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4-15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방위비 분담금 6차 회의에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공감대를 확대했으나, 여전히 입장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미국은 한국이 글로벌 경제강국이자 한반도 평화 유지의 동등한 파트너로서 한국 방위에 더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금년 대선전략으로 지지층을 확보하는 데 방위비는 엄청난 호재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한편 한국은 주한미군의 한국 안보 기여도를 고려했을 때 적정 방위비를 분담해야 하나 2019년도 1조 389억 원의 거의 6배인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까지를 포함한 5조 9천억 원(50억 달러)의 부당한 요구는 기존의 방위비특별조치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의 틀을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고, 방위비특별협정 외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이뤄지는 동맹에 대한 기여가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본 글에서는 주한미군 주둔 변천과정과 주한미군의 전력구조에 대해 살펴보고, 이어서 방위비 분담배경과 방위비 분담 특별조치협정 내용 및 분담 추이를 고찰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방위비 분담 협상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주한미군 주둔 변천과정과 주한미군의 전력구조
주한미군은 1953년 10월 1일 조인(調印)하고 1954년 11월 18일부로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인 "대한민국은 미국의 육해공군을 한국의 영토에 배치하는 권리를 허여하고 미국은 이를 수락한다"는 근거에 의해 주둔해 오고 있다.
6·25전쟁 중 최대 32만 5천명에 달했던 미군은 휴전이후 급격히 감군하여 8만 여명을 유지하다가,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9년 미국의 군사개입을 최소한으로 하고, 자국 방어는 자국민 스스로가 해야 한다는 닉슨 독트린에 따라 1971년 미 제2사단을 남겨두고 미1군단과 미 제7사단이 철수하여, 4만 2천명의 미군을 유지하였다.
카터 대통령의 1976년 주한 미 지상군 일부 감군과 1991년 구소련의 붕괴로 일부 병력을 감축했으나 추가적인 철수를 보류하여 클린턴 정부 때인 1996년 3만 6천명을 유지하였다.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2004년 10월 "2008년 말까지 3단계에 걸쳐 2만 5,000명으로 감축한다"라고 합의하였으나, 북핵·미사일 위협 증대로 2008년도에 28,500명의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전력구조를 살펴보면, 적의 장사정 포병과 급격하게 증강되는 방사포 위협에 대비하고 있는 동두천 Camp Casey에 전개된 제201화력여단, 적 전차와 해상침투 특수부대를 무력화시키는 아파치 헬기와 기동헬기로 편제된 항공여단, 9개월 마다 순환배치하는 1개 기계화여단으로 구성된 미 제2사단과 작전적 정보를 수집하는 제501정보여단, 사드 및 패트리어트로 편성된 방공여단 등으로 편성된 18,000여명의 미 8군이 주둔하고 있다.
또한 오산과 군산공군기지에 F16 전투비행 3개 대대, 항공우주작전, U2 정찰기를 포함한 정보감시정찰비행부대 등 8천여 명의 미 7공군, 그리고 우리 해군작전사령부와 함께 주둔하고 있는 제한된 규모의 미 해군, 소규모의 특수전 및 해병대 병력 등 2천 500여명을 포함하여 총 2만 8,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직접적 위협이 없는 일본에도 5만 4천여 명, 통일된 독일에도 3만 6천여 명이 주둔하고 있는 데 비해 현존 위협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 2만 8,500명의 주한미군은 최소한의 병력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주한미군의 어떠한 전력 감축도 방위력의 약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2020년 미 의회 국방수권법에 따라 2만 8,500 명 이하로의 감군을 통제하고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 배경 및 특별조치협정 내용과 방위비 분다 추이
한미 양국은 1966년 체결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Status of Forces Agreement) 제5조에 "한국은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고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미 측이 부담하기로 합의"하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 시달리면서 해외 파병된 미군에 대한 주둔국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결의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였다. 한미 양국은 1991년 방위비 분담 특별조치협정(SMA)을 체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내기 시작했다.
방위비 분담은 직접지원과 간접지원으로 분류되며, 직접지원에는 1만 2천명의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고용원 임금을 지원하는 인건비, 군인막사 · 환경시설 등 주한미군의 비전투시설 건축의 군사건설 · 유지비, 활주로 · 항공기 격납고 등 전투용 및 전투근무시설의 연합방위증강비, 탄약저장 · 항공기 정비 · 철도-차량 수송지원 등 용역 물자지원의 군수지원비가 직접지원에 해당되며, 간접지원은 SMA 체결 이전부터 시행되어 온 것으로 주둔지 토지 및 카투사 지원과 수도세 및 전기세, 고속도로 통행료 및 공항이용료 등을 면제하고 있다.
