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유대인들에게 당당하게 자신이 정통 유대인이라고 주장할 만한 뼈대(?) 있는 유대인이었습니다. 유대인 바울을 이해하려면 그가 가말리엘 문하생과 바리새인으로 자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복음서에 등장하는 바리새인들 중에 니고데모처럼 예수님과 좋은 관계를 맺은 사람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방해한 존재로 부각됩니다.
예수님 당시 바리새파가 다른 종파보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당시 종교권력가들이었던 사두개인들은 부활과 내세를 믿지 않았고, 율법 준행에 열심을 품었습니다. 반면 바리새인들은 부활과 내세를 믿었고 모세와 선지자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고자 하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의 책망을 받은 이유는 예수님 시대 바리새인들이 중요한 사실들을 놓쳤는데, David Payne은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바리새인은 예수님을 메시아를 받아들이는데 실패했습니다. 둘째, 바리새인은 인간들이 만든 명령, 자신들의 전통에 집착했습니다. 그들은 소위 "구전(Oral law)"에 지나치게 의존했습니다. 셋째, 바리새인은 인간의 칭찬과 박수를 지나치게 기대했습니다.
바리새인들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출발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유다가 바벨론에 의해 지배를 당한 후부터 유대인들은 계속 타민족의 지배를 받습니다. 바벨론, 페르시아, 그리스 그리고 로마에게 정복당합니다. 그 중에 안티오커스 4세가 예루살렘을 침공해 성전에서 제우스신에게 제사를 드리고, 많은 유대인들을 죽입니다. 구약성경의 성전 제사와 율법을 모독하는 만행이었습니다. 이에 마카비 혁명이 일어나 독립을 합니다.
이렇게 마카비 혁명으로 세워진 하스몬 왕가는 스스로 '이스라엘의 왕족'이라고 주장하며 무리한 일을 추진합니다. 왕이 대제사장을 겸합니다. 일반 백성들과 전통을 지키려는 귀족들은 도무지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우선 대제사장을 배출했던 사독 계열 사제 가문이 아니었고, 왕이 대제사장을 겸임하는 것이 유대의 전통을 파괴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때 많은 서기관들과 랍비들을 중심으로 신앙전통을 세우기 위해 바리새파가 형성됩니다. 바리새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파루쉬(הפרושים)"입니다. 파루쉬는 '구분되다'라는 의미로 이방인과 부정과 타락에서 분리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방인의 지배를 받는 것이 자신들의 죄 때문임을 회개하며 구분된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칩니다. 바리새 운동은 경건운동입니다. 그들은 하나님 말씀을 지키려는 충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유대사회는 바리새인을 칭송합니다. 그들의 경건과 열정에 상당한 존경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위선자로 책망합니다. 왜냐하면 바리새인들은 하나님을 잘 섬기고 하나님 앞에 바로 살기를 결심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경건한 삶이 인간적인 자랑거리로 바뀌면서 예수님의 걸림돌이 되는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바리새인들에 대한 가장 중요한 자료는 요세푸스의 역사자료입니다. 바리새인인 요세푸스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남깁니다. 요세푸스에 의하면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 인구가 약3만 명이었는데, 바리새인들의 수가 약 6천 명이었다고 합니다. 바리새인의 세력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바리새인들을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자(Men-pleasers)들'이라고 혹평합니다. 바리새파는 헬라 스토익 학파의 구조와 운영방식을 모방했다고 합니다.
바리새인이 되기 위해서는 세 명의 바리새인 앞에서 바리새 회의 규칙을 지킬 것을 맹세하고 1년간 예비 기간을 갖습니다. 이 때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도 회원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규칙은 이렇습니다. "첫째, 회원이 아닌 사람과는 식사하지 않는다. 둘째, 회원이 아닌 제사장에게는 십일조를 내지 않는다. 셋째, 일주일에 두 번 금식한다."등등입니다. 그들은 경건을 도모했지만 그들은 사람들을 차별하고 분리하는 사람들입니다.
바리새인의 신앙자료는 초대 교회 공동체가 읽고 유통한 것으로 알려지는 위경(Apocrypha)인 '솔로몬의 시편(Psalms of Solomon)'에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1세기 말에 기록된 바룩서가 솔로몬의 시편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최소한 1세기 말엽이전에 솔로몬의 시편이 기록되었습니다. 이 솔로몬의 시편이 그리는 바리새인의 신앙은 경건한 보수주의 신앙입니다. 철저한 율법 중심의 바리새파의 신앙을 솔로몬의 시편은 전해주고 있습니다.
바울은 이런 바리새인으로 자랐습니다. 바울은 철저한 바리새인이었습니다. 바울이 예수님과 그 제자들을 보니 사이비 같았습니다.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안식일 규례와 정결법을 잘 지키지 않습니다. 나아가 예수님은 목숨보다 더 소중한 '성전을 헐라 그러면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고 말했답니다. 성전을 모독합니다. 그런데 이 예수가 메시아라고 합니다. 기가 막힐 일입니다.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핍박하였습니다.
미숙한 젊은 바리새인 바울은 예수 추종자들을 핍박했습니다. 미숙한 바리새인이 예수님을 만나 성숙해 지니 율법의 문제를 인식합니다. 그러나 바울은 여전히 바리새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을 크리스천 바리새인이라고 부릅니다. 바울은 바리새적인 경건과 열정을 가진 선교사였습니다. 세계를 뒤집어 버렸습니다. 바울은 예수만난 바리새인, 변화된 바리새인으로 평생을 살았습니다. 바리새인의 열정과 경건으로 교회들을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