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발전에 기독교적 정신 더해져야
기독교, 지속가능 발전 이룰 세계관 제공해
정부 압박 강화 우려... 지혜와 용기 필요해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가 중국에 대해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한중 교류는 시대적 사명"이라며 "급변하는 중국과 시시각각 변모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는 중국을 넘어 세계를 아우르는 문화공동체·평화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오 목사는 11일 오전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담임 오정현 목사)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 2월 발표회 전 예배에서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 중국과 중국교회'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저는 1990년부터 30여년 간 여러 번 중국을 방문해 120개 성(省), 40여 개 도시에서 100여 차례 교류를 가졌다. 이렇게 중국 성을 돌면서 교회를 방문하고, 중국 종교국 기독교양회 지도자들도 만나 공식적인 사귐과 소통을 이어왔다"며 "2003년부터 4차례 한중기독교교류 준비 모임을 했고, 2008년 3월 북경회합을 통해 '한중 교류의 본격적인 물꼬'가 열리면서 같은 해 10월 중국 교회 지도자들이 한국을 방문했고, 중국 지도자들을 위해 북경 양회본부와 북경대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오 목사는 "2011년 6월 정식으로 한중국제교류재단 출범식을 하면서 문화·예술·의료 등 여러 방면으로 중국과 교류했다"며 "중국과 교류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겸청즉명(兼聽則明)'이라는 말처럼 마음의 귀를 활짝 열고 듣고자 했더니 그들의 형편과 필요가 점점 명확해졌고, 지혜롭고 지속 가능한 사역 방안들도 알아가게 됐다. 이를 통해 ①중국은 사람이다, ②중국은 땅이다 ③중국은 역사다 등 3가지를 알게 됐다"고 정리했다.
그는 "실제로 중국은 한족을 비롯해 56개 다양한 민족들이 복합돼 있는 나라이다. 저는 중국의 역사에 큰 관심이 있는데, 역사의 길이도 대단하게 느끼지만 무엇보다 두께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은 지난 개혁개방 30여 년을 통해 '빠르고 좋은(又快又好)' 경제를 추구해 왔다. 갈등과 분열 없는 조화로운 국가 발전을 위해 2004년 중국공산당 제16기 4중전회에서 '화해사회론(和諧社會論)'이 최초로 언급되고, 2006년 6중전회에서 공산당 지도이념으로 확정되면서 다시 '좋고도 빠른(又好又快)' 경제 시스템 구축으로 전면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오정현 목사는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화해사회는 공평, 효율, 정의, 법치의 4가지 이론적 토대를 갖고 있다. 저는 중국이 진정으로 조화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공평, 효율, 정의, 법치에 기독교적 정신이 더해져야 한다고 믿는다"며 "기독교야말로 중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세계관과 정신을 제공한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서 중국의 사상과 체계가 정리되고 세계화에 대한 보편적 가치가 추가될 때, 오늘날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 목사는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인데, 이 복음은 개념이 아니라 삶 속에서의 실천을 통해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다시 말해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 생명을 주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독교 복음의 실천만이 국가와 사회 발전을 견인하고, 사람들을 가난과 소외, 탐욕과 이기주의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기독교양회와 종교사무국 지도자들과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대화 주제가 '기독교가 건강한 역할을 해서 한국 사회 발전을 하게 된 핵심이 무엇인가? 그것을 중국 교회와 어떤 식으로 공유할 것인가?' 같은 것들이었다"며 "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적·중국적 특성보다 '기독교 전체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관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디에 가장 핵심을 두었는가 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이 땅에 계시는 동안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신 것은 제자들로 하여금 당신의 인격과 삶을 닮아가는 존재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마지막 유언으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마28:19)'고 당부할 만큼, '제자 삼기'는 예수님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며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광신도'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예수님처럼 되고, 예수님처럼 살며, 이 땅에서 작은 예수로서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정현 목사는 "2022년도부터 기독교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중국교회와 목회자들은 어떻게 난관을 극복해야 할지 기도와 심각한 고민 중"이라며 "삼자교회나 가정교회 모두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요즘은 삼자교회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가정교회에 대한 핍박 못지 않다. 정부의 압박을 어떻게 지혜롭고 용기 있게 돌파할지가 현재 중국교회와 목회자들 앞에 놓여진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오 목사는 "중국교회는 어떻게 하면 회복을 넘어 부흥하는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 갈 수 있을까? 삼자교회나 가정교회를 막론하고 중국교회는 어느 때보다 주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기"라며 중국과 중국교회의 이런 어려운 상황을 보면서, 사도 바울이 골로새 교회에 선포한 말씀(골 3:1-4)을 통해 한국과 중국 교회가 공통적으로 기억하고 붙들어야 할 세 가지를 거론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국립경기장 |