한편, 1991년부터 2019년까지 10차에 걸쳐 방위비 분담을 해왔다. 1-2차 방위비분담은 1995년 주둔비용의 1/3분담인 3억 달러를 목표로 증액하였으며, 1991년 1.5억 달러 당시 원화로 1,073억 원을 최초 분담하였다. 9차 방위비 분담에서는 2014-2018 까지 5년 단위로 하고, 물가상승률 수준의 방위비 인상과 4% 상한선 설정,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인 인건비 75% 상한선 지원에 합의하였다. 2019년 3월 8일 서명하여 4월 5일 발효된 제10차 방위비 분담금은 1조 389억 원으로 1년 단위로, 예년과 비교시 증가폭이 큰 8.2% 인상과 미집행분에 대해 차년도 현금 지원금에서 삭감하는 데 합의하였고, 인건비 지원 75% 상한을 철폐하였다. 또한 전략자산 전개비용은 SMA 합의를 벗어난 것으로 철회하였다.
적정 방위비 기준과 미 측 부당한 방위비 증액 요구
적정 방위비는 한국 안보의 기여도, 우리의 재정부담 능력, 안보상황,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보장에 기준을 두고 협의해야 한다. 30년이 돼가는 동안 주한미군 수는 줄고 있는데 방위비 분담금은 약 10배 정도 증가하였다. 여기에다 금번 방위비를 전년 대비 거의 6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2020년 국방수권법안 2020 회계연도 예산 요청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44억 6,420만 달러, 주일미군은 57억 1,780억 달러를 요청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군인건비 21억 400만 달러, 운용유지비 22억 1,810만 달러, 가족 주택비 1억 4,080만 달러, 특정사업회전기금 130만 달러 등 44억 6,420만 달러이며, 고난도임무수당 및 가족수당 5억 달러를 포함 총 50여억 달러로 이 모든 비용을 한국에 청구하고 있다.
주한미군 장병 인건비와 운영유지비 43억 2,210억 달러를 우리가 부담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이는 곧 용병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로마시대에 용병은 돈을 낸 로마 황제가 마음대로 운용권한을 행사했던 것처럼, 주한미군의 모든 전력에 대한 운용권한과 우리의 필요에 의해 전략자산도 마음대로 요구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미국은 순수한 북한위협 관리를 위해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주둔 및 투입되는 비용까지도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2006년 한미 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에 합의한 이후 2019년 6월 29일 주한미군사령부가 용산기지에서 평택 Camp Humphreys로 이전 개관식을 한 이후에는 더욱 더, 북한위협 관리와 동시에 중국의 위협과 인도-태평양지역의 우발사태에 대처하는 등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이 변화된 것을 고려할 때 한국에게 주한미군 운용유지비를 포함한 모든 것을 요구하는 것은 턱없이 무리한 요구이다. 한국에 모기지를 두고 있는 미군이 북한 위협 못지않게 중국과 인도-태평양지역의 우발적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한반도 밖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협상전략
금번 방위비 분담 협상은 어떠한 경우도 한미동맹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상한 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방위비 분담의 범위와 항목, 원칙에 합의하고 방위비 규모도 총액이 아닌 항목별 비용을 기준으로 산출하고, 1년에서 5년 단위로 방위비 분담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방위비 산정측면에서도 한국도 일본처럼 주한미군 토지 및 수도 전기세, 공항 및 고속도로 통행료는 물론 카투사 지원비도 직접지원비에 포함시켜야 한다.
둘째, 일본이나 독일 보다 동맹기여도가 높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동맹국으로서 한국이 베트남전쟁시 연인원 32만여 명 참전과 5,099명의 전사자로 헌신한 파병, 이라크전쟁시 자이툰 부대, 아프간 전쟁에 오쉬노부대 파병은 일본이 이라크전쟁 일부 재정지원과 제한된 병력지원, 독일의 아프간 파병과는 압도적으로 차별화 된다. 평택기지이전비용으로 12억 달러의 91%인 10억 9천만 달러를 한국이 부담하였다. 2018년 IMF 기준 GDP 대비 국방비 측면에서도 한국이 GDP 1조 6,550억 달러, 국방비 392억 달러 2.5%, 일본이 5조 700억 달러, 국방비 454억 달라 0.9%, 독일이 GDP 4조 290억 달러, 국방비 443억 달러 1.1%로 훨씬 국방비를 많이 운용하고 있다.
