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정한 일정을 잘 마치고 어젯밤 다시 워싱톤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물론 자비량 부흥회 인도였지만 한국에 가는 김에 두 가지 일을 겸해서 보고 왔습니다. 그중 하나는 작년 우리 교회 주일예배시에 드린 참회와 감사의 기도중 기도문을 내주신 분들의 기도를 묶어 책으로 출판하는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리 교회 성가대의 두 번째 찬양집 CD를 내는 일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일정중 추석 연휴가 사흘이나 겹쳐서 출판사나 CD회사와 시간을 맞추는게 좀 어렵기는 했지만 주일예배 기도시집은 “아침 하늘의 향기되어”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성가대 찬양집은 “주의 향기되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는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오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작지만 예쁘게 나온 기도시집은 출판사에다가 책을 우송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무거운 책을 직접 들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찬양 CD는 2년전 1집을 낼 때 직접 우체국에 가서 국제 소포로 부친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에도 그렇게 부치려고 무거운 CD 박스들을 우체국으로 가져갔습니다. CD를 100개 넣은 박스의 무게가 9.7 kg이라 박스 2개를 테이프로 묶어서 하나로 만들어 부치는 것이 우송료 계산 규정중 가장 저렴하다는 것을 2년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우체국 직원에게 이번에도 그렇게 보내겠다고 했더니 담당 창구 직원은 그렇게 박스 2개를 테이프로 붙여서는 소포로 보낼 수가 없다는 것 입니다. 2년전에 그렇게 부친 경험이 있다고 했지만 그때 어떻게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소포 운송 규정상 그렇게는 안된다고 하면서 박스를 한 개씩 별도로 부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그렇게 보낸 경험이 있지만 규정상 안된다고 하는데 뭐라고 더 할 말이 없어서 그럼 그렇게 해달라고 하면서 가지고 간 박스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니까 박스를 이렇게 포장을 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박스 하나하나를 테이프로 좀 더 견고하게 잘 부쳐서 다시 가져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박스 8개를 테이프로 여러 차례 겹쳐 부치는 작업을 한 시간이 넘도록 해가지고 다시 창구로 가져가서 부치려고 하니 이번에는 창구 담당 직원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직원에게 국제 소포를 부치려고 한다고 하면서 준비한 박스들을 보여주니, 박스들을 같은 주소로 보낼거냐고 물으면서 같은 주소로 가는 소포라면 박스를 두 개씩 합쳐서 하나로 만들어 보내면 비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하려고 했더니 다른 직원이 운송 규정상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해서 박스를 하나하나 포장을 했다고 했더니 박스를 테이프로 묶는 것은 규정상 허용이 안 되지만 두 박스를 커다란 한 박스에 넣어 다시 포장을 하면 된다고 하며 우체국 뒤편 포장센터에 가면 그런 서비스를 해준다고 하면서 그렇게 재포장을 하면 포장비용이 좀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게 한 개씩 보내는 운송비용보다 덜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박스들을 들고 포장센터에 가서 박스 2개씩을 커다란 박스에 넣어 다시 포장을 해가지고 창구로 가서 다시 부치려고 하니까 이번에는 박스당 무게가 20kg이 넘는다고 하면서 국제 소포는 규정상 개당 무게가 20kg을 넘어서는 우송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하니, 포장센터에 가서 포장 무게를 줄여가지고 다시 가져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포장센터로 박스들을 가지고 가서 사정 얘기를 했더니 박스당 무게가 230g씩 초과하는데 초과 하는 무게가 2-30g 정도면 포장 박스를 조금 도려내서 무게를 줄일 수 있지만 그 정도 초과하면 내용물을 줄이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2번씩이나 다시 포장한 것을 또 다시 뜯는 것도 힘들거니와 내용물이 박스에 딱 맞게 넣어진 CD인지라 몇 개를 빼낼 수도 없는 형편이라 아주 난감한 상태로 다시 박스들을 끌고 창구로 가서 직원에게 무슨 다른 방법이 없겠느냐고 했더니 우송비가 좀 비싸기는 하지만 20kg이 넘는 소포는 규정상 30kg까지 부칠 수 있는 국제특급우편(EMS)으로 보낼 수가 있으니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박스 몇 개를 소포로 부치는 단순한 작업도 규정을 따라야 하기에 우체국에서 한나절을 이리 저리 박스를 들고 다니면서 규정에 맞추느라 땀을 흘린 후에야 소포를 부칠 수가 있었습니다.

하찮은 소포를 부치는데도 정한 규정에 어긋나면 부칠 수가 없어서 몇 번이고 다시 고쳐서라도 규정에 맞추어야 하기에 정한 규정에 제대로 따르느라 애를 쓰는 제 자신을 보면서 나는 내 삶을 하나님께서 정한 규정에 따르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생각하니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훗날 하나님의 나라로 보내져야 할 내 삶이 하나님께서 정한 규정에 어긋나서 보낼 수가 없다고 한다면 이를 어쩌나 싶은 마음이 들면서 좀 힘이들고 살기가 불편해도 하나님의 규정에 따라 내 삶도 고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우체국을 나왔습니다.

글/ 이승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