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실천신학회(회장 김상백 박사) 제73회 정기학술대회가 지난 9월 28일 서울 노원 광장교회(담임 양재철 목사)에서 '예배와 설교를 통한 건강한 교회공동체'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주제발표에는 '한국교회를 살리기 위한 실천방안'을 제목으로 은퇴를 앞둔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가 나섰다.
정성진 목사는 "가방끈이 짧았지만, 하나님께서 교회를 23명에서 1만 8천여명으로 부흥시켜 주셨다. 분립하려 하니 교단에서 반대하더라"며 "하지만 한 교구당 4천여명씩 3곳의 교구로 분립 개척했다. 2km씩 떨어지도록 했고, 교인들 92% 가까이가 정착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목회를 여유롭게 해야 한다. 부목사들이 잔소리한다고 달라지는가. 자유롭게 방목해야 한다고 본다"며 "저는 조직 관리에 있어 '망할 자유'를 줬지만, 망하지 않고 교회 내 부서가 늘어났다. 교회에 '해병전우회'가 있는 곳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다. 성질이 드세지만, 해병대 복장 입고 교회 일에 적극 나선다"고 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이 외에도 꽃, 목수, 오토캠핑, 바다낚시 선교회 등 다양한 취미를 중심으로 성도들이 자유롭게 모임을 갖고, 부서별 선교·예배 활동도 진행한다.
그는 "공부는 해본 적 없지만, 하나님께서 제게 '조직의 은사'를 주셨다. 사람들이 무얼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는 은사가 있더라"며 "예배 전 사물놀이 봉헌송을 드린다. 어떤 목사님은 이를 두고 '마귀 짓'이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외국에서 온 피아노, 바이올린은 찬양이고, 우리 고유 음악은 마귀 짓인가"라고 반문했다.
정성진 목사는 "생각이 갇혀서는 안 된다. 예수 안에서 뛰놀면 모든 게 허용된다. 신앙이 잘못 고착되면 세상과 단절되기 쉽다. 재즈 워십도 봉헌송으로 드릴 수 있다"며 "하나님은 남편을 욕한 미갈을 저주하셨지만, 어린아이처럼 하나님 앞에서 뛰어논 다윗은 칭찬하셨다. 교인들을 주인으로 세우고, 하나님 앞에서 뛰놀자고 독려했다. 그러니 상처받는 사람이 없었다. 교회의 수용성, 포용성을 극대화했다"고 했다.
정 목사는 1997년 목사·장로 임기제를 처음 도입했다고 한다. 목사는 6년마다 신임투표를 하고, 정년은 65세, 보너스도 원로목사 제도는 없다. 장로도 6년간만 당회에 들어올 수 있고, 이후에는 '사역장로'로 전환된다. 지휘자·반주자에게 사례를 지급하지 않는다.
그는 "교회에서 일어난 기적이 있다면, 한 번도 분란 없이 잘 이어져 왔다는 점"이라며 "교회 예산의 51%를 외부에 쓰겠다고 천명했지만, 은행 빚 때문에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래도 빚을 제외하고 45억원을 교회 개척과 선교사, 복지재단, 학교, 사회적 협동조합 등에 투입했다. 적자가 되더라도, 끝까지 할 것"이라고 했.
정 목사는 "교인들과 지역사회의 필요에 따라 목회하되, 기도와 말씀, 곧 본질은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은사 집회를 위해 순복음 출신 목회자도 고용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타 교단일지라도 적극 채용하는 등 개혁을 적극 추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고든 맥도날드 '공동체 외부와 내부의 속도 차이가 크면, 그 공동체는 죽음으로 간다'고 했다. 그 중 제일은 교회다. 혁신적 조직을 만들지 않으면 죽는다"며 "기존 신학대들이 사울의 투구를 씌워주려다, 다윗의 물맷돌을 잃어버렸다. 신학교에서 목회 현장에 밀착해서 교육을 해야 하는데, 이를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은퇴 후 이 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신학교 교수들인 학회 참석자들 앞에서, '내려놓음'도 당부했다. 그는 "초임 교수들을 위해 기존 교수들 사례의 20% 정도를 감면하면 어떨까. 양심이 있다면, 함께 먹고 함께 살아야 하지 않는가"며 "이제까지 내가 고생했다 해서, 내 것만 챙기려는 태도를 내려놓자. 내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해 주신 것이다. 내가 내려놓지 않으면, 모두의 하나님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운영위원회가 교회 살림을 도맡고 있다. 당회는 노회와 총회 관계 업무만 관장한다고 한다. 그는 "지금 교회들이 장로들에 의해 망하고 있다"며 "실천신학은 말하면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문이 아니다"고 했다.
또 "성공보다는 가치를 위해 살아야 한다"며 "은퇴 후 파주 민통선 근처 교회에서 개척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9월 '해마루수도원 통일의 집'과 작은 교회를 열었다.
정 목사는 "목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며 "하나님은 차든지 덥든지 하라고 하셨다. 열정적인 사람을 좋아하시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질의응답에서 '다양한 프로그램 만드는 시도가 기존 교육과 이율배반처럼 느껴진다'는 질문에 "장로교도 굉장히 엄숙하다. 개신교도, 초대교회 전통을 가진 교회도 엄숙하다"며 "엄숙미가 있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고, 우리 교회도 이를 느끼고 있다. 이를 메우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 말만 앞세우고, 삶은 안 따라온다"고 했다.
작은교회 목회자들을 향한 조언으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소그룹이다. 도리어 소그룹 목회가 어렵다. 1,000명 교회는 사기꾼 같은 목회자도 할 수 있지만, 소그룹은 어렵다. 자기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인격이 되지 않으면, 작은 공동체 모임을 이끌 수 없다. 교회 성장이 나쁜 게 아니지만, 성장 이후 소유를에 집착해선 안 된다. 기독교는 탐욕의 종교가 아니다.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학교가 해야 할 중요한 교육으로는 "극렬한 반대자들, 지저분한 사람들까지 잘 화합하고 함께 가는 리더십 교육"이라고 했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양재철 목사가 '복음의 비전을 품고(행 19:21-22)'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양 목사는 "본문의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가고자 했다. 이를 디딤돌 삼아 유럽 선교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함이었다"며 "여기서 바울은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예루살렘 교회를 존중했다. 선교 이후 항상 예루살렘 교회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참 크리스천은 욕심을 쫓지도, 비전 없이도 살지 않는다. 바울처럼 비전을 품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나아간다"며 "한국실천신학회도 눈을 들어 타 교단, 타 신학, 이웃, 북한을 바라보며, 열정과 사명을 세계 복음화에 전진하길 바란다. 바울처럼 신학뿐 아니라, 소속 교단에 보고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