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흥남철수작전시 미국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로 참전했던 로버트 러니(Robert J. Lunney) 미 예비역 해군 제독이 지난 10일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생전 고인은 지난 2018년 6.25 제68주년에 즈음해 방한,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의 '한국전 68주년 상기 참전용사 초청 보은·평화 기원예배'에 참석하기도 했었다.
국가보훈처는 고인의 유가족에게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 애도를 전했다고 17일 밝혔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은 조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로버트 러니 제독님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미국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미래세대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보훈처는 유엔참전용사 사망 시 예우를 위해 근정되는 '추모패'를 함께 전달할 예정이다.
로버트 러니 제독은 6·25 전쟁 중인 1950년 12월 22일에 미국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 Victory)호 1등 항해사로, '흥남철수작전'에 참전해 포탄이 빗발치는 흥남항에서 레너드 라루 선장과 함께 정원의 7배가 넘는 1만 4천여 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출발해 사흘 뒤 12월 25일 거제도에 무사히 도달하게 한 공로를 세웠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항해는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상구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로버트 러니 제독은 생전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해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강국으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18년 새에덴교회의 '한국전 68주년 상기 참전용사 초청 보은·평화 기원예배'에 참석했을 당시, 흥남철수작전시 상황을 떠올린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당시 나와 함께 배를 탔던 형제 하나는, 그것이 성경 때문이라고 했다"며 "성경이 끝내 우리를 승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고 했었다.
이어 "성경은 우리에게 '형제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사랑'이라고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며 "이처럼 주님을 의지해 흥남철수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18일 애도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은 "흥남철수작전 영웅 로버트 러니 미 해군 제독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며 "제독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픔에 잠겨있을 가족들과 전우들께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특히 "한미동맹은 참전용사의 희생으로 맺어진 혈맹이며, 그 바탕에는 우리 국민의 굳건한 믿음이 있다"며 "위급한 긴급철수작전에서 많은 민간인 피난민까지 구해낸 빅토리호의 헌신적 행동은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고 했다.
이어 "제 부모님도 그때 함께 피난 올 수 있었으니, 제 개인적으로도 깊이 감사드려야 할 일"이라며 "2017년 6월, 워싱턴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서 제독님을 뵌 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우리 국민에게 보내주신 경애심을 깊이 간직하고, 제독님의 이름을 국민들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하겠다. 영면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한편, 6·25전쟁 당시 미국은 육·해·공군을 통해 유엔참전국 중 가장 많은 인원인 연인원 1,789천 명이 참전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했다. 33,686명이 전사했고, 92,134명이 부상을 당했다.
국가보훈처는 "올해에도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헌신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국제보훈사업을 추진하고, '참전으로 맺은 혈맹의 인연'을 이어나가기 위해 참전용사 후손을 비롯한 미래세대와 함께 6·25전쟁의 역사를 되새기는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