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형규 목사가 피살되기 직전 탈레반에 의해 지목됐을 때 자신의 죽음을 미리 짐작했던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안양샘병원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첫 합동기자회견에서 배형규 목사와 한 그룹에 억류돼 있던 한지영 씨는 “배형규 목사는 죽는 순간 우리를 쳐다보지 않으며 걸음을 옮기면서 ‘믿음으로 승리하세요’라고 의연한 목소리로 말했다”고 배형규 목사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했다.

배형규 목사가 일행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믿음으로 승리하세요’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죽음의 순간을 직감하고 건넨 작별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 한지영 씨가 기억한 ‘의연한 목소리’도 이미 배형규 목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해 준다.

특히 탈레반은 평소 무작위로 한국인 인질을 살해했다고 밝혔으나 배형규 목사는 인솔자이자 당시 한국인 피랍자 중 유일한 목사임을 알고 계획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지영 씨는 “두 그룹을 나눠 민가에 도착하자마자 배 목사의 성과 이름을 확인하고 목사님을 데리고 나갔다”고 밝혔다. 배형규 목사는 실제로 피랍 6일째인 7월25일 일행 중 가장 먼저 살해됐고, 탈레반도 살해 직후 피살자의 이름을 ‘Hon Qud son of Hochim’이라고 밝혔었다.

한편, 박은조 목사는 지난 2일 안양샘병원에서 입국한 피랍자들과 만남을 가진 뒤 “배형규 목사의 사망원인은 개종 거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날 진행된 피랍자 기자회견에서는 배형규 목사의 사망원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