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일방적 행위 아닌 성도와의 적극 소통
힘들었던 비대면 예배 2년간 새삼 다시 느껴
비대면 설교 장점, 어려운 상황 속 예배 방편
"타고난 설교자이거나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설교자이거나, 하나님 말씀의 종이라는 면에서는 모두 동일한 영광과 특권과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섯 달란트를 맡았거나 한 달란트를 맡았거나 주인으로부터 달란트를 받은 종입니다. 그 달란트를 들고 곧 바로 장사하여 또 다른 달란트를 남긴 착하고 충성된 종처럼, 맡겨 주신 달란트를 가지고 신실하고 부지런히 일해 더 많은 열매를 거두어 하나님으로부터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칭찬받는 설교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설교자는 누구인가? 로커로 일가를 이루겠다는 뜻을 품고 떠난 미국 유학 중 '설교자'라는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 목회자가 이 끝나지 않을 질문에 답했다.
설교학 이론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설교를 배우는 과정에서 겪은 실패와 모멸과 아픔을 고스란히 녹여내 공감과 위로를 전하면서, 누구도 잘 꺼내지 않아 알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터득한 지혜를 풀어놓았다. 특히 팀 켈러와 앤디 스탠리라는 걸출한 설교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설교 꿀팁'을 곁들여 어렵지 않게 들려주고 있다. 저자가 '부교역자'라는 점도 이채롭다. 다음은 저자 지혁철 목사와의 일문일답.
설교자는 누구인가
지혁철 | 샘솟는기쁨 | 264쪽 | 16,000원
로커 조하문 목사와 김명기 씨에게 레슨 받아
본토에서 실력 쌓아 복음 노래하려 유학 떠나
미국 유학 3개월 만에 10년 꿈꾼 로커 꿈 접어
-로커에서 설교자로 진로를 바꾸시기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시절 CCM 밴드 동아리를 결성했고, 보컬 역할을 맡았습니다. 대단한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력 있는 보컬이 되고 싶었지요. 부지런히 연습하고, 구슬땀 흘리며 실력을 기르기 위해 애썼습니다.
어쩌다 보니 조하문 목사님께 레슨을 받기도 하고, 그쪽 바닥에서 유명한 김명기 씨에게 레슨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좌절하고 쓴맛을 보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잘 배우면 꽤 괜찮은 보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과 꿈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미국 본토에 가서 노래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실력을 갖춘 보컬이 되고 싶었고, 최선을 다해 복음을 노래하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유학과 동시에, 그간 보았던 쓴맛의 총합보다 더 깊은 쓴맛을 보았습니다. 보컬을 꿈꿨지만, 음악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젊은 친구들이 작사·작곡·편곡에 능했습니다. 대부분 피아노를 멋지게 연주할 뿐 아니라, 다른 악기에 대한 이해도도 수준급이었습니다. 앨범 전체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작업해내는 그들을 보면서, 딸랑 노래 하나만 붙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탁월하지 않은, 조금은 밋밋한 보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유학 3개월 만에 10년 동안 노력하고 꿈꾸었던 보컬의 꿈을 미련 없이 접었습니다.
한편으론 시원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질문도 생기더군요. 그때 하나님 말씀을 잘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유학을 계속 이어가면서 글 쓰는 법을 배우고,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평소 제가 추구하던 설교 형태와 학교에서 배운 글 쓰는 법이 공교롭게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짧은 영어로 악전고투하며 열심히 배웠습니다. 그 힘겨웠던 시간이 설교자로서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속된 말로 '신의 한 수'였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팀 켈러와 앤디 스탠리, 현대 청중 깨우는 설교가
로버트 모리스,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도 모범적
다니엘 시리즈 설교, 너무 어려워서 잊을 수 없어
-많은 분들 중에 팀 켈러와 앤디 스탠리를 주로 살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들 외에 지금 설교자들이 한국에서 모범으로 삼을 만한 설교자나 그 이유가 있을까요.
