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박사님이 본지에 '조직신학 에세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게재합니다. 정성욱 박사님은 세계적인 복음주의 신학자로,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학위(M.Div.)를, 영국 옥스퍼드 대학 신학부에서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 지도 하에 조직신학 박사학위(D.Phil.)를 받았습니다. 현재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신학대학원(Denver Seminary) 조직신학 교수이자 아시아 사역처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사람이 자기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자신의 죄를 회개 (repentance)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과 구주로 믿고 영접하는 순간 "회심" (conversion)의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회심의 사건은 회개와 믿음 (faith)으로 구성된다. 이 회심의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동시적으로 우리의 영혼은 거듭나게 되며 (regeneration), 성령의 인치심 (sealing of the Holy Spirit)과 내주하심 (indwelling of the Holy Spirit)이 있게 되고, 성령을 통한 그리스도와의 연합 (union with Christ), 양자됨 (adoption)과 칭의 (justification)와 확정적 성화 (definitive sanctification)의 놀라운 사건들이 함께 일어난다.
이후 성도는 영적으로 자라나는 과정 (process of spiritual growth) 즉 점진적으로 그리고 실재적으로 거룩하게 변화되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 과정을 우리는 "점진적, 실재적 성화" (progressive and practical sanctification)라고 부른다. 이 성화의 과정에서 성도는 매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첫째, 성화의 과정은 평생 동안 지속됨을 기억하라.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성도들은 예외 없이 성화의 도상에 있다.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 (엡 4:13)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어떤 성도가 다른 성도보다 상대적으로 성화에 있어서 진보한 상태에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성도의 성화과정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주님이 우리를 당신의 품으로 부르실 때까지 우리는 평생 동안 거룩한 변화의 과정 중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성화의 과정은 영적 상승 (spiritual ups)와 영적 하강 (spiritual downs)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우리는 때로는 마치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오른 것과 같은 영적 극치의 경험을 하지만, 때로는 그랜드캐년의 깊은 골짜기에 내려 꽂힌 것 같은 영적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때로는 주님의 은혜에 감격하여 전심으로 주님을 사랑하며 전적으로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지만, 때로는 심각한 유혹에 빠져 범죄하고, 또 영적인 방황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영적 극치를 경험한 실례는 사도 바울이 소위 삼층천을 경험한 사건이다. 바울과 같이 우리가 삼층천을 경험하지는 못할지라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 속에서 영적인 상승의 경험을 하게 된다.
셋째, 성화의 과정은 죽임 (mortification)과 살림 (vivification)의 과정임을 기억하라. 여기서 죽인다는 것은 우리 가운데 남아있는 죄와 죄의 소욕을 죽이는 것이다. 죄와 죄의 소욕을 죽이고, 쳐 복종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성령의 검이다 (엡 6:17). 성령의 검인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남아있는 죄의 정욕을 제거하는 영적 메스, 수술칼이다. 또한 여기서 살린다는 것은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을 선택하고, 성령이 주시는 소욕을 따라 살아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성령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잔존하는 죄와 육체의 소욕을 선택할 것인가? 이 선택의 싸움에서 우리는 성령의 능력과 인도하심을 힘입어 성령을 선택하는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갈라디아서 5장 16-18절은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내가 이르노니 너희는 성령을 따라 행하라 그리하면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아니하리라. 육체의 소욕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은 육체를 거스르나니 이 둘이 서로 대적함으로 너희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 너희가 만일 성령의 인도하시는 바가 되면 율법 아래에 있지 아니하리라."
넷째, 성화의 과정은 벗음 (putting off the old nature과 입음 (putting on the new nature)의 과정임을 기억하라. 벗음이란 옛사람을 벗어버리는 것이다. 옛사람의 소욕, 생각, 태도, 말, 행동을 점진적으로 벗어가는 것이다. 입음은 새사람을 입는 것이다. 성령이 주시는 소욕, 성령의 생각, 거룩한 태도와 말과 행동을 점진적으로 계속해서 입어가는 것이다. 주님이 우리를 당신께로 부르시는 죽음의 순간 우리의 영혼은 죄로 물든 몸을 벗어버리고, 완전히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존재로 변화된다. 그것이 "영화" (glorification)의 사건이다. 물론 이 때의 영화는 우리 영혼만의 영화이다. 장차 주님이 재림하실 때 우리 육체도 부활하여 영화된다.
다섯째, 성화의 과정에서는 우리는 심각한 백 슬라이딩 (backsliding) 즉 영적 타락 (spiritual lapse)을 경험하게 되며, 때로는 영적 침체나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여기서 심각한 백 슬라이딩의 실례로 가장 좋은 것은 다윗의 타락일 것이다. 다윗은 "하나님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는 놀라운 칭찬을 들었지만, 그의 전성기가 왔을 때 자기의 신복 우리아의 아내인 밧세바를 강제로 취하고, 우리아까지도 전장에 나아가서 살해되도록 음모를 꾸몄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죄악이었고, 하나님은 다윗의 죄에 대하여 진노하셨다. 다윗의 영적 타락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지만, 끝내 하나님은 그를 다시 회복시켜 주셨다. 심각한 백 슬라이딩 외에도 성도들은 성화의 과정에서 심각한 영적 침체 (spiritual depression)를 경험하고, 수개월 심지어 수년 동안 영적 방황기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영적 침체로부터 회복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기도와 말씀묵상 그리고 성경적인 상담이나 멘토링 같은 방법을 사용해서 영적 침체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성도의 성화과정은 매우 드라마틱한 과정이다. 롤러 코스터와 같이 높이 상승했다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떨어지기도 하는 경험을 반복한다. 성도의 성화과정을 가장 잘 묘사한 작품인 청교도 작가 존 번연 (John Bunyan, 1628-1688)의 [천로역정] (The Pilgrim's Progress)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기독교 고전이 되었다. 천로역정은 성도들이 경험하는 성화의 과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해 주고 있다. 이 작품이 많은 성도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이유는 모든 성도들에게 있어서 성화의 과정이 매우 중요한 관심사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번 글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성화는 결코 구원의 조건이나 공로가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칭의되어 구원받은 결과요 열매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지체들이 이 진리에서 결코 흔들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