한중 교회가 기억하고 붙들어야 할 3가지
1. 정부 통제 일희일비 말고 '위의 것' 찾으라
2. 담대함, 말씀 전파와 생명 사역 위해 사용
3. 물질만능 등 보이지 않는 위협 더 경계해야
첫째로, "교회는 '땅의 것'으로 통제될 수 없으니, 이 땅의 통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위의 것'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교회를 통제하려는 모습은 사실 오늘날 중국 정부만 취하고 있는 태도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가 코로나 시대에 교회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교회는 이 땅의 관점에서 다 이해할 수 없는 영적 공동체다. 저는 이 땅의 권세는 역사의 하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한 차원 높은 역사의 상현은 하나님께서 주관하신다는 것을 믿는다. 바로 여기에 기독교 정신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회는 자신의 세를 늘려 이 땅의 세력을 꺾는 것 혹은 누르는 것이나 정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생명 전파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예수님께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과 함께 그 모습을 실천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신 것처럼, 중국교회와 한국교회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 생명까지 주님 계신 위에서 결정되니,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식으로 담대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로, "우리의 담대함을 말씀 전파와 생명 사역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오 목사는 "지금 중국은 국방, 외교, 과학 등에서 미국에 버금 가는 강대국으로 발돋움했지만, 급속한 경제발전의 이면에 사회적 소외계층 간의 갈등과 성적 타락, 이혼, 패륜, 마약, 인신매매 등 윤리 도덕적 가치의 상실로 야기된 사회문제로 깊은 고민과 혼란 가운데 있다"며 "급속한 경제발전 속에 물질이 우상이 되어 배금주의로 흘러가고, 정신적 가치를 잃고 피폐한 영혼들은 거리를 헤매며 죄악 가운데 방치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이 땅의 제국에 대해 이 땅의 기준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그 논리에 먹혀버린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큰 관점, 제국주의가 아닌 '영적 제국 마인드'로 접근하면, 교회가 영적 비대칭 전략을 통해 세상의 제국에 승리할 수 있다"며 "그러므로 오직 복음의 능력만이 중국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중국의 인구도 일본의 경제력도 없지만, 기도 자본이 있어 강소국이 됐다. 한국교회가 중국교회를 위해 기여할 것이 있다면, 과거 한국교회를 부흥·성장시키고 사회를 발전으로 이끌었던 순수한 신앙의 유산들을 나누는 것"이라며 "하나님 나라의 힘, 영적 제국 마인드는 눈앞의 숫자나 핍박과 같은 현실에 압도되지 않고, 그 이상을 영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나온다"고 역설했다.
셋째로 "보이는 위협보다, 보이지 않는 위협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오정현 목사는 "중국교회는 과거에 더한 탄압을 받았지만, 그 기간 더 부흥했다. 문화대혁명의 혹독한 시기에도 교회는 오직 사람을 따스한 사랑으로 품고 치유했기에, 그 이후 성도들이 늘었던 것"이라며 "가시적 통제와 핍박보다 성도의 신앙을 위협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통제가 없고 평화롭다고 여겨질 때, 오히려 교회는 약화됐다. 지난 수십년 간 중국교회에 가서 보니, 그 안에도 복음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순수함을 가진 많은 수의 그리스도인들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오 목사는 "현재 중국교회는 삼자교회, 가정교회 모두 계속해서 그 수가 늘고 있다. 그런데 목회자는 턱없이 부족해,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병행되지 못해 성도들이 각종 이단과 배금주의, 유물론 등 얕은 신앙의 뿌리를 흔드는 유혹에 속절없이 넘어지고 있다"며 "어쩌면 중국 정부의 핍박보다,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가 계속 중국을 휩쓸고 있는 것이 더 큰 위협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과 같이 종교 전반에 대한 압박이 있는 상황이야 말로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정금인지 제련해낼 수 있는 시간"이라며 "많은 어려움을 겪어낸 한국교회가 오직 기도로, 기도만으로 그 위기를 돌파했던 저력을 중국교회에 전할 때, 중국교회의 마음과 필요를 진정으로 헤아리는 '진정한 동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한 대국굴기는 하나님 나라가 일어나는 것이다. 복음의 대국, 일대일로가 회복되는 놀라운 역사가 중국교회에 일어나기를 바란다"며 "한국교회와 중국교회가 하늘에 소망을 둔 교회로서 영육이 피폐해져 가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담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영적 맹장, 강군들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서구 기독교가 쇠퇴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이 영적 벨트를 형성해, 복음의 빚을 진 유럽에 다시 복음의 물결을 일으켜야 한다. 한중 교회가 함께 기도하며 겸허히 섬길 때 복음적 평화통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음으로 바라보며, 경제·문화·교육·복지·여성 등 전방위적 중국사역을 펼쳐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동북아 영적 공동체 형성과 함께 유럽 복음화, 그리고 땅끝이 주께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