십계명의 표제 문학으로 <동물 농장>을 고른 이유입니다. 작품을 설명하면서 십계명을 가르치면 훨씬 잘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가 바라본 교회의 모습이 어떠했습니까. 이에 대해 이 목사님은 영문학적 의미를 설명해 주실 것이고, 김 목사님은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를 탐구하실 것입니다.
이: <동물 농장>의 SF 버전이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입니다. 이런 작품을 통해 세상으로 들어가면, 경쟁력이 생깁니다. 교회 다니는 아이들이 꽉 막히지 않았으며, 유연하고 부드러운 사고를 가졌음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예수님 말씀에 힘이 있었던 것은 경직된 사람들 속에서 부드러움과 사람 사랑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을 때, 사람을 먼저 바라보신 분입니다.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문학입니다.
박: 조지 오웰은 <1984>를 통해 빅데이터의 통제를 받는 사회를 1949년 예견했습니다. 지금 스마트폰으로 사고하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의 사고력이 사라지고 언어가 파괴되는데, 조지 오웰이 쓴 그대로입니다. 빅브라더가 텔레스크린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사고력을 없애고 언어를 파괴시키는 것이 작품의 주 내용입니다. 지금 빅데이터와 메타버스도 정확히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저항하고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입니다. 그만큼 저희들에게는 절박하고, 아이들에게도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중학교만 돼도, 학교 교육이 교회 교육을 앞서갑니다. 부모들은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진화론을 본격적으로 배우면, 교회의 가르침이 굉장히 이상해집니다. 아이들은 혼란을 겪는데,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모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분별력과 판단력, 사고력 등을 고민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줘야 합니다. 하나님이 자유의지를 주신 것은 고민해 보라는 것입니다.
김도인 목사(이하 김): 성경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이유도 인간의 감정에 가장 맞기 때문 아닐까요. 문학을 활용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입니다. 지금까지의 교회교육은 성경을 문학적으로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정답을 외쳐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해 주셨던 이야기는 어른까지 남아도, 성경 이야기는 잘 안 남게 됩니다. 머릿속에 남는 것은 성경 구절 자체가 아니라, 나사로 이야기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저희들의 작업에 조금 더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좋은 프로젝트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박: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아무런 도움 없이 맨땅에 헤딩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넉넉치 않은 상황이지만, 1년간 함께 고민하고 공감했던 콘텐츠가 한국교회에 너무 필요하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가야 한다고 합의했습니다.
저는 <유럽 비전 트립>을 쓸 정도로 이미 다녀왔던 지역들이기 때문에, 여행이라면 더 이상 갈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너무 필요한 부분이라고 확신했기에 어려운 상황에서 빚을 내 가면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7월 초에 출발해 8월 초에 돌아올 예정이고, 다음 해부터 교육할 수 있으려면 10월까지는 책이 나와야 합니다.
▲판타지 소설들이 떠오르는 영국의 한 덤불숲. ⓒ픽사베이 |
-영국으로 떠나기 앞서, 각오 한 마디씩 부탁드립니다.
박: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놓치는 것 없이 잘 쓰고 찍어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일학교 없이 아이들만 있는 교회들을 위해 쓰여지길 기도합니다. 기독교 방송사에서도 저희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길 바랍니다.
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어서 '가면 좋겠다' 정도였는데, 지금은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기 전까지 문학 작품들을 잘 읽고 소화시켜서 설교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교회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잘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부족하지만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 보겠습니다. 하나님 계획 속에 있다는 확신을 갖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돌아올 때 뿌듯함과 만족,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기획하신 박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문학에 조예가 깊은 이 목사님께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 문학을 평생 공부했기에, 문학이 주는 풍요로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를 한국교회 주일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문학이 저를 얼마만큼 성숙시키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줬는지 알기에, 제가 맛본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번 콘텐츠를 통해 교회교육의 판이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다음 세대를 준비시키고, 특히 사유하는 아이들로 성장시킬 수 있길 바랍니다.
기독교 작가인 필립 얀시가 교회 집사님들과 자녀들을 데리고 스쿨버스를 대여해서 두 달간 미국 전역을 일정한 코스를 정하지 않고 여행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오가는 동안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하면서 신앙이 다 전수됐다고 합니다.
교회 안에서 성경을 갖고 이야기해야 신앙이 전수된다고 생각하지만, 필립 얀시는 말합니다. '성경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경적 삶이 무엇인지 100% 이해했다.' 이 시대에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자유로움을 주셨기에, 어렸을 때 그런 경험을 해야 평생 믿음의 길을 걸을 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혹을 이겨내려면, 진짜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해야 합니다. 문학 작품을 통한 이 교육이 그것을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