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우리나라에 광풍처럼 지나갔던 다미선교회의 시한부 종말론은 커다란 후유증을 남겼다. 1992년 10월 28일 자정 예수님이 재림하고 휴거된다고 하여, 가산을 처분하고 종말론 운동에 투신하던 많은 이들이 허탈하게 끝을 맞이했다.
종말론을 주장하던 단체의 핵심에 있던 목사는 사기죄로 감옥에 들어갔다. 이로써 시한부 종말론의 광풍이 일단락되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종말론을 세우고 교회마다 이를 알리는 사후 처리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여전히 많은 성도들이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이단 단체들의 잘못된 종말론에 미혹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단체는 1998년 Y2K로 세상이 무너진다고 했고, 이후 2002년에 무너진다고 했다가 모두 불발로 끝났다.
어떤 단체는 베리칩(Verichip)이 '짐승의 표 666'이라고 하여, 베리칩을 받으면 안 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특히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헬스케어 법안에 베리칩을 넣을 것을 의무화했다고 하여 떠들썩했다.
이들은 베리칩이 모든 사람들 몸에 심겨지는 2013-2016년 사이에 휴거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리칩에 관한 것은 그릇된 정보로 밝혀졌다.
아직까지 베리칩은 범정부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베리칩보다 더 뛰어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안구 인식이나 얼굴 인식, 정맥 인식, DNA 확인 등등의 기술 등이다.
첨단 기술 발달의 물결에 베리칩은 예전 바코드 사태 때처럼 점점 '지나간 유행'이 되어가고 있다. 바코드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시한부 종말론자들은 바코드가 짐승의 표이고, 이 표를 받으면 물건 매매를 못한다고 많은 이들에게 공포감을 조장했다.
또 어떤 단체는 종말이 되면 하늘에 있는 순교자의 영이 이 땅에 있는 14만 4천의, 짐승의 표 받지 않은 정결한 성도들과 결합하여 신인합일을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다. 그럼에도 20만이 넘는 사람들이 이 주장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고 있다.
사실 이런 시한부 종말론과 휴거, 신인합일 같은 주장들은 상당 부분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선교사들을 통하여 소개된 세대주의 전천년설에 영향받은 바 크다.
이는 성경의 역사를 구약 4천년, 신약 2천년의 큰 틀로 나누고, 마지막 천년왕국이 오기 전 종말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이 시대의 징조를 가지고 풀어나가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해석의 예가 무화과나무 가지에 연한 잎사귀가 나면 여름이 가까운 줄 알라는 비유말씀의 해석이다(마 24:32-33).
세대주의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는 많은 이들이 무화과나무가 이스라엘을 의미하고 연한 잎사귀가 나는 것이 독립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이스라엘의 독립이 1948년에 이루어졌으니, 주님이 오실 때가 한 세대가 지나기 전이므로 한 세대를 40년으로 보면 1988년, 50년으로 보면 1998년, 60년으로 보면 2008년, 80년으로 보면 2028년이 된다.
아직 오지 않은 2028년을 제외한 나머지 1988년, 1998년, 2008년은 많은 이단 단체들이 주님이 오신다고 주장했던 시한부 종말의 해였다. 그러나 다 빗나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먼저 무화과나무의 비유는 그 자체로 이스라엘의 독립을 의미하는 비유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비유의 내용은 무화과나무가 여름이 오면 여름이 가까이 오는 것을 나타내는 것처럼 "이와 같이" 주님이 말씀하신 징조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종말이 가까이 온 줄 알라는 뜻이다.
이는 무화과나무의 연한 잎이 나면 여름이 가까이 온 것을 아는 것은, 마치 개나리가 피면 봄이 가까이 옴을 알게 되는 것과 같다. 즉 나무에 일어나는 징조로 시기가 가까이 옴을 판단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결코 이것은 알레고리적으로 이스라엘을 나타내는 비유라고 할 수 없다.
둘째, 한 세대에 대한 해석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이 세대(34절)'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던 동시대 사람들을 말한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말씀하신 징조들은 무엇일까?
이것은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 서는 것, 즉 로마 군대가 예루살렘 성을 함락시키는 역사가 예수님의 동시대 사람들에게 임한다는 말씀이다. 예루살렘 성은 로마의 디도장군에 의해 주후 70년에 무너졌다.
이처럼 세대주의적 시한부 종말론적 해석은 많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종말론이 끼쳤던 긍정적인 순기능 또한 인정해야 한다.
세대주의적 종말론은 역사가 암울했던 우리의 일제강점기 때, 하나님 나라의 종말을 도래하는 성도들에게 임박한 종말의 소망을 갖고 극심한 일제의 핍박을 이겨나가는 힘을 주었다.
이런 면에서 세대주의 종말론은 극심한 시련의 시기에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는 성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이러한 종말론은 대 핍박의 시대가 지난 오늘날에는 긍정적인 순기능보다 도리어 이단들의 미혹된 교리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가 붙잡아야 할 건강한 종말의 해석은 무엇일까? 어거스틴부터 시작해서 루터, 칼빈이 붙잡았던 건강한 종말론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러한 종말론을 천년왕국 해석의 핵심이 되는 계시록 20장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계속>
▲양형주 목사. |
양형주 목사
대전도안교회, 한국교회 리더십코칭센터 원장
명성교회 교육전도사, 천안중앙교회 청년목사, 동안교회 청년부 디렉터
저서 <바이블 백신>, <키워드로 풀어가는 청년사역>, <청년리더사역 핵심파일>, <내 인생에 비전이 보인다>, <평신도를 위한 쉬운 로마서>, <평신도를 위한 쉬운 창세기(전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