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과 및 동행하는 사람들은 바나바의 고향 구브로 선교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선교팀은 바보(Paphos)에서 배를 타고 밤빌리아에 있는 버가(Perga)로 갑니다. 그들은 제1차 전도여행 때 왕복 2회에 걸쳐 버가를 통과하였습니다(행 13:13,14:24∼25). 갈 때에는 버가에서 선교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고, 돌아오는 길에 버가에서 복음을 전합니다(행14:25).
버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 있는 도시입니다. 먼저 선교팀의 리더가 바나바에서 바울로 바뀝니다. 이전까지는 바나바와 사울 두 사람의 이름을 언급할 때 바나바부터 언급합니다. 그러다가 버가를 향할 때부터 선교팀을 '바울과 및 동행하는 사람들'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사울이라는 이름 대신에 바울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사용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은 마가의 이탈입니다. 마가는 일행이 버가에 도착할 때 선교팀을 이탈하여 예루살렘으로 돌아갑니다. 이 일은 2차 선교여행을 출발 할 때 바울과 바나바가 심히 다투고 헤어지는 원인이 되었습니다(행13:13∼14, 15:36~41). 선교여행에 동행하던 마가가 선교팀을 이탈한 이유를 성경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신약신학자들이 마가가 선교팀을 이탈한 이유들을 찾았습니다. 혹자는 마가가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로 넘어 가는 산길이 너무 험해서 떠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버가 북쪽에 있는 높은 고산 지대가 마가가 선교여행을 포기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그만큼 버가의 북쪽은 높은 산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혹자는 마가는 바보(Paphos)섬에서 바울이 채찍에 맞는 고난과 고통을 목격하고 두려워 떠났다고 합니다. 선교현장의 고난을 두려워 마가가 돌아갔다고 합니다. 또 높은 산을 넘어 전도여행을 해야 하는 일정을 바라보며 그 고난을 감당하지 못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혹자는 선교팀 내부 리더십의 변화가 마가가 선교팀 이탈의 이유라고 주장합니다. 바울이 엘루마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서기오 총독을 변화 시켰습니다. 아울러 바보 주민들도 다수 회심했습니다. 그래서 바울이 선교팀 리더가 되자 삼촌 바나바를 따라 나섰던 마가는 돌아갔다고 주장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견해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마가가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으로 고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는 바울이 선교 현장에서 구약의 율법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에 실망한 마가는 바울의 선교팀을 떠났다고 주장합니다. 여하간 버가는 선교팀의 변화가 이뤄진 곳입니다.
버가는 바울이 방문했던 소아시아의 첫 도시입니다. 버가의 역사는 알려진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고대 해안도시 버가는 밤빌리아 지방의 중심도시로 B.C. 13세기경 건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리디아왕국에 이어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았고 알렉산더대왕이후 더욱 번성합니다. 버가의 최고 번성기는 로마 시대였다고 합니다.
버가의 성벽은 BC 3세기께 건축된 것으로 견고해서 외침을 잘 견디었습니다. 이런 견고한 성을 힘입어 버가는 밤빌리아의 주요 토착 성읍으로 자리 잡습니다. 버가는 헬라와 로마의 지배를 받아서 헬레니즘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버가에는 그리스 로마 스타일의 원형 극장이 있는데 1,4000명의 관중석이 있는 대형 극장입니다.
버가의 종교 문화는 그리스와 유사합니다. 버가는 에베소와 함께 아데미 여신을 숭배했던 아시아의 주요 도시였습니다. 버가 시가지 외각 언덕에 서 있는 화려한 아데미 신전은 버가가 자랑하는 문화재였습니다. 그들의 종교 문화와 제의는 고대 그리스와 에베소 그것과 유사했습니다. 아데미 여신의 성격은 에베소와 비슷하고 때로는 고대 그리스에서처럼 수렵의 여신으로서 숭배되었습니다. 아데미 여신은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아라비아 지역에서도 숭배했던 여신입니다.
아데미 여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12신중의 하나입니다. 제우스의 딸이자 아폴로의 쌍둥이 여동생입니다. 티탄족 여신 레토는 사촌인 제우스와 사랑을 해서 아데미와 아폴론을 임신합니다. 하지만 질투심이 불탄 헤라의 방해로 온갖 고초를 당하다가 제우스의 부탁들 받은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델로스 섬에서 아데미와 아폴로를 출산합니다. 아데미는 평생 남자들을 멀리하고 숲에서 사냥을 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버가에는 또 아고라가 유명했습니다. 아고라는 아테네에서 유명했고, 에베소에서도 유적이 있습니다. 버가의 아고라 규모는 에베소에 버금가는 규모였습니다. 아시아의 아테네로 인정받았던 에베소와 아고라 규모가 같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버가 시민들의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버가를 출발한 선교팀이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향합니다.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가려면 험하기로 유명한 타우러스(Taurus) 산맥을 넘어 야 했습니다. 약 100마일의 산길도 어려웠지만 여정에 도사리고 있는 큰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계곡물의 범람이었습니다. 갑작스런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이 범람하여 큰 사고가 빈번 했답니다. 더욱 어려운 것은 험난한 산길에 갑자기 나타나는 강도떼(Bandits)로 악명 높았습니다. 선교팀은 험산준령을 넘어 새로운 선교지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