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류영모 대표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사회 문제 해결과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종교계와의 협력에 힘써 줄 것을 요청했다.
류 대표회장을 비롯한 7대 종단 지도자들과 문 대통령의 오찬 간담회가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렸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신년을 맞이하여 국민 통합과 국정 운영에 대한 종교 지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협력과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로 바이러스 대응, 백신 접종 확대, 기후대응 및 탄소중립 실천에 종교계가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오랜 기간 고통을 나누며 함께 노력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종교계) 법회, 예배, 미사 같은 신앙 활동을 자제해 주셨고, 부처님 오신 날 경축법회와 연등회 같은 가장 중요한 종교 행사까지 방역을 위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주셨다. 그 같은 협조 덕분에 이번의 4차 유행에서는 종교시설 관련 감염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의 완전한 극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아주 큰 고비가 아직 남아 있다. 설 연휴와 맞물리며 오미크론 변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라며 "정부와 종교계 간에 코로나 대응 실무협의회를 계속하고 있지만, 오미크론의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종교계가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역 당국과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접종 대상자가 3차 접종까지 빨리 마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며 "50대 이하의 3차 접종률이 오미크론의 피해 정도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 해소에 종교계의 역할이 아주 크다. 백신 접종 확대를 위해 마음을 모아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인간이 자연과 함께 모두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는 사실은 종교가 오랫동안 가르쳐 온 내용이었다"며 "종교 지도자들께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시고, 탄소중립을 위한 생활 속 실천 운동을 격려하며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으로 한 가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가 국민들 사이의 지나친 적대와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과 화합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통합의 사회, 통합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종교 지도자들께서 잘 이끌어 달라"고 했다.
▲7대 종단 지도자들과 문재인 대통령의 오찬 간담회가 청와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
이에 류 대표회장은 "정부와 종교가 파트너십을 구축해 전방위적인 위기 시대에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다양한 사회 문제는 프로그램과 정책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신앙적)인 가치의 문제이기에, 정부는 종교계와 협력하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후 위기, 저출생 문제, 통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국교회가 함께할 것이며, 대선 이후 분열된 사회를 치유하고 정부와 국가의 어젠다를 깊이 품고 기도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홍정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전쟁 없는 한반도를 위한 종전선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와 기후변화로 인한 생명위기의 시대에, 남과 북이 생명의 안전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통분모로 상호 의존성을 강화시키며 보건의료 협력과 경제 협력에 나설 수 있도록 북한과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길을 열어 달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이 자리에는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 이용훈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손진우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이범창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문덕 불교종단협의회 수석부회장,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함께했다. 현재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은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