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멕시코 단기 선교를 통해, 우리가 방문했던 첫번째 마을은 '링콘 모레노'였습니다. 4년 전 우리 선교팀이, 당시 가축을 키우는 축사처럼 보이던 조그만 건물을 걷어내고 그 옆 교회 부지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주었던 곳입니다. 마을 초입으로 들어서고 낫 익은 풍경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면서 "교회가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이 콩콩 뛰었습니다.
와~ 번듯한(?) 교회당을 보고는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아직도 지붕은 반이나 뻥 뚫려 있었지만, 그들은 지난 4년간 우리가 얹어준 지붕을 중심으로 벽을 쌓았고, 또 문을 내었습니다. 하루 10불을 벌기 힘든 가난한 시골 마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 이 척박한 땅에 교회가 세워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단순히 교회 건물만 세워지는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먹고 입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들이 교회를 위해 이런 저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디오스 테 반디가~" 낫이 익은 할아버지 한 분이 하나님의 축복을 빌며 환한 얼굴로 악수를 청해 오셨습니다. 마음 좋게 생기신 일라리오 할아버지셨습니다. 4년 전, 선교팀을 위해 당신의 집을 오픈해 주시고, 또 기르시던 닭을 잡아 저녁을 대접해 주셨던 고마우신 할아버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시는 듯 했습니다.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할아버지께 치매가 오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꾸 오셔서 같은 말을 묻고 또 묻는 할아버지를 보며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깊이 패인 할아버지의 주름을 보면서 기도했습니다. "사랑하는 종이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십자가에 죽으시기까지 노종을 사랑하셨던 주님을 기억하며 행복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한방 사역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병자들이 하나 둘 교회를 찾아왔습니다. 한 켠에서 병자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을 때, 마르코스라는 이름을 가진 한 중년 남자가 상담을 하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남자는 슬픈 얼굴로 말했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 오직 가족들 만을 생각하며 외항선을 탔다고 했습니다. 너무 힘들고 외로웠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모든 것을 참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 인가부터 아내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인생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남자는 제게, 어떻게 하나님이 그럴 수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하시기는 하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저는 남자에게 십자가를 말해주었습니다.
링콘 모레노를 떠나기로 했던 아침, 제일 많은 환자들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침을 맞고 효과를 봤던 사람들이, 저마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데리고 왔던 것입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환자가 하나가 있었는데, 전날 엄마와 함께 침을 맞으러 왔던 14살짜리 소녀였습니다. 소녀의 왼쪽 옆구리에 손에 잡힐 만한 큰 종양이 하나 있었습니다. 간간히 통증이 있었고, 때론 숨쉬는 것조차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침을 맞은 다음날 그 종양이 사라진 것입니다. 임 장로님이 자랑을 안 하셔서 선교팀도 모르고 있었지만, 통증도 사라지고 숨쉬는 것도 자유로워진 것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을 데리고 오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마르코스도 환하게 웃으며 그 틈에 서 있었습니다. 올 단기선교는 이렇게 치유와 회복의 역사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