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교회 실정 맞는 정관 마련해 놓는 일 중요
사법부는 총회 헌법보다 개교회 정관 우선해
교회정관, 반드시 교인들 총회에서 제정돼야
(사)한국교회법학회(회장 서헌제 교수)에서 19일 오후 1시부터 1박 2일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국제회의실에서 '<한국교회 표준정관> 심화세미나'를 개최했다.
법학회는 지난 7월 9일 <한국교회 표준정관 매뉴얼> 발간을 기념해 배포 및 설명회를 가졌는데, 한두 시간의 설명회로는 부족하다는 이들의 요청에 의해 심화세미나를 기획했다.
첫날인 19일에는 서헌제 교수가 '한국교회 표준정관이란?'을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그간 교회들이 상위기관인 총회 헌법을 기준으로 교회를 운영했는데, 각각이 처한 현실이 다르다 보니 적용과 해석을 두고 크고 작은 분쟁들이 발생했다"며 "각 교회 실정에 알맞은 정관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법부는 총회 헌법보다 개교회 정관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성교회와 분당중앙교회를 비교하며 "광성교회는 10년 동안 50여건의 소송이 벌어졌지만, 교회 정관이 제대로 마련돼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반면 분당중앙교회는 담임목사님이 교회 정관을 제대로 만들어 놓아 어려운 소송도 모두 이겨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분쟁이 심해지면 교인들의 피땀 묻은 헌금이 소송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분쟁으로 인한 교인 이탈도 매우 심각하다"며 "한국교회가 분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전도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분쟁 해결의 기준이 바로 교회 정관"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
서헌제 교수는 "교회정관은 교회의 조직과 활동의 근본규칙(규범)이다. 정관은 교인들 간의 약속(계약)인 동시에, 앞으로 교인이 될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의미에서 법으로서의 성질이 있다"며 "교회정관은 교회의 근본규칙이므로, 반드시 교인들의 총회에서 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교회는 부르심 받은 성도들의 유기체로서 신앙공동체인 동시에, 국가법상으로는 교인들의 단체, 비법인사단이라는 양면성이 있다"며 "이 양면성은 교회정관에 규정할 교인의 지위, 목사 등 사역자(직원)의 지위, 교회 기관인 당회와 교인총회의 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균형을 이룰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교회개혁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교인들로 구성되는 교인총회가 교회의 최고기구로서 무엇이든지 다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며 "그러나 교회민주주의는 교회의 사단적 측면에만 해당하는 원칙일 뿐, 신앙공동체라는 측면에서 교인들은 신령상의 행위를 총찰하는 당회의 지도에 순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교회정관은 교회의 헌법이므로 가급적 기본 사항만을 정하고, 정관에 미비된 것들은 시행세칙에 맡기든가 '총회헌법에 의한다'는 보완규정을 두면 된다"며 "교회정관에 너무 상세한 조항들을 넣어두면, 개정이 필요한 경우 융통성 있게 대처하기 어렵다. 정관개정은 교인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명재진 교수(충남대 로스쿨 원장)가 제2장 교인, 정재곤 박사(법학회 사무국장)가 제3장 교회의 직원: 사역자 등을 강의했다. 20일에는 서헌제 교수가 제4장 교회의 기관과 제6장 보칙, 송기영 변호사(로고스 고문)가 제5장 1절 교회의 재산, 이석규 세무사(세무법인 삼도)가 제5장 재정회계 등을 각각 맡으며, 신장환 목사가 '목회와 스마트폰 활용' 특강을 전한다.
교회법학회가 만든 <한국교회 표준정관>은 한국교회 주류를 이루는 장로교회 정관을 기본 모델로 했고, 초대형교회나 개척교회보다는 중간 정도의 교회를 대상으로 했다. 또 주요 교단에서 제정한 모범정관과 주요 교회의 정관을 참조해 최대한 공통요소를 추출했고, 지난 50여년간 발생한 주요 교회분쟁도 참조했다.
또 교회분쟁이 국가법원 소송으로 가는 상황을 전제로 제정됐다. 이는 교회정관 각 조항의 효력에 대한 국가법원의 판례를 기초로 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민법에는 비법인사단인 교회의 법률관계에 직접 적용될 조항이 매우 적으므로, 법원에 제기된 수많은 교회 소송에서 법원이 내린 판결례가 교회정관의 효력 유무를 판단할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