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 임성빈 박사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교회가 본질을 회복하며 '안전한 곳이며 동시에 세상의 안전함을 넘어 위험한 교회'가 될 것을 강조했다.
임 박사는 예장 통합(총회장 김태영 목사) 주최로 15일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 대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사를 전했으며, 임 박사 외에도 김기태 박사(호남대학교), 김호기 박사(연세대학교) 등이 나서 코로나19 사태 전후의 한국교회를 진단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강연을 전한 임 박사는 "향후 수십 년 후에나 도래할 것이라 예상했던 미래를 갑작스레 맞이하는 문명사적 분기점에 있는 한국교회 역시 대내외적으로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코로나 시대 속에서 교회 공동체는 공적 역할 뿐만 아니라, 목회적으로 교회됨의 본질을 회복하는 매우 시급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고 말했다.
세계사적으로 역사적 재난 중 하나인 리스본 대지진을 예시로 신앙적, 철학적, 사회과학-자연과학적, 정치적 해석을 한 임 박사는 "리스본 대지진이라는 재난은 포르투갈 기독교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며 "종교개혁 사상을 흡수하며 급격한 변화를 겪는 동안 포르투갈은 오히려 중세 시대로 회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리스본 지진은 제도적 종교의 거짓 권위를 뒤흔들고, 철학의 계몽적 낙관주의에 도전했으며, 이신론적 신학과 통속적 신앙에 궁극적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어떠한가? 코로나19는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회의 민낯을 드러냈다"며 "전통 종교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악을 조장하는 이단, 공적 책무를 방기한 기독교, 전통적인 운영 방식을 탈피하지 못하는 교회, 생태계의 교란을 가지고 온 탐욕적 사회, 물질주의에 함몰된 자본주의 등, 수면 아래 감춰져서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평범한 대중에게도 드러났다. 이에 신학자들도 응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인간의 삶과 죽음, 생명이라는 신학적인 주제를 다시 묻기 시작했다"며 "사회적 관계와 사람들의 사이의 만남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했다. 어떤 이들은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를 물었고, 인간과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다양한 환경을 연구하고 생태계 전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또 어떤 이들은 피조 세계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성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이웃이 '나'의 생명과 긴밀히 연결됨 깨닫게 해
인간의 욕망이 필요를 압도하자 자연과의 관계 뒤틀려
모두 신음하는 재난 속에서 죄와 고통의 현실 인식해야
철학과 사회과학, 정치와 언론 등 일반은총 영역에 관심
임 박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의 지향점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첫째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꼽았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교회와 신앙인들의 삶에서 제일가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교회와 신앙인들의 첫째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행해야 하는 것이 이웃을 향한 사랑이다. 신앙이 성숙해질수록 그 이웃의 범위는 넓어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신앙인에게 이웃이 단절되거나 무관한 존재가 아니라 '나'의 생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했다. 이웃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성찰을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교회는 신앙인들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사랑하시고 구원받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복음의 삶을 살아가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로 '하나님 나라 중심의 세계관과 가치체계에 대한 신앙'을 꼽은 임 박사는 "왜 박쥐에 서식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됐을까? 박쥐가 인간을 찾아온 것도 아니고 바이러스가 박쥐를 선동한 것도 아니"라며 "하나님께 허락받은 것 이상을 욕망하는 인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가 자연을 돌보는 청지기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며, 무분별하게 자연을 이용하고 탐욕스럽게 피조세계의 질서를 파괴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의 욕망이 필요를 압도하자 자연과의 관계가 뒤틀리며 재난이 일어났고, 재난은 다시 사회 전체를 뒤틀었다. 이런 총체적인 뒤틀림은 결국 인간을 혼란과 불안감이 팽배한 위기사회로 내몰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는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를 넘어서는 하나님 나라 중심의 세계관과 가치체계에 대한 신앙을 명확하게 세워가도록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셋째로 '고통의 현실 속에 고난당하는 이웃과 사회를 위하여 하나님의 일을 행하는 신앙'을 강조한 그는 "마스크 한 장으로 인하여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주일예배를 어떻게 드려야 하느냐는 주제가 교회만이 아니라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는 일상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즉 하나님 나라 중심의 세계관과 가치체계에 따른 신앙적이며 사회적인 실천은 매우 이상적 주장으로 보이는 현실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모두가 신음하는 재난의 상황 속에서 신앙인들이 악과 죄와 고통의 현실을 깊이 인식하고 고난당하는 이웃을 마주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세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로 '철학과 사회과학, 정치와 언론 등 일반은총의 영역에 대한 관심'을 꼽은 임 박사는 "하나님은 세상의 창조주이시자 구속주이시므로, 우리는 신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사회/자연과학, 정치와 언론 영역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영역이 죄로 인하여 뒤틀려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하여 회복되어야 할 하나님 나라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일반은총에 속한 여러 영역, 특히 자연과학, 사회과학, 철학, 언론, 정치 영역 등과의 소통과 그 영역들에 대한 신앙적 해석과 응답 등이 신앙인의 신앙인 됨에 주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 모든 영역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이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만인제사장, 즉 자신의 영역에서 모두가 제사장적 역할을 한다는 신앙적 각성"이라고 말했다.