"학위 논문을 쓰면서 팀 켈러와 앤디 스탠리 목사님 설교를 분석했습니다. 논문 제목이 '현대 청중을 깨우는 이벤트 설교'입니다. 이 두 목사님이 미국 현대 청중을 깨우는 설교가로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 잡은 리디머 교회는 최첨단 시대를 사는 현대 청중을 변화시킨 교회이고, 애틀랜타 노스포인트 교회 역시 수많은 비그리스도인을 주께로 인도한 교회이지요.
그 핵심에는 이 두 목사님의 설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논문 지도교수님께서도 흔쾌히 동의해 주셔서 논문을 제출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책에 두 목사님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한국에서 모범으로 삼을 만한 설교자를 추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 경험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한된 경험에 따라 추천하자면, Gateway Church를 개척하고 목회하고 있는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목사님을 추천합니다.
첫 유학 시절 자주 찾았던 교회입니다. 예배 사역이 탁월한 교회로 정평이 자자합니다. 무엇보다 로버트 모리스 목사님의 설교가 너무 좋았습니다. 설교를 들을 때마다 성경 전체를 꿰뚫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간결하면서고 소탈한 태도로 설교하셨습니다.
조금 더 보수적인 설교자와 설교를 원하신다면 First Baptist Dallas Church에서 목회하시는 로버트 제프리스(Robert Jeffress) 목사님도 추천할 수 있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설교하실 뿐 아니라, 보수적인 성경해석과 핵심을 찌르는 설교로 미국 전역에 큰 영향을 끼치는 목회자이자 설교가입니다. 이미 많은 목사님께서 나름의 기준을 따라 탁월한 설교자의 설교를 듣고, 책을 읽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팀 켈러나 앤디 스탠리와 달리, 2022년 대한민국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설교하는 설교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팀 켈러와 앤디 스탠리는 탁월한 목회자요 설교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철저한 설교 준비와 분명한 설교 철학, 성경에 뿌리내린 교회론을 가진 설교자라는 공통점도 있지요.
많은 공통점이 있지만 팀 켈러는 앤디 스탠리가 아니고, 앤디 스탠리도 팀 켈러가 아닙니다. 두 목회자 사이에는 공통점 만큼이나 차이점도 분명합니다.
한 분은 뉴욕 맨해튼에서, 한 분은 애틀랜타에서 목회하시지요. 청중이 다른 것은 두말 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누군가를 똑같이 따라하거나 흉내낼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그래서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하물며 한국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모든 목회자는 결국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또 다시 Be Youself!). 2022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설교하는 설교자는 자신을 잘 알아야 하고, 목회하는 청중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을 잘 안다는 말에는 자기만의 설교 철학과 교회론을 가장 먼저 정립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청중을 더 깊이 이해한다는 말에는 청중이 살아가는 시대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청중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부지런히 살핀다는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잠 27:23).
자신만의 분명한 설교 철학과 성경에 뿌리내린 교회론을 정립하고, 이 복잡하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청중을 더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과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사님의 평생 가장 기억에 남는 설교는 무엇인가요. 들으신 것과 하신 것 두 가지입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들었던 설교는 팀 켈러 목사님의 '탕부 하나님(The Prodigal God)'입니다. 영상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고, 보고 또 보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성경을 연구하고 해석했는지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깊이 연구한 내용을 핵심만 골라서 담아낸 것도 신비로울 지경이었습니다. 설명하고 싶은 욕구가 적지 않으셨을 텐데, 간략하게 설명하고 핵심 메시지를 설교하시는 것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도 종종 찾아서 듣고 있으니, 가장 기억에 남는 설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했던 설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설교를 고르는 것이 더 어려운 결정이자 선택입니다(웃음). 굳이 뽑자면, 다니엘 시리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유가 좀 황당한데요. 모든 본문이 어렵고 모든 설교 준비가 어려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너무 힘들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굳이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사사기 4장 11절 한 절만으로 설교한 '퍼즐 한 조각'이란 설교를 꼽고 싶습니다. 드보라와 바락이 하솔 왕 야빈의 군대 장관 시스라와 전쟁하는 사건과 그 살벌한 전쟁터 한복판에 헤벨이란 사람의 이야기가 느닷없이 끼어든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중심으로 사사기 4장 전체를 살펴보면서 기막힌 포석을 두시는 하나님, 퍼즐 한 조각으로 기막힌 작품을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에 대해 설교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인류 역사상 최고의 퍼즐 한 조각'이신 예수님께로 생각을 확장시켰습니다. 우리 각 사람의 인생 역시 하나님의 기막힌 퍼즐 한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 예수님 때문에 기막힌 퍼즐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설교입니다."
