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이 넘는 진통 끝에 정이사 체제로 전환에 성공한 총신대학교(총장 이재서)가 120주년 기념일을 맞아 보수 개혁신학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변화를 다짐했다.
총신대는 14일 오후 2시 사당캠퍼스 백남조기념홀에서 개교 120주년 기념예배를 드렸다. 기념예배에 참석한 학교 및 교단 지도자들은 최근 내홍이 일단락된 데 대해 안도감을 내비치면서 개혁을 위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1901년 평양의 마포삼열(Samuel A. Moffett) 선교사의 작은 집에서 2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조선예수교장로회신학교를 모체로 삼고 있는 총신대는, 예장 합동 교단 총회 직영신학교로서 개혁주의 신학으로 실천적 인재 양성을 위해 힘써 왔다. 최근 임시이사에서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고 김기철 재단이사장을 선출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신학대학원 부총장 김창훈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1부 예배에서는 총회총무 고영기 목사의 기도와 총회서기 김한성 목사의 성경봉독, 교회음악과 학생들의 찬양에 이어 예장 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총회장 소강석 목사는 "새로운 이사장님과 이사님들은 사학법을 지키되, 동시에 총회의 영적 지도와 신학적 감독 속에서 더욱 부흥하고 도약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송경호 기자 |
120주년 직전 정이사 체제로... "학교-총회 함께 가야"
소 목사는 "무엇보다 정통 보수신학과 개혁신학을 지켜왔다는 데 120주년의 의의가 있다"며 "총신대는 한국 장로교의 발원지였기에 장로교회를 세우는 마침의 역할을 해야 한다. 부흥의 진원지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통일한국 시대를 대비해 민족의 아픔과 눈물을 씻겨 주는 제사장적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런 역사적 토대 위에 서 있음에도 교단까지 갈라질 위기에 처하고 결국 임시이사 체제를 맞았었다"며 "새로운 이사장님과 이사님들은 사학법을 지키되, 동시에 총회의 영적 지도와 신학적 감독 속에서 더욱 부흥하고 도약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120주년을 임시이사 체제 속에서 맞았다면 가슴 아팠을 뻔했다. 다행히 정이사 체제에서 맞게 되어 감사하다"며 "신임 김기철 재단이사장님께서 총신대를 잘 섬겨주시시라 확신한다. 총신이 120주년을 맞아 글로벌 신학교로 거듭니갈 바란다"고 전했다.
김기철 신임 재단이사장 "인내심 갖고 도와 달라"
▲김기철 신임 재단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 총회와 연결고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총회는 인내심을 갖고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송경호 기자 |
이어 2부 순서에서 축사를 전한 신임 재단이사장 김기철 목사는 "총회장님을 비롯해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위해 앞장서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정견발표 때 말씀드린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이사회에 공인회계사, 대기업 컬선팅 전문가, 법인이사 경험자, 교육 개혁 경험자, 법률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음을 강조한 뒤, "이분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모은다면 대학가에 쓰나미처럼 불어닥친 위기 속에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사장으로서 총회와 연결고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총회는 인내심을 갖고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축사를 전한 총회 부총회장 배광식 목사는 "한 세기를 뛰어 넘어 또 다른 세기를 향해 도약하는 길목에서 120주년을 맞았다"며 "종교적·세속적 다양화의 물결 속에서 흔들렸었다. 선배들의 신앙을 버렸고, 신앙 공동체 의식도 사라졌다. 학문적 날카로움과 담대함도 줄고, 세속적 가치관을 무비판과 무성찰로 인용하고, 외부의 권력에 의존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용주의와 대중화의 물결에서 성경의 실마리를 찾고 거룩함과 자기 경건의 훈련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는가"라며 "대각성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와 교회, 교단적 역량을 모아 성경의 진리 위에 선지적 사명을 감당하자"고 전했다.
축사를 전한 신학대학원 총동창회장 옥성석 목사는 "개교 120주년을 맞아 여호와의 은혜가 넘치는 큰 복이 임하기를 바란다"고, 대학총동창회장 박성규 목사는 "개혁신학을 지켜온 것, 한국교회와 사회를 이끈 리더를 배출한 것, 목숨 건 헌신자들로 학교를 반듯이 세운 것을 축하드린다"고 전했다.
이재서 총장 "지금까지 잘했고 앞으로도 잘할 것... 격려해 달라"
▲이재서 총장은 "총신대는 지금까지도 잘해 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하려 한다. 칭찬과 격려, 힘을 보태 달라. 그것이 총신이 잘되게 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송경호 기자 |
이어 인사말을 전한 이재서 총장은 "총신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받아 개혁신학에 입각한 교육이념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공정, 투명, 소통을 통해 기본이 바로 선 신앙 위에 총신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총신대는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잘하려 한다. 칭찬과 격려, 힘을 보태 달라. 그것이 총신이 잘되게 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학대학원 학생대표 이요한·박예찬, 대학 학생대표 엄정현(교회음악과)·원형섭(신학과)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한편 총신대는 기념예배에 이어 14일 오후 4시 12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를 진행했다. 발제는 박용규 교수(신학대학원 명예교수)가 '총신 120년 역사, 신학, 영향: 평양장로회신학교로부터 총신대학교까지 1901-2021'를 주제로 전했다.
저녁 6시에는 기념 감사음악회도 현장 및 온라인 예배 형식으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