평신도의 책임적 사회참여와 교회 사역 사이 역할분담 강화
예배는 실질적 드림과 헌신의 거룩한 공간으로 회복되어야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임 병행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 필요
사회적 관점서 사이비와의 차별성은 교리가 아닌 반사회성
세상이 감당 못할 위험한 신앙의 여정 감당할 교회 세워야
마지막으로 '목회적 포스트-코로나 패러다임 모색'을 지적한 임 박사는 "이제 교회는 이른바 평신도들의 책임적 사회참여와 교회사역 사이에서 역할분담과 연계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목회 방향, 교육과 정책결정의 구조변혁, 즉 목회의 포스트-코로나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로 '공적 예배의 신앙/학적 의미에 대한 인식'을 소개하며 "사이버 공간은 개인의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는 있어도 상호작용의 질은 현저히 낮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신앙의 '나' 중심 상황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반면 예배는 하나님 중심의 '드림(service)'이자 헌신의 예전이다. 코로나19라는 재난적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가능한 시간에 드렸던 예배를 드렸던 신앙인들이 많지만, 공적 예배는 주께서 명하신 시간과 장소에서 나의 시간과 마음을 전적으로 드리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교회는 설교의 중요성과 함께 예배의 통전성이 회복되어야 하며, 예배 공간은 실질적인 드림과 헌신의 거룩한 공간으로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교회 안 조직응집력 유지를 위한 대안 모색'을 꼽으며 "교회는 앞으로 만남의 성격에 따라 온라인 모임과 오프라인 모임을 병행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다시 말해, 기존 의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모임에서 온라인에 대한 고려가 요청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재난 시 대처 교회 매뉴얼 구비 필요성 증대', '디지털 역량 격차 해소를 위한 섬김', '소형 교회들을 위한 협력 지원 체제 구축'을 소개했다.
발제를 마무리하며 임 박사는 "사회가 전면적으로 위기관리 모드로 전환한 지금, 교회는 이런
시류에 역행하며 위험요소를 불러일으키는 반사회적 집단이라는 오해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우리는 신천지와 교회를 함께 논하는 것이 매우 불쾌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사이비와 정통 교회들과의 차별성은 교리가 아닌 반사회성에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교회는 분명 안전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이 세상에 속한 공동체로서 위험 사회를 사는 시민들의 불안을 덜어 주어야 한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책무를 다하게 해야 한다"며 "동시에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의 시민들임을 기억하게 하는 곳이다. 하나님 나라는 이 땅의 가치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경을 통하여 제시하신 십자가 중심의 복음적 가치를 통해서 구현된다. 그렇다면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 안에서 살아가지만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닌 가치와 삶을 추구하게 해야 한다.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추구하는 이들이 꺼려하고, 그런 욕망 위에 구축된 문화가 위험하게 여기는 곳이 교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므로 교회는 안전한 곳이어야 하며 동시에 세상의 안전함을 넘어서 위험한 교회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안전한 교회와 복음적인 삶, 즉 세상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한 신앙의 여정을 감당할 수 있는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는 우리 신앙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더욱 신앙인다운 신앙인이 되어야 함을 기억하자. 안전하지만 위험한 교회는, 오로지 말씀 위에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무엇보다 앞세우는 교인들, 복음의 공공성과 차별성을 삶으로 실천하는 교인들이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과정에서 오는 결과임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