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작가들에 의해 움직인다
세상은 책을 쓰는 작가들에 의해 움직인다. 이 말을 설교자에게 적용하면, 매일 설교 글을 쓰는 설교자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현실은 세상은 설교자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여전히 작가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가?
작가들은 글쓰기를 배우지만, 설교자들은 글쓰기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좋은 글을 몇 년씩 베껴쓰는 연습부터 시작한다. 베껴쓰기 등으로 시작한 글쓰기가 내공이 쌓여 책을 쓸 수 있을 때까지,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한다.
한 번은 개그맨이었던 최형만 전도사로부터 개그맨들의 훈련법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개그맨들의 마지막 훈련은 명동에 가서 '속옷'만 있고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다.
이 훈련을 마치면,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창피한 줄 모른다.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을 웃길 수 있는 개그맨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이 훈련은 진실로 혹독하다고 할 수 있다.
작가 또한 혹독한 훈련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개그맨들도 혹독한 훈련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글쓰기 훈련을 받지 않은 설교자들이 책을 출간하려면 아주 힘들어한다. 세상은 젊은 사람들도 책을 써서 자기 브랜드화 하는데, 나이 50이 넘은 설교자들이 책 쓰기를 거의 못한다. 여기에는 단 한 가지의 차이가 있다. 글쓰기를 무시하는 것이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강의를 했다. 토론 시간이 있었는데 토론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글쓰기는 타고난다."
이 때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럼 설교를 뭐라고 하나?", "전도를 무엇하러 하나?" 이미 하나님에 의해 구원을 받은 사람들, 앞으로 하나님께서 구원할 사람들인데....
설교자들도 작가들처럼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는 시대의 요청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글 한 줄 쓸 줄을 몰랐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매일 글을 썼다. 지금은 거의 매일 책을 쓰고 있다. 놀랍게도 매일의 글쓰기가, 2019년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설교자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세상은 머리 좋은 사람들에 의해 이끌리지 않는다. 그릿(grit), 즉 '열정과 집념와 끈기'가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이끌린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하면 책 쓰기가 되어,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설교자가 될 수 있다.
책을 쓰지 못하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 설교자는 책을 써야 한다. 성경을 읽고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지 않았나. 존 번연의 <천로역정>와 같은 책을 읽고, 사람들은 하나님을 알 수 있다.
설교자라면 책을 출간해야 한다. 예전에 새생명비전교회 강준민 목사는 필자의 "설교집을 출간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이런 말을 했다. "시인이 시집을 내듯, 설교자는 설교집을 내야 한다."
설교자는 설교집을 내야 한다. 그 설교집은 출판사에서 출간해 주고 싶은 것이어야 한다. 즉 퀄리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설교자는 책을 출간해야 한다. 세상에서 인정하는 공신력 중 자신의 저서만한 것이 없다. 책은 여러 공신력 요소들 중 압권이다.
전에 책 쓰기 세미나에서, 책 한 권은 박사 학위 혹은 '고시 패스'와 동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말은 책의 공신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준다.
세상은 작가들에 의해 이끌려 간다. 그렇다면 세상을 하나님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설교자들도 책을 써야 한다. 책을 쓰려면 선행돼야 할 것이 글쓰기다.
책을 써야 하는 것은 영향력 이전에 자기 혁명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독서가 김병완은 책 <책 쓰기 혁명>에서 "책 쓰기는 자기 혁명이며 인생 최고의 도전"이라고 말한다.
책 쓰기가 자기 혁명이듯, 설교자에게 글쓰기는 "설교자의 자기 혁명이다." 그리고 책 쓰기는 인생에서 최고로 잘 한 일이다.
흔히 글을 쓸 때 자기를 넘어선다고 말한다. 김병완은 다르게 말한다. "자신을 넘어선 사람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는 사람이 자기를 넘어서는 것이다."
책을 써야 자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한다. 설교자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자기 한계에 갇히지 않고,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책을 써야 한다.
필자는 날마다 책을 읽는다. 그 책이 필자를 만들었다. 그 중 압권이 성경책이다. 그리고 매일 읽는 책들이 필자의 삶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필자가 쓴 책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설교자들에게서 '글쓰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필자의 책 <설교는 글쓰기다>도 한몫을 차지했다고 본다. 이번에 개정 증보하며 3쇄를 찍었다. 처음 출간할 때는 2쇄 찍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 소원을 넘어섰다. 꾸준한 글쓰기 덕분이다.
콩 심은 데 콩 난다
글쓰기를 하지 않는 사람은 책 쓰기를 거의 못한다. 아니 책을 쓸 엄두도 내지 못한다.
글쓰기를 하지 않고도 책을 쓰는 방법이 있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 학위 과정을 하면 된다. 학위 과정에 등록하면, 3년 후 책으로 출간할 수 있는 논문을 억지로라도 쓰게 된다. 하지만 글쓰기를 하면 엄청난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3년에 한 권이 아니라 1년에 몇 권도 쓸 수 있다.
