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92년 3월 필라델피아 근처 비버 칼리지 ESL코스로 유학을 왔습니다. 랭귀지 코스를 마치고 신학교에 들어가 8년 정도 신학을 공부한 후에 한국으로 돌아갈 요량으로 유학을 왔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유학 기간은 길어졌고, 막상 공부를 마쳤을 땐 이런 저런 상황의 변화가 생겨 미국에 남아 목회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습니다.
미국에 남아 목회를 하기로 결정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님의 인도하심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가 한국에서 목회하기를 원하셨다면 10년이란 시간 동안 저를 미국에서 훈련시키실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했고, 또 당시 1세와 2세를 연결하는 사역의 필요가 커지는 것을 보면서 기도 중에, 미국에 남아 그런 사역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에 남아 목회를 하기로 결정했던 또 한 가지 이유는, 한국 목회 환경의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 남기로 결정을 하기 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평소에 존경했던 친구와 교회 개척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친구는 당시 부천 근처 시장 통에서 목회를 하시던 아버지의 교회를 세습해서(?) 개척교회를 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참 어려웠습니다. 생각만큼 사람들이 모이질 않았고, 재정적으로도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요즘은 시장 통에서 교회를 하면 사람들이 오질 않아. 종교 부지를 분양 받아서 교회 건물을 짓던지, 아니면 적어도 아파트 상가 2층에서 교회를 해야 교회가 돼..."
한국에서 개척교회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 고충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 말에는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는 더 충격적인 말을 했습니다. "6개월 안에 성과를 봐야지 안 그러면 교회 문 닫아야 해..." 대출을 받아서 교회를 이전하더라도 6개월 안에 교인들을 모으지 못하면 보증금을 다 까먹기 때문에 교회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마치 세상 사업 계획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꼭 그렇게 해야 하느냐, 날마다 캠퍼스에 나가 전도하고 시장에 나가 전도하면서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공간에서, 없으면 집에서라도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제게 친구가 말했습니다. "홍석아,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네가 한국 떠난 지 너무 오래돼서 현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야..."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면 예수님은 뭐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친구가 말하는 교회 개척은 모든 것이 사람의 계산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더라도 반드시 아파트 상가에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하도 안되고 3층도 안되고, 적어도 이층에서는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 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몇몇 목사들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매여 있었습니다. 교회가 아닌 교회 성장에 매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상적인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현실을 따라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친구에게 이렇게 묻고 싶었습니다. "너는 현실적으로 교회를 개척하려고 하면서 어떻게 교인들에게는 이상적으로 신앙 생활을 하라고 할 수 있니..." 우리가 얼마나 자주 세속적인 생각에 매이는 지 모릅니다. 매이지 않을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주님의 이상적인 말씀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