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사역, 물질 넘어 영적 변화와 성장으로 전환할 때
먼저 온 탈북민들이 성장해 다른 탈북민 세우는 선순환을
부적응하는 탈북 청소년과 中 출생 탈북 2세들 돌봄 필요
'이미 온 통일' 살고 미래 완성될 '통일의 거울' 역할 해야
서울신대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소장 강병오 교수)에서 10월 28일 오전 '위드 코로나 시대, 탈북민 선교의 과제와 방향'을 주제로 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구윤회 목사(평화나루교회)가 '성결교단의 탈북민 선교 현황과 전망', 이빌립 목사(열방샘교회)가 '탈북민 정착과 남북사랑학교의 의의', 오성훈 박사(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 사무총장)가 '한국교회의 탈북민 선교'를 각각 발표했다.
먼저 구윤회 목사는 지난 20년간 성결교단의 탈북민 사역 현황을 살피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1990년대 대량 탈북이 이어지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많은 탈북난민들이 유입됐고, 교단 선교사들 역시 북-중 접경지역과 동북 3성을 중심으로 탈북난민 사역과 연결되기 시작했다"며 "다만 사역 특성상 개인 또는 비밀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확한 통계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구윤회 목사는 "교단 선교사들의 탈북민 사역에 있어 아쉬운 점은, 그동안 해외 현장 사역자와 국내 사역자와의 네트워크도, 컨트롤타워도 없다 보니 해외에서 교단 선교사/목회자들에게 양육받은 탈북민들이 국내 입국 후 교단 교회와 잘 연결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사역자들이 개인별·단체별로 각자 활동하다 보니, 성결교회들의 관심을 이끌지 못했다. 그 결과 타 교단에 비해 전반적으로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보고했다.
구 목사는 성결교회의 국내 탈북민 사역을 △교회 부서 △교회 개척 △북한 선교 기관 등으로 나눴다. 먼저 교회 부서 사역에 대해 "중앙교회, 성락교회, 은평교회 등에서 부서 예배, 정착 지원, 신앙 양육, 기도회, 비전트립 등의 북한선교부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외에 대부분 교회에서는 직접 사역보다 북한선교단체들의 사역을 지원하는 형태로 간접 사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회 개척 사역에 대해선 "현재 교단 내 탈북민 교회는 평화나루교회(2010, 고양), 예심교회(2014, 김포), 유엘인교회(2018, 서울 강서) 등이 있다"며 "남한 교역자들 중 북한 선교에 대한 소명을 받고, 기존 대형 교회 중심 사역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탈북민과 함께하는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도 있고, 교회가 위치한 지역이 탈북민들의 주 거주지라 자연스럽게 사역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작은 교회는 고향과 가족을 떠나 낯선 땅에 정착하는 외로운 탈북민들에게 가족 같은 분위기와 따뜻함을 주는 강점이 있다"며 "그러나 규모가 작다 보니 운영이 어렵고, 교역자 혼자 모든 사역을 감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존 성도들과 함께하는 가운데 생기는 어려움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 선교 기관에 관해선 "탈북민 사역을 하는 선교회로는 북한귀순자선교회, 사랑나루(선교회) 등이 있고, 총회 북한선교위원회, OMS선교회, 서울신대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 PN4N 등이 프로젝트별로 동역하고 있다"며 "사랑나루는 교회 이름으로 공공기관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운 문제로 2010년 설립됐다.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에서는 2008년부터 지역하나센터의 요청으로 탈북민 교육지원사업을 진행했고, 그 열매로 연결된 탈북민들과 2010년 평화나루교회를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줌 세미나 참석자들 모습. ⓒ연구소 |
탈북민 선교의 전망에 대해서는 △구제 사역에서 영적 사역으로 △일방적 지원에서 콘비벤츠 공동체로 △탈북 목회자 양성 △개인·단체별 사역에서 연합과 네트워크 사역으로 등을 제시했다.