2007~2017년 11년간 미국산 무기 구매액은 2017년 미국달러 통화가치로 기준하여 일본 231억 달러 1위, 사우디 아라비아 143억 달러 2위, 한국 83억 달러 3위이다. 이는 고스란히 미국의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경제규모와 주둔병력 대비 방위비 분담금을 고려할 때 한국은 미군 2만 8,500명에 1조 389억 원(8억 7,670만 달러), 일본은 5만 4천 명 주둔에 방위비 2조 599억 원(17억 3,830억 달러), 독일 주독미군은 3만 6천명 미군주둔에 방위비 9,441억원(7억 9,670만 달러)이다.
이를 GDP 대비 방위비 분담비율로 환산했을 때 한국은 0.053%, 일본은 0.034%, 독일은 0.019%로 가장 높다. ? 한국은 무역수지 및 직접투자면에서 2016년 대미 수출 665억 달러, 수입 432억 달러로 233억 흑자에서 2018년 수출 727억 달러, 수입 589억 달러로 흑자 138억 달러로 100억 불이 감소하였고, 2012년 FTA 체결이후 2018년까지 7년간 844억 달러 대미직접투자는 그 이전의 7년간과 비교시 2.4배 증가하였다. 미국의 대한투자액이 2012-2018년 7년간 총 308억을 투자했으며, 투자측면에서 한국이 536억 달러를 더 많이 함으로써 무역 흑자 138억 달러를 뺏을 때 미국이 수지가 298억 달러 높다. 여기에 5만 6천여 명의 미국 유학 한국학생의 학비 및 생활비 지원 등을 합하면 그 액수는 더 커진다.
셋째, 적정 방위비를 분담하는 대신 한국군 전력증강을 제한하고 있는 것을 풀도록 해야 한다. 한미 군사과학기술 공동연구개발을 통한 기술이전은 물론 고체연료 로켓 개발 제한과 미사일 사거리 800km로 제한한 것을 해제하는 한미미사일지침 개정, 한반도 전구지역에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나토형 핵공유, 핵재처리능력과 농축우라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위협에 대비하여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을 허용하는 등의 반대급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협상이 되어야 하고, 방위비 협상시 현재 보다 적정 증가비는 얼마이며 최대 얼마까지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직접지원비에 대해서 인건비, 군사건설 유지, 군수지원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100% 우리가 지원하도록 하고 나머지 요구비용인 한반도에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및 주한미군 무기 및 장비 운용유지비 등은 지원해 주는 대신 한국군의 전력증강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방위비의 사용 용도에 대한 투명성을 공개하고 방위비의 얼마가 어느분야로 환류해서 되돌아오는가를 알려줘야 한다.
다섯째, 퍼트남(Robert Putnam) 양면게임 협상이론에 의하면 협상의 대상 못지않게 국내의 의회, 이익집단, 국민은 물론 대상국의 국민, 의회의 지지와 공감을 형성하면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정부의 무리한 방위비 요구는 가치동맹을 추구하는 한미동맹을 해치는 것임을 미 의회, 한반도 안보전문가, 한미동맹재단, 주한미군전우회, 6.25 전쟁참전자협회 등과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미국의 주요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는 등의 외곽활동을 통해서 미국내의 지지와 공감대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직접지원급 100% 단계적 분담과 안보역량 강화를 통한 한국 주도 연합방위체제로 변환
한미동맹은 전략적 변환기에 있다. 한반도 차원에서 한미동맹은 전쟁 억제 기능을 수행하면서 유사시 승리하여 자유민주 통일정부를 수립하도록 하고, 동시에 분단관리 차원을 넘어서서 한반도 평화창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항해 및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고, 자유무역과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전략에 합류하며, 해상교통로 보호, 인권과 빈곤퇴치, 평화를 회복하는 데에도 함께하는 동맹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동맹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방위비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 직접지원비는 우리가 향후 5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100% 전담을 하고, 전력증강으로 안보역량을 강화하여 한국 주도 연합방위체제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