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사랑하는 정광자 권사님의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더 많은 교우들이 함께 참석했었어야 할 장례식이었지만 현재 코비드19 팬데믹 상황때문에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평생을 고독하게 사셨던 권사님이셨는데, 떠나실 때도 그렇게 보내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위로가 저의 슬픔을 소망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권사님의 삶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성경 인물이 한 분 계십니다. 바로 안나 선지자입니다. 누가복음 2장에 보시면 하나님이 약속하신 이스라엘의 위로, 다시 말하면 메시아를 기다리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사람은 시므온이란 이름의 제사장이고 한 사람은 안나라는 이름의 여선지자입니다. 제가 권사님을 생각하며안나 선지자를 떠올렸던 이유는, 그 분의 삶이 권사님의 것과 많이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고난이 많았던 여인이었습니다. 나이가 많아 늙었다고 했고, 결혼한 후 일곱 해 동안 남편과 함께 살다가 남편을 잃었다고 했고, 84세까지 수절하면서 늘 성전에서 금식하고 기도하던 경건한 여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고된 기다림의 끝자락에서, 결국 그토록 대망하던 메시아를 만났던 여인이었습니다.
누가복음 2:25에 보시면, 시므온이 죽기 전에 메시아를 볼 것이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씀합니다. 그는 그것을 믿었고 또 기다렸습니다. 하나님이 약속하신 이스라엘의 위로는, 그가 매일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가 되었고, 매일 밤 잠을 청하며 내일을 기다리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난지 8일이 되어 할례를 받으러 나오는 아기 예수를 보는 순간, 자신이 기다려온 이스라엘의 위로가 바로 그 아기였다는 것을 깨닫고 29절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도다..." 시므온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었습니다. 그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그 말씀이 하루를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위로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순간,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다고 고백하며 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영광스럽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전에 머물며 기도하고 있던 안나 선지자도 시므온과 함께 이스라엘의 위로를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권사님도 늘 기다리는 삶을 사셨습니다. 아직도 새색시였던 시절,학도병으로 전쟁터에 끌려갔던 남편이 돌아오지 못했을 때 권사님의 마음이 어떠셨을까요? 90이 넘도록 70년을 수절하시면서 얼마나 간절하게 그 남편을 기다리셨을까요? 그렇게 남편을 기다릴 수 있었던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사랑이 아니었을까요? 예수님을 만나신 뒤에도, 권사님은 여전히 기다리는 삶을 사셨습니다. 통증때문에 교회에 나오지 못하게 되셨을 때도, 권사님은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셨고, 아직도 하나님께 돌아오지 못한 아들을 위해서 마지막 숨을 쉬실 때까지 기도하셨습니다. 권사님의 삶은 한마디로 기다리는 삶이었습니다. 남편을 기다리는 삶을 사셨고, 아들을 기다리는 삶을 사셨고, 이스라엘의 위로,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시는 삶을 사시다가, 결국 시므온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마지막 숨을 쉬셨으리라 믿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먼저 가신 권사님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면서 참된 위로를 기다리는 삶을 살아가실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