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필 목사는 원래 교회 장로였다. 평범한 가장으로 직장을 갖고, 출세를 꿈꾸며 살았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았다. 낙담하고 좌절했던 순간, 목사가 되기로 한다. 그런데 스스로 그런 결단을 내렸던 건 아니었다고. “여러 환경이 절 강제로 목회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은혜로 그를 붙드셨다는 게 김 목사의 고백이다.
김 목사는 뒤늦게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어 교회를 개척했다. 이후 목회는 그야말로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기도와 예배를 드리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몇 시간이고 엎드려 하나님께 기도하고 저녁이면 예배를 드는 날의 반복이었다.
“정말이지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다시 하라고 하면 정말 못할 것 같아요. 처음 교회를 개척하고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엉뚱한 방법으로 고생만 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런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았지만, 만약 누군가 제대로 된 방법을 가르쳐주고 작은 도움이라도 주었다면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은 들더군요.“
하지만 그런 고난의 시간이 지나 하나님께서 마침내 교회를 부흥시키셨다. 그래서 김 목사는 다른 작은 교회들을 돕기 시작했다. 부디 다른 목회자들은 자신처럼 힘들게 목회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헌금을 하기도 하고, 작은 교회들이 좀처럼 갖기 어려운 악기들도 지원하곤 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움은 있었다. 그런 도움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뭔가 보다 근본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 왔다. 그가 목회하던 교회가 경기도 김포에 있었는데, 지역 재개발로 인해 교회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마침 경기도 양주에 있는 관광호텔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 호텔 지하엔 나이트클럽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 교회와는 전혀 거리가 먼 시설이었다.
그러나 서구의 교회들이 팔려 나이트클럽 등으로 쓰인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던 그는, 반대로 나이트클럽을 사들여 거룩한 교회로 사용한다면, 그것이 작게나마 주님께 기쁨을 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이 관광호텔을 작은 교회들의 신앙 훈련과 목회를 위한 일종의 ‘베이스캠프’로 쓸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작은 교회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그는 이곳을 교회로 만들기로 하고 호텔을 매입했다. 지금의 에버그린교회다. 지하에 있던 나이트클럽은 이미 예배당으로 리모델링을 완료했고, 나머지 시설들도 새 옷으로 거의 갈아입었다.
“교회가 무슨 호텔을 하느냐며 비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사업이 아니라 선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꼭 못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께서 주신 사명 하나만 붙들고 달려가는 이 땅의 많은 작은 교회들을 위해 이 공간이 쓰여지길 바랍니다. 이곳에서 함께 기도하고 예배도 드리며, 서로가 가진 고민과 힘든 것들을 나눈다면, 혼자일 때보다 고난도 더 쉽고 빠르게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 김 목사는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권태진 목사)에 속한 예장 한국총회 총회장이기도 하다. 교단 임원들도 작은 교회를 향한 김 목사의 이 같은 열정에 뜻을 함께 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단을 운영하고 있다.
교단 사무총장으로 교단 내 가칭 ‘작은교회살리기운동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김경철 목사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한국교회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작은 교회들은 그 존립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라며 “이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작은 교회의 부흥, 그리고 전도와 선교를 더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 총회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회들을 돕고자 협의회를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