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변이는 흔한 현상, 진화의 결과 아니야
코로나19 박쥐에서 나왔지만, 박쥐는 병 없었다
바이러스들도, 자신의 위치 벗어나면 문제 생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인 코로나19가 퍼지면서, "하나님께서 왜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창조하셨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바이러스도 하나님의 창조물인가? 아니면 진화론자들의 주장처럼, 생명체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인가? 그런데 바이러스를 좀 더 깊이 알면,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질서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가능한 없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장내 세균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장내 세균이 사람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장내 세균들뿐 아니라 피부 등에도 많은 세균들이 있다. 2016년 연구에 의하면 우리 몸의 평균 세포 수는 30조개 정도이며, 우리 몸에 있는 세균 수는 39조개 정도로 추산한다.
이렇게 많은 세균들 중에 어떤 세균들이 어떤 분포로 존재하느냐에 따라 건강에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다. 각각의 세균이 항상 좋거나 항상 나쁜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균형을 갖추고 있어야 건강한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들을 이용해 난치병의 치료에 활용하고 있는 것은, 특정 균보다 전체 균들의 분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균들에 대한 연구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는 21세기 들어서야 병원균이 아닌, 그보다 훨씬 많은 우리 몸에 있는 다양한 세균들에 대하여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세균들이 우리 몸에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는 것처럼, 바이러스도 우리 몸에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세균과 마찬가지로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연구를 많이 하였지만, 그렇지 않은 바이러스에 대하여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피부에 있는 바이러스를 조사한 연구진에 의하면, 피부에 있는 바이러스의 90%는 기존의 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즉 사람 피부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90%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또한 노로 바이러스처럼 식중독을 일으키는 악명 높은 바이러스도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노로 바이러스가 알려진 것과는 반대로 위장관을 건강하게 해주는 역할이 있음도 발견한 것이다.
타액 속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바이러스가 해로운 세균을 물리친다는 보고도 있고, 2020년 연구에서 코, 입, 위장관 등에 있는 바이러스들이 마이크로바이옴처럼 건강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발표하였다.
세균들을 연구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처럼, 앞으로는 우리 몸에 있는 바이러스들을 전체적으로 연구하는 바이롬(Virome)연구가 필요하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스스로 증식할 수 없고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만 생명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의 세균과 함께 있는 바이러스는 세균을 숙주로 해서 사는 바이러스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바이러스를 '박테리오(세균) 파지'라고 부르는데, 장내 세균이 10조 정도인 반면, 장내 박테리오파지(바이러스)는 20조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장에 있는 바이러스들은 장세포 표면 점막에 붙어 면역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장내 세균을 억제해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우리 몸을 위해 존재하고 있으며, 세균의 분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
바이러스 분류 체계도 동식물의 분류에 사용하는 '종, 속, 과, 목, 강, 문, 계' 분류 체계로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볼티모어 분류 체계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1971년 제정됐는데, 형태적 특징을 중심으로 바이러스를 분류하고 있다.
바이러스 중심에 있는 유전 정보는 RNA 또는 DNA로 구성돼 있는데, RNA 또는 DNA가 겹가닥인 것도 있고 외가닥인 것도 있으며, 또한 같은 외가닥이어도 성질이 다른 것들도 있다. 바이러스는 이 유전정보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단백질 껍질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이다.
그러나 단백질 껍질 외에 지질 껍질도 있는 등, 바이러스 종류마다 각각 독특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런 형태에 따른 분류를 하면서, 그 안에 각각 다른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따라 세부 분류를 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단백질 껍질에 스파이크라고 불리는 길게 뻗은 단백질이 있어, 이런 모양 때문에 왕관 형태처럼 생겼다 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아직까지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질병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처음 창조한 세상에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이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들 중 일부가 병을 일으키는 이유는 아마 세 가지 정도가 될 것 같다.
첫째는 인간의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피조 세계 전체가 변화되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중에도 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변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인간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됐기 때문에, 면역기능 감소 등으로 그 전에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병을 일으킬 수 있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피로할 때 입술 근처에 수포가 생기는 것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때문인데, 평소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피부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셋째는 원래 사람에게는 없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침입해서 병을 발생시키는 경우이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이 이 세 번째에 해당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게 많지만, 박쥐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전염됐을 때는 SARS, MERS, 코로나19와 같은 병을 일으킨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는 전에 없던 바이러스가 새로 진화돼 생긴 것이 아니며, 외부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침투해 병을 일으킨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나 전파 속도가 빨라졌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바이러스의 변이는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해서 자신의 구조 자체가 변화되지는 않는다. 바이러스의 변이도 진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돌연변이 현상일 뿐이다.
예를 들어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무리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해도, 유사한 감기 증상을 보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모두 RNA만으로 구성된 바이러스지만, 구조와 염기서열 모두 매우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분류 체계에서도 다른 '과(family)'에 속해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 수는 3만개 정도인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3,588개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스 바이러스와 구조도 유사하고, 염기 수도 비슷하다. 두 바이러스 사이의 일치도는 86%이다. 그래서 바이러스 학자들은 두 바이러스가 같은 종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비록 스스로 증식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기생충처럼 숙주가 필요하지만, 독자적인 유전정보 체계를 갖고 있는 존재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게 있을 때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었으며, 우리들은 그 존재도 잘 몰랐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고 엉뚱하게 사람 몸에 들어왔기 때문에 문제를 심각하게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들도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를 벗어나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위치를 일탈한 바이러스 덕분에 우리 몸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바이러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바이러스들은 세균들과 함께 우리 몸의 건강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세균과 바이러스의 역할에 대해 한 번도 감사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이 속히 전 세계적으로 종식되길 기도하면서, 동시에 이런 사건을 통해 바이러스도 창조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질서를 다시 묵상하게 된다.
또한 그 창조 질서를 깨뜨리고 있는 우리 때문에 이런 감염병이 생겼다는 것을 먼저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은일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대한예방의학회 이사
한국창조과학회 6대 회장(2013-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