구윤회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의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구제와 가르침의 대상'에만 머물렀기에, 교회 출석 탈북민에 대한 재정 지급 문제는 숙제로 남아있다"며 "탈북민들에 깊이 자리잡은 '교회=물질적 도움처'라는 틀을 깨고, 영적 변화와 성장으로 사역을 전환할 때다. 성경적 치유와 관계 회복, 성결한 삶과 성경적 가치관 교육, 자기 희생과 섬김, 영적 성장을 위한 양육 등을 병행하는 전인적 구원사역으로 전환할 때"라고 제언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란 뜻의 스페인어 콘비벤츠(Konvivenz) 공동체에 대해선 "통일 한국교회는 '서로 돕고, 배우고, 잔치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물론 초기에는 남한성도들이 정착 지원이나 양육을 주도할 수밖에 없겠지만, 교회 내 탈북 성도들이 소그룹 리더와 평신도 지도자, 목회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며 세워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먼저 온 탈북민들이 신앙으로 변화되고 성장하여, 다른 탈북민들을 세울 수 있는 선순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 목회자 양성에 관해선 "2021년 현재 서울신대 내 탈북민은 학부생 1인, 대학원생 2인이다. 또 교단 신학원인 중앙신학원에 탈북민 2명이 있고, 그중 1명은 졸업 후 서울강남지방회 소속으로 전도사 시취를 받았으나 아직 목사안수 받은 탈북민은 없다"며 "목사 안수 10년차 이상탈북민이 있는 타 교단에 비해 많이 뒤쳐진 상황이다. 탈북민 목회자 양성을 위한 교단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보다 효과적인 탈북민 선교를 위해, 이제라도 총회 북한선교위원회를 중심으로 교단과 개교회, 사역단체, 선교사들이 서로 소통할 채널이 필요하다"며 "지난 20여 년 동안 교회가 탈북민들의 대한민국 정착지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으나, 구제 사역이 영적 사역으로, 전인적 구원과 성장으로 잘 연결되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탈북민 사역은 장차 통일 한국교회, 북한 성결교회 재건과 북한 복음화를 위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역"이라며 "통일 과정에서 북한 교회를 회복할 골든타임은 정해져 있다. 국내 탈북민 사역을 통해 통일 과정에서 북한 선교 전략을 미리 적용해 봄으로써, 북한 복음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빌립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연구소 |
◈10-20대 다음 세대 탈북민 돌봐야
이후 이빌립 목사는 탈북민 국내 정착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남한 사회 정착에 관한 교육 부족 △가정 불화와 이혼율 증가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우울증 △탈북 청소년과 중도 출생 자녀들 일반 학교 부적응 △대인관계 형성에서의 부적응 △신앙생활에서의 부적응 등을 꼽았다.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선 △기독교 가치관을 가진 인재 양성 △신앙 정착을 위한 복음 설교와 전도, 예배 정착과 성경공부 △기독교적 문화 사역 지원 △탈북 목회자·신학생 세움 사역 등을 제시했다.
특히 탈북민 다음 세대에 대해 "탈북 10대 청소년의 경우 입국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기초학습 부족과 문화충돌에 따른 학교 부적응, 경제적 사정 등으로 정규학교 이탈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20대 전후 탈북 청년들 중에는 경제난으로 북한에서 초·중·고교 과정을 이수하지 못해 학력 미달인 경우도 많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탈북 청소년의 기본 특성은 북한 체제라는 특수 환경을 통해 형성된 배경에 더해, 탈북 과정과 한국 입국 후 심리·사회·문화적 어려움으로 인한 특수성이 추가된다"며 "이들은 국가 주도적 사회주의 환경에서 성장해 다른 세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며, 통제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집단에 의존하는데 안도감을 느끼며, 주입된 선전에 의한 학습에 익숙해져 있다. 그로 인해 권위 대상에 대해 복종적·수동적이고,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또 "지난 수년 동안 새로운 탈북민들의 사회 정착에서 새로운 문제가 대두됐다.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 체류하던 중 태어난 자녀들의 문제다. 이들을 '중도 출생 자녀'라고 한다"며 "이들은 어머니를 따라 왔지만,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이들의 사회 정착에 대한 지원 제도도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
