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이틀째 밤 지나도 화 가라앉질 않아
교회 제공 각종 혜택에는 "부탁한 적 없어
교회에서 계속 사역하도록 배려했을 뿐"
소망교회를 은퇴한 김지철 목사가 최근 KBS의 전별금 관련 보도에 입장을 밝혔다.
김 목사는 자신의 SNS에 23일 "나 자신을 변명하는 글을 처음 써 본다. 김지철 목사를 나쁜 사람, 세금을 포탈하는 사람, 앞뒤가 다른 이중적인 사람, 돈만 챙기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KBS의 보도는 나를 슬프게 했고,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안타깝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소망교회의 이름, 그리고 한국교회에도 나쁜 이미지를 준 것 같아서 마냥 죄송했다. 내 마음 속에 큰 갈등과 번민이 생겼다. '그냥 모른척하고 지내야 할까? 아니면 적극적으로 변명해야 하는가?'"라고 전했다.
그는 "KBS에 보도된 지 이틀째 밤이 지났는데도 화가 가라앉질 않았다. 목회 16년을 하면서 그렇게 당회가 시끄러워 밤 자정을 넘겨 새벽 1-2시까지 지속될 때도 나 자신 속에 평정을 가졌는데!"라며 "이번엔 내 속이 너무 답답해서 무엇인가 말을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지철 목사는 "나 자신에겐 소망교회 목회를 은퇴하는 것이 매우 소중한 일이었다. 그냥 조용히 소망교회 은퇴 목회자로 사라지는 것이 좋은 것이다라 여겼다"며 "은퇴한다는 것이 40여년 동안 신학과 목회를 한 내게는 모든 삶의 소중한 결실이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김 목사는 "그럼에도 당시 은퇴는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새벽 3시 30분마다 일어나서 새벽기도회를 준비하며 새벽기도를 인도했던 16년간의 관습이 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은퇴 후에도 똑같은 시간에 몸이 반응했음에도, 갑자기 '오늘은 내가 어딜 가야 하지?' 라는 깊은 허탈감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열흘 전, 은퇴한지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소망교회에 발을 디뎠다. 소망교회 북방선교부 주관으로 소망교회 교육관에서 오랫만에 강연을 하며, 친근한 얼굴들을 만났다. 보고 싶고, 만나 대화하고 싶고, 함께 말씀을 나누고 싶던 성도들이었다"며 "그냥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분들하고 16년의 복된 목회를 했구나 하는 감회가 내 마음에 휘몰아쳤다. 그러면서 동시에 새로 오신 목사님을 통해 청출어람, 청어람처럼 더욱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김지철 목사는 "은퇴할 때 소망교회 당회에 부탁한 것은 한 가지였다. '소망교회가 한국교회를 위해 은퇴한 나를 세상에 파송해 달라. 그래서 남은 생애, 건강하면 후배 목사들과 목회적 삶을 나누겠다. 그리고 교회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 애쓰는 성도님들과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에 쓰임받고 싶다'고 했다"며 "그리고 말씀드렸다. '김지철 목사와 그가 하는 사역에 대해 흔쾌히 협력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교회가 도와주든, 아무 것도 도와주지 않든 나는 다만 감사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16년간의 소망교회 목회 자체가 내게는 기쁨이요 너무나 큰 자랑이고 축복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탁을 듣고, 소망교회는 내가 계속 사역을 할 수 있도록 귀한 배려를 해 주었다"고 했다.
그는 "어제는 개척교회를 지금 감당하고 있는 15명의 후배 목회자들과 함께 말씀 프로페짜이(설교를 위한 성경연구)를 했다.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한국교회를 섬길 것인가를 나누었다"며 "그러면서 서두에 말씀드렸다. '여러분에게 무조건 미안하다! 이런 보도 자체가 개척교회를 위해 생명 걸고 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목회하는 용기를 빼앗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죄송하다!'"고도 했다.
김지철 목사는 "지나 보면, 은퇴하기 1-2년 전에 여러 친구들이 '나의 목회 회고록'을 써서 교회와 후학들에게 목회 내용을 남겨보라는 제안을 했지만, 여러 번 상고하다 거절했다"며 "그것 자체가 대형교회를 목회하는 나를 스스로 자랑하는 번영신학의 한 틀로 비쳐졌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어쩌면 써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목회에 성공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패한 이야기, 좌절했던 이야기, 더 사랑하지 못했던 이야기, 더 충성하지 못했던 이야기, 힘들고 아파하고 잠못 이루었던 이야기를 남겨야 했던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주님의 몸된 교회를 위해 지금도 충성하는 여러 목회 동역자들에게 정말로 미안하다. 교회를 사랑하며 섬기는 성도님들 모두에게도 죄송하다"며 "그러나 곳곳에 하나님께서 숨겨두신 주님의 소중한 종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늘 기억해 주시기를 바란다.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해 지금도 헌신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크신 위로와 평강이 함께 있기를 기도드린다"고 했다.
그는 추가로 "이 사건을 보도한 KBS의 정OO 기자에게 전화 문자로 짧게 쓴 내용을 올려드린다. 기자가 스스로 만든 프레임에 모든 것을 꿰맞추었구나 하는 생각이 그치질 않았다"며 "그와 대화하면서 언젠가 함께 성경공부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아직 답은 없다"고 전했다. 해당 문자는 다음과 같다.
"정OO 기자님, 기사를 보았습니다. 함께 나눴던 이야기와는 다르게 결국 악의적으로 쓴 기사를 보면서 정 기자님에 대해 가졌던 일말의 기대와 신뢰마져 무너집니다.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무슨 이유로 그렇게 기사를 냈는지 궁금합니다.
2019년 10월 21일 오후 7시 김지철 목사".
김지철 목사는 이 글에서 KBS의 은퇴 후 혜택 제공 보도와 관련한 구체적인 해명이나 반박, 그리고 이러한 각종 혜택에 대한 반납이나 반환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