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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원문과 영역판 비교·대조해, 정확한 번역 노력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작품
본문 관련 성경구절 병기, 인용된 고전 설명할 각주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토마스 아 켐피스 | 최요한 역 | 선한청지기 | 392쪽

"모든 악한 유혹은 우리 영혼의 본성과 하나님에 대한 불신앙에서 시작된다."

"어디에 있든지 어디로 가든지, 하나님을 등지면 불행하다."

"당신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고, 어떤 일이든지 자신이 정말 하나님과 함께하고 있는지를 살펴라."

2천년 기독교 역사 속 고전을 '기독교 명작 베스트'라는 이름의 시리즈로 출간중인 선한청지기에서 세 번째 작품 <그리스도를 본받아(De Imitatione Christi)>를 발간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 1380?-1471)의 잘 알려진 작품이다. 이번 책은 라틴어 원문과 'Christian Classics Ethereal Library' 영어판 저본을 비교·대조해 최대한 원문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했다.

특히 본문과 관련된 성경 구절들을 병기하고, 다양하게 인용된 고전과 그 맥락을 안내하는 각주를 풍부하게 첨가하는 등 독자들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은 지식 없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지만, 학식 있는 사람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라며 "저자가 수도사이자 지식인 출신이어서 성경과 기독교 고전, 그리고 그리스 고전에 대한 이해가 깊었기에, 이러한 내용들을 인용하거나 암시하는 대목들이 여러 군데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토마스 아 켐피스는 아우구스티누스나 토마스 아퀴나스 등 교회의 위대한 스승들의 글과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세네카 등 고대 철학자들과 오비디우스 등 고대 시인들의 작품도 녹아 있다. 이에 고대 문헌들의 인용을 풀이하고,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신앙적 맥락으로 끌어들였는지 설명한 것.

기존 버전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읽으면서 1독을 성공하지 못했거나 읽었지만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독자라면, 이번 책으로 다시 도전할 만하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Noli altum sapere'는 라틴어 성경(Vulgate) 로마서 11장 20절 말씀 중 'noli altum sapere sed time(높은 마음을 품지 말고 도리어 두려워하라)'를 인용한 것이다. 지적 교만을 경고하는 이 문장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전체 주제로도 평가된다. 16세기 화가이자 출판업자인 로베르 에스띠엔(Robert Estienne, 1503-1559)는 이 문구가 들어간 올리브 그림을 그렸다. 그림 버전은 여러가지이며, 선한청지기 출간 도서 표지에 사용됐다. ⓒ위키피디아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제1권 '영적인 삶에 도움이 되는 생각들(25장)', 제2권 '내면의 삶을 이끄는 권면들(12장)', 제3권 '내면의 위로(59장)', 제4권 '성찬에 대하여(18장)' 등 총 4권 114장으로 구성돼 있다. 3-4권은 '제자의 기도'와 '그리스도의 음성'이 반복된다.

이와 함께 책 마지막에 정원래 교수(총신대 역사신학)의 해제를 첨부했다. 정 교수는 "무엇보다 본 저서는 그리스도의 생애를 깊이 묵상하고, 그분의 고난과 헌신 그리고 십자가 죽음의 의의를 성찰한다. 또한 성찬이야말로 그리스도의 삶과 사역 그리고 헌신과 죽음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상징임을 보여준다"며 "신자들이 함께 성찬 예식에 참여하는 것이 어떻게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고 전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읽기와 이해에 대한 '꿀팁' 4가지도 제시했다. ①형식상 잘 알려진 인용문들의 모음집이기에, 앞장과 뒷장의 연결에 주목하고 논리나 체계적 구성을 찾기보다, 해당 장에서 표현하는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②내적 헌신과 실천적 경건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균형 잡힌 하나로의 실천을 목표로 한 근대 경건 운동의 산물이기에, 각 장을 읽을 때 신앙적 의미에 대한 깊은 묵상과 더불어 경건의 실천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③예수 그리스도의 삶 자체가 핵심적인 실제 예시이기에, 각 단락을 읽을 때 예수와 자신의 삶을 서로 대비하며 읽는 것이 유익하다 ④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의 자세를 잘 설명하면서도 유혹과 도전 그리고 시련에 대해 거론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내기에, 저자가 서로 대비시키는 개념들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유익하다 등이다.

선한청지기는 <천로역정>,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에 이어 <그리스도를 본받아>까지 기독교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고전 중의 고전을 '기독교 명작 베스트'에 담았다. 이후에도 영성과 지성이 담겨 있으며 분량이 다양한 기독교 고전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저자 토마스 아 켐피스는 1380(1379?)년 독일 뒤셀도르프 북쪽 라인강 하류 켐펜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아 켐피스'는 켐펜 출신이라는 의미이고, 본래 성은 헤메르켄(Hemerken)이다. 13세 네덜란드 데벤터 공동생활 형제단 학교에 들어가 근대 경건 운동(Devotio Moderna)의 핵심 인물이었던 플로렌스 라데빈스의 영향을 받았다.

20세 때, 형 요한이 부원장으로 있던 즈볼레 아우구스티누스파 수도회인 성 아그네스 수도원에 입회하여 1407년 신앙 서약을 하고 1413년경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1425년에 부원장이 되었지만, 정치적 갈등에 휘말리자 그의 형과 더불어 아른헴으로 옮겨 갔다. 1432년에 그의 형이 죽기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후에 다시 아그네스 수도원으로 돌아와 1448년 다시 부원장이 되었다. 네 번이나 성경 전체를 필사했으며 여러 인물의 전기를 저술하고, 찬송가를 작사하는 등 왕성한 집필활동을 했다. 평생을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으며, 1471년 소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