주위에 책을 쓰고 싶은데,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의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글을 써 보지 않아서, 글쓰기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 책을 쓸 수 있다. 콩처럼 글을 심으면, 글로 쓰여진 책이 나온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해야 한다. 글쓰기를 하면, 책 쓰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글쓰기 없이 자료만으로 책을 썼던 사람들은 '책 쓰기'가 일종의 과제가 된다. 반대로 글쓰기를 할 줄 알면, 책 쓰기가 과제가 아니라 일상이 된다. 나아가 책 쓰기가 축제가 된다.
필자가 글쓰기를 할 때 자주 듣던 말이 있다. "책을 쓰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데, 글쓰기에 올인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사실 글쓰기를 한 것은 설교문을 쓰기 위해서였다. 설교를 위한 글쓰기가 책 쓰기로 자연스럽게 넘어왔을 뿐이다. 이젠 이 글쓰기가 책 집필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지금은 시간만 나면 책 쓰기를 한다.
우리나라 속담 중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것이다. 세상에서도 심은 만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인풋만큼 아웃풋 된다'. 먹은 대로 나오는 것이 세상 이치다. 마찬가지로, 글을 쓴 만큼 책을 쓸 수 있다. 책을 쓰는데, 글쓰기가 필요없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가장 필요하다.
글쓰기는 책 쓰기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해야 한다. 글쓰기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책 쓰기는 하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될 뿐이다.
책 쓰기는 글쓰기에 의해 좌우된다
책 쓰기 세미나에 처음 갔을 때, 글쓰기를 강조할 줄 알았다. 그러나 강사들은 글쓰기를 강조하지 않았다. 오직 책 쓰기만 강조했다.
책 쓰기 세미나에서 강조하는 것이 있다.
첫째, 책 쓰기는 글쓰기가 아니다.
둘째, 책 쓰기는 주제와 목차가 80%이고 글쓰기가 20%이다.
셋째, 잘 쓰느냐가 아니라 잘 끄집어내느냐가 중요하다.
넷째, 결국 잘 쓰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다듬고 다듬는 퇴고가 전부다.
이런 말도 일정 부분 맞다. 하지만 전부 맞는 말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말에 속으면 안 된다. 이는 책 쓰기 세미나에 등록하도록 하기 위한 상술인 경우가 많다.
이런 곳에서 배워도 책 한 권은 출간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지속적인 책 출간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책 쓰기는 글쓰기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선조들은 독서와 책 쓰기를 함께 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정약용이다. 정약용의 제자들은 '총서'가 있다. 총서는 베껴 쓰기를 한 책을 말한다. 그들이 글쓰기를 한 것을 엮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책 쓰기는 '자료로 쓰기'가 아니다. 책 쓰기는 글쓰기다. 글쓰기가, 설교자의 버킷리스트가 되면 안 된다. 글쓰기는 책 쓰기의 과정이자 전부다.
파워 있는 글쓰기를 하라
글을 쓰되, 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힘 있는 글이, 사람들이 읽고 싶은 책이 된다. 책 쓰기 코치인 송숙희는 그녀의 책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에서 파워 글쓰기의 원칙과 조건을 이야기 한다.
첫째, 결론부터 써라
둘째, 핵심적 생각을 명료하게 전달하라
셋째, 메시지를 단락으로 나누어 설득하라
넷째, 사례를 들어 납득하게 하라
다섯째, 근거를 제시하여 믿게 하라
여섯째, 원하는 바를 제안하라
송숙희의 이 글쓰기 원칙은 탁월하다. 글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필자가 출간한 책만 봐도 알 수 있다. 잘 쓴 글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다. 잘 쓰지 못한 글은 반응이 별로 없다.
필자의 책 중 <이기는 독서> 속 글이 가장 좋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남달랐다. 1쇄가 다 팔려 출판사와 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지금 주위 사람들은 그 책이 재출간을 종용한다.
설교자는 설교 글이 좋아야 한다. 좋은 글, 파워 있는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회원들의 설교를 봐줄 때가 있다. 제가 하는 일은 조금 글을 바꿔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반응이 좋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사람들은 좋은 콘텐츠와 함께, 좋은 글을 원한다. 그러므로 파워 있는 글을 쓰려 해야 한다. 단문 글, 두괄식으로 시작하는 글, 대비가 되는 글, 묘사가 좋은 글 등을 써야 한다. 이런 글의 책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파워 있는 글이 파워 있는 책이 된다.
파워 없는 글은 파워 없는 책이 된다.
파워 있는 글이 파워 있는 책이 된다면,
파워 있는 책을 쓰기 위해 날마다 글쓰기를 해야 한다.
김도인 목사/아트설교연구원 대표(https://cafe.naver.com/judam11)
저서로는 《설교는 인문학이다/두란노》, 《설교는 글쓰기다/CLC》, 《설교를 통해 배운다/CLC》, 《아침에 열기 저녁에 닫기/좋은땅》, 《아침의 숙제가 저녁에는 축제로/좋은땅》, 《출근길, 그 말씀(공저)/CLC》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