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독교인들의 온라인 수평이동, 또는 온라인 유목생활이 가속화되고 있는 걸까?
성도 수 약 56만명의 ‘세계 최대 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이하 4월 9일 오전 기준) 대략 2만7천명, 지난 4월 5일 주일 설교 영상 조회수는 7천명이다.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는 각각 3만7천명과 1만2천명, 주안장로교회(담임 주승중 목사)는 구독자수는 비공개이고 주일 설교 조회수는 1만1천명 정도다.
역시 대형교회들이긴 하지만 앞서 언급된 교회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알려진 분당우리교회(담임 이찬수 목사)는 각각 12만2천명과 8만9천명, 선한목자교회(담임 유기성 목사)는 9만8천명과 7만5천명,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는 1만8천명과 9만4천명 정도나 됐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보수적 신념을 거침없이 드러내 주목을 받고 있는 정동수 목사의 사랑침례교회의 경우, 성도 수는 수백명 정도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일 설교 조회수는 무려 4만8천명이다. 설교가 아닌 정치적 컨텐츠 중에서는 조회수가 187만이나 되는 것도 있고, 구독자수는 비공개지만 최소 수만명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단순히 유튜브상의 수치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형교회들의 경우 유튜브 외에도 영상예배를 송출할 수 있는 플랫폼들을 가지고 있고, 또 생방송 조회수는 영상 조회수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의 현장 예배 참석자 수와 이후의 온라인 예배 참석자 수에 어느 정도 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형교회 목회자는 온라인 예배 참석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고민이라고 했다. 누가 예배를 드리고 누가 드리지 않는지, 불참자의 경우 다른 교회의 온라인 예배에라도 참석하는 건지 아니면 혹여 예배를 아예 드리지 않는 것은 아닌지 너무 답답하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온라인 예배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적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인들이 걱정되고 그리워진다고 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교인은 “어차피 온라인 예배이니, 평소 듣고 싶었지만 거리상 들을 수 없었던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있다”며 “꼭 출석 교회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것보다는, 더 은혜를 받을 수 있는 설교를 듣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과거엔 교인 수평이동의 상징이 온 동네를 누비며 교인들을 실어나르는 ‘대형교회의 셔틀버스’였다면, 이제는 ‘유튜브의 구독자수와 조회수’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소비자들이 별점과 리뷰를 보고 온라인 쇼핑을 하듯이 교인들도 구독자수와 조회수, 그리고 댓글을 보고 설교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이전에도 조금씩 조짐을 보여 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교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대비할 겨를도 없이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돼 버렸다.
교회 건물, 입지, 교통, 주차 등 이전까지 교회 선택에 있어 중요했던 요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에는 거의 무의미하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뒤에도, 이 같은 추세는 어느 정도 계속될 수도 있다. 이것은 옳고 그르고, 좋고 싫고를 떠나 이미 벌어지고 있고 또 막을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떻게 보면 그동안 현실적·물리적 한계로 인한 부익부빈익빈을 호소해 왔던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는 영상예배에서도 장비와 기술 등의 격차가 크긴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했던 교회 건물, 입지, 교통, 주차 등의 격차에 비하면 오히려 극복하기 쉬운 부분이다.
대형교회라고 해서 안심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기사 초반부에 나타난 수치들을 보면 교회 규모와 영상예배 참여자 수가 꼭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라인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깊이 있는 훈련, 상담, 교제 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숙제다. 목회자들에게 지금은 그야말로 기도와 말씀에만 집중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