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육신 입고 이 땅 가운데 오신 예수님
인간의 모든 것들 다 아시고 이해하시는 분
그래서 함께 기뻐해주시고 즐거워해주신다

공감하는 능력

로먼 크르즈나릭 | 김병화 역 | 더퀘스트 | 360쪽

인류는 삭막하고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시대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일까? 공감이다.

숭실대학교 장정빈 교수는 <공감이 먼저다>에서 공감이 이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새로운 경쟁력 중에 하나라고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인류의 역사가 신앙의 시대와 이성의 시대를 거쳐 공감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지성 작가도 <에이트>에서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인공지능의 주인이 되는) 능력"은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동정과 공감은 차이가 있다. 동정은 상대방을 나의 입장과 생각대로 이해하는 것이라면 공감은 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과 생각대로 이해해 주는 것이다.

동정은 결과에 이끌리지만, 공감은 과정에 충실하다. 동정은 상대방의 마음에 부끄러움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지만, 공감은 그의 아픔과 상처를 감싸고 보듬어 준다.

샤인엔족 인디언의 속담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네 이웃의 모카신을 신고 두 달 동안 걸어보기 전에는 그를 판단하지 마라."

21세기는 '공감의 시대'라는 말을 많이 들어, 누구나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하다고 인식만 하고 있을 뿐 정작 공감 능력을 어떻게 키워가야 할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로먼 크르즈나릭의 <공감하는 능력>은 바로 이런 고민을 가지고 쓴 책이다.

로먼 크르즈나릭는 <옵저버(The Observer)>지에서 영국의 대표적 '라이프스타일 철학자'로, 거명한 철학자이며 문학사상가이자 작가다. '삶의 기술'을 전파하는 런던 인생학교의 창립 교수진이자 국제적인 공감 전문가이다. 옥스팜과 유엔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됨의 핵심에 공감이 있음을 깨닫기 시작하자 '자기 자신 우선주의'라는 열망은 낡은 사고방식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존재한다"고 말하는 데카르트 시대에, "네가 존재한다. 따라서 내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공감의 시대로 넘어가는 대이동의 길목에 서 있다.

공감의 시대에 공감의 중요성을 인지한 저자는 이런 물음 던졌다. "우리의 잠재적 공감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저자는 이 질문의 해답을 찾느라고 십수 년을 보냈다.

실험심리학에서 시작해 사회사, 인류학, 문학 연구까지, 또 정치학에서 두뇌과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진 공감에 관한 연구를 파고들었다. 그 과정에서 이 분야를 개척해온 '공감 능력자'들의 생활에 관심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저자는 자기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를 완전히 실현하고 싶다면, 공감능력자들이 가지고 있는 6가지 습관을 최대한 계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촛불 사망 환상 슬픔 애도 공감
▲ⓒ픽사베이

저자는 그 6가지 습관을 이 책에서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기록하고 있다. 6가지 습관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습관: 두뇌의 공감회로를 작동시킨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공감능력을 얼마나 많이 갖고 태어났는가가 아니라, 그것을 개발할 의사가 얼마나 있으며 어느 정도 개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 동안 공감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놀라우리만치 유연하다. 말하자면, 두뇌는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신경회로는 재설정될 수 있다. 공감능력은 어떤 면에서는 음악능력과 비슷해, 부분적으로는 타고나고 부분적으로는 양육에 의존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음악적 재능을 갖고 나온듯한 사람들이 가끔 있다. 이들은 절대음감이 있고, 어떤 악기든 손에 들면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성도 학습될 수 있는 능력이다. 어렸을 때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마흔다섯 살 난 사람도 열심히 연습한다면 멋드러지게 기타를 연주할 수 있다. 공감도 바로 이와 같다.

두 번째 습관: '상상력을 발휘해 도약'한다

공감이 우리에게 그토록 좋은 것이라면서, 또 그것이 우리 두뇌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우리는 왜 더 많이 공감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우리 앞에 공감적 상상의 완전한 표현을 가로막는 네 가지 근본적인 사회적, 정치적 장벽이 서 있기 때문이다.

