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게 기부 사실 알리지 못하도록 당부, 기부자 별세한 후 알려져
"돈 벌어서 남주자"는 마음으로 번 돈 "공부해서 남주자"고 공부하는 학생들 위해 기부
평생 모은 전 재산 113억을 인재 양성을 위해 기부했으나, 기부한 지 7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진 기부자가 있다. 지난 6일 99세로 별세한 장응복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돈 벌어서 남주자"는 인생 철학으로 자신을 위해서는 무섭게 절약하고, 평생 모아 온 113억을 "공부해서 남주자"는 교육 철학을 가진 한동대학교(총장 최도성)에 기부했다.
기부는 2015년부터 매년 이루어졌으나,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장응복 박사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한사코 거부해 왔다. 기부금을 받은 한동대는 장 박사가 별세한 후에라도 선한 영향력이 세상에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장 박사의 기부 사실을 전했다.
장응복 박사는 1923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평양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온 이후 1958년부터 의사의 길을 걸어 왔다. 그는 의료 인프라가 열악했던 1960년대부터 한밤중에도 환자가 병원문을 두드리면 자다가도 깨어서 진료를 했다고.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서는 직접 찾아가 치료해 주기도 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진료비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 검소한 삶을 살았던 장박사 내외분은 30년 이상 써야 그나마 오래된 물건으로 여기며 근검절약의 삶을 살아왔으며, 그의 아내인 김영선 여사도 손수 뜨개질을 해서 옷을 해 입었고 폐품들을 버리지 않고 재사용하였다고 한다.
장응복 박사는 아흔이 넘을 때까지도 대중버스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장 박사의 세 아들도 평소 '남주는' 삶에 대한 가르침을 부모로부터 받아온 탓에, 전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장 박사의 결정에 기쁘게 동의했다.
장 박사는 무일푼으로 38선을 넘어와, 평생 일하며 자신을 위해서는 무섭게 아끼면서 100억을 모았다. "벌어서 남주자"는 소신을 가지고 있던 그는 "배워서 남주자"는 교육 철학을 갖는 한동대학교에 기부했다.
한편 한동대학교는 1995년 경북 포항에 설립된 기독교 대학으로 故김영길 초대 총장은 "공부해서 남주자"는 교육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한동대학교는 전교생이 지역사회는 물론 아프리카 등 오지의 개발도상국을 찾아가 전공을 활용한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수여하는 교육기부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동대는 기부자의 뜻을 받들어 '공부해서 남주는' 학생들을 양성하는 데 기부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응복 박사는 그저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돌아갈 장학금이었으면 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전에 말한 바 있으며, "배워서 남 주냐? 배워서 남줘라. 그리고 벌어서도 남 줘라"고 한동대 학생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장응복 장학금을 받은 한동대 학생은 "저도 장응복 박사님처럼 돈 벌어서 남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것을 제 삶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