탈북민들을 위한 남북사랑학교의 역할도 소개했다. 그는 "남북사랑학교는 2016년부터 탈북 청소년 및 청년, 중도 출생 자녀들을 기독교 상담과 교육을 통해 정서적으로 치유하고 잘 가르쳐, 수도권 대학 또는 기술 전문대학으로 보냈다"며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기독교 신앙으로 정체성을 확립시켜 주는 것, 그들로 온전한 삶의 목표와 비전을 갖고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빌립 목사는 "10-20대 탈북민이 6월 기준 1만 3,025명이다. 남과 북을 경험한 그들이 복음 통일한국을 섬길 다음 세대로 잘 준비돼 세워지도록 정부와 교회가 그들의 교육환경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통일은 함께 살아가는 준비를 하는 것,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하나가 되어가는 것이다.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예수님의 마음을 품을 때 서로 존중하며 하나가 되어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만약 이러한 노력 없이 통일을 맞이한다면,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은 '통일을 위해 우리 형제들을 하나님이 먼저 남한에 보내셨는데, 그들을 왜 외면했는가?' 하고 물을 것"이라며 "하나님께서도 우리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성훈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연구소 |
◈북한 선교 현장, 위기이자 기회
오성훈 박사는 "현재 한국교회의 북한 선교 현장은 위기이자 기회를 맞고 있다"며 "막힌 문이 언제 열리나 바라만 보지 않고, 열려 있는 문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탈북민 선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위기에 대해선 "탈북민 국내 입국 급감으로 탈북민 사역에 큰 위기 요소가 되고 있다. 교회들은 탈북 성도 이탈률 증가와 신규 유입 감소로 당회 및 성도들의 관심이 줄고 재정 및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며 "선교단체들은 국경 경비 강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 감시장비 첨단화 등으로 탈북민 구출·양육 등이 불가한 상황에서 선교사 지원을 계속하기 어려워 철수를 결정하거나 사역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회에 대해선 "신학생을 합쳐 200여 명의 탈북민 목회자가 형성됐고, 교회 수도 55곳에 달한다(4월 기준). 한국교회 내 탈북민 부서 사역에서도 연합과 협력이 본궤도에 올라왔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드 코로나 시대가 도래해 해외 관광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면서, 중국 내 탈북 여성과 자녀들에 대한 사역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 러시아에서 난민 자격을 얻은 탈북민 양육 기회도 확장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오 박사는 "200여 명에 이르는 탈북민 목회자는 통합의 매개자(intermediary of Integration), 이중 문화의 가교자(bicultural bridgehead), 마음과 영혼의 치유자(healer of mind and soul)로서 국내 탈북민들에 대한 전도와 양육의 적임자"라며 "그들을 더 이상 사역 대상이 아닌 동역자로 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년 이상 탈북민 사역을 감당한 베테랑 평신도 사역자들이 많아졌고 초교파 연합 사역도 활성화되고 있다. 그들이 복음을 접했다 이탈한 성도나 전혀 복음을 접하지 않은 탈북민들을 찾아내 정착 도우미가 아닌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돼야 한다"며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 수평적 환대의 공동체, 연결하는 통로 공동체, 탈북민 리더십을 세우는 공동체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복음 통일을 먼 미래에 통일된 한반도에서 이룰 것으로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이곳에서 이룰 수 있는 현재적 목표로 보는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하다"며 "서로 돕고, 배우고, 함께 잔치하는 '콘비벤츠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포럼 주쵸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승영 목사, 박영환 교수, 소장 강병오 교수, 이희용 교수. ⓒ연구소 |
그러면서 "국내 탈북민 선교는 어떤 제약도 없이 북한 사람들에게 마음껏 복음을 전하고 양육하여 헌신된 일꾼으로 세울 수 있는 북한 선교의 현장"이라며 "한국교회가 탈북민들과 '이미 온 통일'을 살아내고 미래에 완성될 '통일의 거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기적이고 꽉 막힌 교회'라는 실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롭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사회는 이희용 교수(서울신대) 사회로 환영인사는 연구소장 강병오 교수(서울신대), 시작기도는 박대훈 목사(전 총회 북한선교위원장), 발제 후 논찬은 황승영 목사(성결신문 국장), 하광민 교수(총신대 통일개발대학원), 조은식 교수(숭실대)가 각각 전했으며, 마무리 기도는 전 연구소장 박영환 교수가 각각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