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어려운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 목회에도 이런 면은 항상 있습니다. 목회자는 제사장처럼 성도의 아픔을 위로할 책임도 있지만, 선지자처럼 말씀을 있는 그대로 선포하며 잘못을 지적하고 회개를 촉구해야 하는 책임도 있습니다. 강단에서 대중을 놓고 설교할 때 "저 말씀은 누구 들으라고 한 말씀이다."라는 오해를 받을 때도 있지만, 설교는 특정인을 대놓고 지적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 심방 때는 경우가 다릅니다. 심방을 가면 성도의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되고, 그에 따라 말씀으로 권면하고 기도합니다. 드물긴 하지만 '회개'를 외쳐야 할 때도 있습니다. 목사는 늘 좋은 말씀, 위로의 말씀만 하는 것으로 성도들은 알고 있습니다. "십일조 생활 하십시오" "봉사 생활을 시작하십시오" "직분자는 공예배에 빠지면 안 됩니다" "휴가를 내어 단기 선교에 참여하십시오" 등의 말씀을 성도에게 대놓고 하는 목사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늘 괜찮다고 위로하는 목사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직언을 하면 성도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 갈까봐 그럴 수 있습니다.
목사만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교회에서 사역하다 보면 소위 잔소리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찍 오십시오" "빠지지 마십시오" "맡은 자는 충성해야 합니다"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은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대충하자'는 분들이나 '시간되면 오시든지' 라는 분들이 주목받습니다. 교회까지 와서 부담스럽게 하지 말라는 편의주의 교회 생활이 주를 이루면 봉사, 헌신, 희생 같은 고귀한 가치는 교회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잘 다는 분들이 교회에도 필요합니다. 목회자 입장에 서는 그런 말을 대신해 주는 분이 있으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설교'하는 목사가 강단에서 내려와 또 '설교'나 하고 있다고 비판받지 않도록, 존경받는 선배 장로님들이 후배들에게 '설교' 좀 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셀목자들이 해야 할 '빠지지 맙시다'라는 말을 대신해 주시는 분이 셀 식구 중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팀장들이 해야 할 말을 팀원 중에서 '솔선수범하자'고 대신 말해 주시는 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성가대 지휘자가 늘 입 아프게 하던 "연습 시간에 늦지 마세요"라는 말을 대원 중에 대신해 주는 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두 얼굴 내는 일만 좋아하고 책임지는 일은 피한다면, 교회는 어디로 갈까요? 후배 목사에게 남길 말씀을 부탁했을 때 은퇴하신 선배 목사님이 주셨던 말씀이 이제야 기억납니다. "성도들이 싫어해도 말씀 그대로 전하는 목사가 되십시오." 매주 전하는 설교가 그렇고 성도들을 바르게 인도하기 위해 전하는 충심의 말씀이 그렇습니다. 때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긴장이 있지만, 그래도 목사는 해야 한다는 선배님의 유언을 오늘도 곱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