그 장벽의 이름은? 편견, 권위, 거리, 부인이다. 만일 그 장벽들을 넘어갈 생각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그 장벽들이 우리가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는 걸 어떻게 가로막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지켜보면, 그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그들의 비결은 다른 사람의 정신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의식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도약하는 것이다.

세 번째 습관: 새로운 체험에 뛰어든다

메소드 연기는 공감능력이 높은 사람들이 가진 주된 습관 가운데 하나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체험을 통한 공감이라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기꺼이 뛰어드는 습관 말이다.

다른 사람들의 처지가 되어보는 최선의 방법 가운데 하나는 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 그래서 자신의 피부와 심리에 각인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개성의 융합(이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 신념, 감정의 한계 밖으로 나가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남자가 여자를 연기할 때, 부자가 빈민을 연기할 때, 젊은이가 노인을 연기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다. 공감하는 사람은 최고의 배우들처럼 민감하고 다재다능하고 상상력이 풍부해지려고 노력한다.

네 번째 습관: 대화의 기교를 연마한다

역사가 시어도어 젤딘은 "생각은 거대한 어둠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고 말한다. 대화는 그 어둠을 꿰뚫을 수 있게 해준다. 대화는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연인, 낯선 사람, 적, 친구 등 인간이라는 우주의 마음 속으로 빛을 비춘다.

대화와 공감은 서로 밀접하게 엮여 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특별할 것이라곤 없던 대화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또 한편으로 대화 자체에는 공감에 토대를 둔 연결을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런 대화와 대화가 합쳐져 선순환을 만들며, 서로의 기반이 되고 서로를 보강해준다. 이는 대화 단절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려 할 때, 또 공감 결핍이라는 문제를 다룰 때 좋은 소식이다.

다섯 번째 습관: '안락의자 여행자'가 되어본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말과 그림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고작해야 2차적인 경험밖에 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다룰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저 '공감문학'일 뿐이라고 소홀히 취급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다.

왜 그럴까? 지난 여러 세기 동안 예술이 아동 노동에 반대하는 투쟁이든 반전운동이든 어떤 행동을 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공감적 자아를 떠밀어 보낸 길고 뚜렷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책과 예술작품을 소비할 때 어떻게 해야 분별력을 가질 수 있고, 재미만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감하며 참여할 수 있을지 탐구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것을 '안락의자 공감', 즉 자기 집 거실에 앉아서도 해볼 수 있는 공감여행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섯 번째 습관: 주변에 변화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사람들은 글귀가 새겨진 티셔츠를 많이 입는다. 그러나 글귀 중에 '공감혁명'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공감이란 주로 사회와 정치의 근본적 변화보다는 개인들의 인간관계와 연관되는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공감을 사적 생활 영역에서 구해내 공적 생활도 바꿀 만한 잠재력을 발산시킬 때가 되었다. 이 일을 하려면 우리는 공감이 개인적인 현상만이 아니라 집단적인 현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뭉쳐 상상 속으로 도약해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공감은 역사의 지형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 공감여행의 최고 목표 지점은 빈곤과 불평등, 무장폭력과 환경 파괴에 이르는 우리 시대 긴박한 문제에 대처하는 데 한몫 할 집단적 공감의 파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공감의 미래는 각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 개인적으로 선택한 것에만 달려 있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공감이 사회 변화를 위한 힘으로서의 혁명을 달성하기를 바란다면 더 깊은 곳에서 문화적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공감 혁명을 확산시키는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첫째, 공감대화. 둘째, 공감도서관. 셋째, 공감박물관이다.

로마서 12장 15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한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곧 바울 사도는 로마 교회 성도들을 향해서 함께 공감해야 즐거워하는 자들과 우는 자들과 함께 공감해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다.

예수님은 인간의 육신을 입고 이 땅 가운데 오셨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겪어야 하는 모든 희로애락을 경험하셨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 인간들의 모든 것을 다 아시고 이해하시는 분이시다.

우리의 아픔과 상처도 다 아시기에 같이 아파해 주신다. 우리의 기쁨과 즐거움을 다 아시기에 함께 기뻐해주시고 즐거워해주신다. 같이 공감해 주신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무엇보다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공감해주셨던 것을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공감해 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고 그리스도의 편지가 되어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희망도 습관이다'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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