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정부 및 지자체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선제적 대응을 취하지 못해 통제받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24일 한국교회건강연구원 주최, 한국교회싱크탱크 주관으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의 한국교회를 논한 기독교 지도자들은 소통의 미흡함을 반성했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는 동안 한국교회는 경기도·서울시·정부와 바이러스 감염 대처 방안을 두고 지속적인 불협화음을 겪었다. 경기도(이재명 지사)가 3월 중순 먼저 ‘집회금지 행정명령’ 카드를 꺼낸 후, 교회를 상대로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졌다.
이들은 기독교계가 합력해 대책을 강구하고 보다 높은 수준의 예방책을 선제적으로 펼쳐 정부·지자체와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위기 앞에 ‘정부가 제시하는 7대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현장예배를 축소하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을 노력할 테니, 정부는 한국교회에 행정명령 등의 간섭이나 통제를 말아 달라’고 선제적 대응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 안에서도 서로 화답하며, 정부 수칙을 지키도록 함께 노력하며 예배를 드리거나 축소하도록 내부적인 움직임을 펼쳤어야 했다”며 “한국교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극소수이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수칙을 거부하고 지키지 않는 곳도 있었고, 일부에서는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예배를 강행하기도 했다. 그러니 대통령까지 나서서 행정명령을 내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이런 어정쩡한 자세가 정부와 지자체의 통제를 받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수칙을 지키도록 노력하자는 주장을 했을 때, 어떤 분은 제가 믿음이 없고 정부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비난도 했다”고 토로했다.
한국교회총연합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는 정부 및 지자체와의 대화 과정에서 온도차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 목사는 “여러 번 만났지만 도대체 이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더라. 교회의 입장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느꼈다”며 “그들이 한국교회를 바이러스의 온상인 것처럼 대한 것은, 우리나라의 약 11만개 종교단체 중 교회가 가장 큰 규모라는 통계적 수치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규모는 크지만 성도 수는 똘똘 뭉쳐도 사실 2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체를 다 가지려는 것은 욕심”이라며 “제 생각에는 아직 한국교회는 소수다. 부딪히면 백전백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 교회의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려면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21대 총선에 대한 평가와 향후 교회의 정치 참여 세력화 문제도 거론됐다. 정성진 목사(크로스로드 이사장)는 정 목사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정치적인 이야기는 삼가야 한다. 기독교 정당 역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직접적인 정치 참여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정 목사는 “교회는 정치와 불가근 불가원 관계를 맺어야 예언자가 될 수 있다”며 “품격 있는 기독교 자세를 평소에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채 목사(서울중앙교회)는 “주님은 힘의 균형보다 질을 강조하셨다. 다스리고 통치하는 일보다 섬기는 일, 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섣불리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정파에 속한 의견을 내다보면 예언자적 소리를 낼 수 없다. 정파에 갇히면 확장성도 줄고 힘도 약화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