절기 설교, 신선함보다 본문에 충실하도록 노력을
본문 아이디어 정리했다 원 메시지로 원고 작성
아직 부교역자라, 이러쿵저러쿵 할 수 없는 영역
-사순절을 지나 오순절을 향하고 있습니다. 절기 설교는 늘 비슷한 본문에 비슷한 내용이기 쉬운데, 어떻게 하면 낯설게 하거나 신선하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부교역자라서, 절기 설교를 자주 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절기마다 사역하는 교육부서 또는 청년부서에서 설교한 것이 전부입니다.
한두 번 설교한 것이 전부이지만, 절기 설교가 무척이나 까다롭고 어렵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매년 돌아오는 절기마다 매번 낯설고 신선하게 설교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늘 비슷한 본문에 비슷한 내용을 설교해야 하니 절기 때마다 목사님들이 몸살을 앓으실 것 같습니다.
짧은 경험과 생각으로 이러쿵저러쿵 말씀드리기가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애교처럼 한 말씀 드린다면, 절기 설교는 신선하게 설교하려 하기보다, 본문에 충실하게 설교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절기 본문을 묵상하고 주요(main) 아이디어와 곁가지(side) 아이디어를 모두 수집합니다. 절기 본문에서 찾아낸 주 아이디어와 곁가지 아이디어를 모두 정리해 두었다가, 대지로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설교 원고를 쓰고 가다듬고 버리고 벼리는 과정을 통해 설교하고 있습니다.
절기 본문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참 고마운 일입니다. 한 본문에서 최소한 두세 가지 정도의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다면, 몇몇 절기 본문 연구와 묵상을 통해 제법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설교를 작성하면 생각보다는 많은 설교를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부분은 제가 이렇다저렇다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담임 목회자들의 고충과 책임감을 제대로 간파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청중이 바라는 설교와 목회자가 해야 하는 설교,
성경에 뿌리내리고 청중의 삶 변화시키는 설교
두 종류 설교의 결,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
-청중이 바라는 설교와 목회자가 해야 하는 설교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요.
여기서 속마음을 말씀드리자면, 질문 대다수가 제가 대답할 수준을 벗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대단히 탁월한 설교학자가 대답해야 할 질문을 주신 것 같아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대답을 해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고민이 많았지만, '저만의 시선에서 대답해 드리면 충분하지 않을까? 질문자의 의도도 그렇지 않았을까' 하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부분도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청중이 바라는 설교는 어떤 설교인가 하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듣기 좋은 설교를 말하는 것일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꼭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앙의 길을 제대로 걸어가고 싶은 청중이라면, 하나님 말씀을 사모하면서 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경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성경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 무엇인지 알고, 그 말씀 붙들고 살아가기 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설교자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설교자는 하나님 말씀을 부지런히 연구하고, 그 말씀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찾아내야 합니다. 찾아낸 하나님의 뜻을 오늘을 살아가는 청중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야 하지요.
게다가 적실한 적용까지 제시해야 하고, 집으로 가져가셔 붙들고 살아야 할 한 문장을 만들기도 해야 합니다. 지난한 작업이지요.
요점은 분명합니다. 신실한 청중이 듣고 싶어 하는 메시지와 신실한 설교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결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에 뿌리 내린 설교, 청중의 가슴에 무언가를 남겨 삶을 변화시키는 설교라면 청중이 듣고 싶은 설교이며 들어야할 설교이겠지요. 동시에 설교자가 해야 하는 설교이기도 하고요. 저는 바라는 설교와 해야 할 설교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