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성수 신앙의 영성을 염원하며'를 주제로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와 최복규 목사(한국중앙교회 원로) 간의 대담이 20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개최됐다. 김명혁 목사는 매달 교계 원로 지도자들과 함께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영성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군 시절 주일성수 위해 탈영했던 사연 소개
부활절과 오순절, 계시록까지... 주일 중요
먼저 발표한 최복규 목사는 "어린 시절 처음 나간 교회에서는 주일을 범하는 것을 엄히 다스렸다. 그런데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오전 9시 주일학교 예배와 11시 주일 낮예배를 끝내고 오후가 되면 여선생님들과 한강에 놀러가곤 했다"며 "한 번은 떠내려가 빠져죽을 뻔 했는데, '여기서 죽나보다' 싶어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외치다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때 안식일을 범해서 이런 어려움을 당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후 군에 갔을 때 소속 부대에 교회가 없었다. 주일이면 바깥 민간 교회에서 예배드려야 했다. 그런데 부대에 비상령이 내려져 교회에 갈 수 없었다"며 "그래서 몰래 철조맘을 뜯고 나가서 예배드리고 왔다. 오는 길에 보니 전 장병들이 연병장에 집합해 있고, 주간 사령이 저를 연병장 단상으로 끌어올리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가 '이런 놈은 있을 수 없다. 군대에서 주일을 지킨다고 탈영을 하느냐. 군율이 얼마나 엄한지 보여주겠다'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죽여버리기 위해 100대만 때리겠다고 했다"며 "저는 '주님이 안식일의 주인이라 하셨으니 다 해결해 주십시오' 기도했다. 때리는 소리와 장병들의 복창 소리만 들리고 통증이 사라지더라. 그런데 100!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최복규 목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최복규 목사는 "얼마 뒤 눈을 떠 보니 내무반이었다. 정신이 돌아오는데 '주여 주여'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평생 많은 영적 체험을 했지만, 그 때처럼 하나님의 성령이 직접 저를 터치하고 은혜 베푸신 적이 없었다"며 "영성은 이론이 아니라 체험이다. 주일성수 때문에 죽었다 살아난 그 때처럼 기뻐하시고 힘 주시고 능력 주신 적이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최 목사는 "안식일을 지키라고 하기 전에 '엿새 동안 힘써 모든 일을 행하라'고 하셨다. 6일 동안 빈둥빈둥 놀면서 주일 1시간 예배드리면 주일성수라고 할 수 있느냐"며 "6일 동안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다 주일을 지켜야 하는데, 오늘날까지 그런 설교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구약 율법에서 안식일은 토요일이었지만, 주님께서 안식일에 무덤에 묻히셨다 안식 후 일요일 새벽 부활하셨고, 오순절 성령강림과 요한계시록 첫째 말씀도 주일에 주셨다"며 "날짜가 뭐 그리 중한가 하겠지만, 부활절과 오순절, 계시록까지 보면 주일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권면했다.
최복규 목사는 "율법은 무거운 것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도 모든 것을 '행하시며' 가르치기를 시작하셨다고 돼 있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의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며 "예수님께서 '내게로 와서 쉬라'고 하신 것은, 말만 하고 지키지 않아 예배가 짐이 되고 설교가 짐이 되고 배운 것들이 짐이 된 사람들에게 말씀하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일성수 위해 가족 남겨두고 38선 넘어
오늘 한국교회, 주일성수 신앙 거의 포기
안식일과 주일, 구원 역사에서 중요한 틀
이어 김명혁 목사는 "어릴 때부터 감옥의 길, 순교의 길로 걸어가시는 저의 아버지 김관주 목사님을 바라보면서, 주일성수의 신앙을 몸에 지니고 하나님께 정성껏 예배드렸다"며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난과 슬픔과 아픔의 길로 걸어가야 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평양 제5인민학교에 다닐 때 일요일에도 학교에 오라고 명령했지만, 2년 동안 한 번도 학교에 가지 않고 평양 서문밖교회에 나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정성껏 예배를 드렸다"며"물론 월요일마다 학교에서 벌을 받았고 때로는 정학을 당했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고백했다.
그는 "주일성수 신앙을 지키기 위해 38선을 넘기로 결심했다. 탄광에서 중노동을 하시는 아버지를 찾아가 '주일성수를 위해 남쪽으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저를 한참 쳐다보시다 '그러면 가라'고 하셨다"며 "오늘의 제가 된 것은 하나님의 망극하신 은혜와 사랑과 축복이지만, 아버님의 순교신앙과 어머님의 희생적인 사랑도 있었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명혁 목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김명혁 목사는 "38선을 혼자 뛰어넘은 사건은 저의 삶과 운명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고아와 나그네가 되어 고난과 슬픔과 아픔을 지니게 된 저를 너무 많이 사랑하시고 축복해 주셨다"며 "길선주·이기풍·최권능·주기철·손양원 목사님 등 신앙의 선배님들도 주일성수 신앙의 길을 걸어가다 순교하셨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는 '주일성수' 신앙을 거의 포기한 상태다. 많은 교회의 목회자들과 신자들이 주일날 여행도 오락도 일도 아무 거리낌 없이 하게 됐다"며 "주일 저녁예배를 폐지한 교회들이 너무 많다. 일부 목회자들과 교수들은 철저한 주일성수 신앙을 '율법주의'로 간주하는데, 기가 막히고 정신나간 일"이라고 했다.
그는 "구약 성경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고 분명하고 강하게 명령했다(출 20:8; 31:14; 35:2, 민 15:35). 안식일 성수는 대대로 지킬 영원한 언약이고 표징"이라며 "신약 시대에 예수님도 자신이 안식일의 주인이시고 안식일의 완성자시라고 말씀했다(마 12:8). 성령께서 강림하신 날도, 예루살렘 교회가 탄생한 날도 주일이었다. 나아가 신약의 주일은 영원한 천국의 안식일을 예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혁 목사는 "구약과 신약 성경이 가르치는 안식일과 주일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중요한 틀이다. 구원받은 성도들에게 가장 귀중하고 아름답고 축복받은 일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면서 하나님께 정성껏 '예배의 제사'를 드리는 일"이라며 "초대교회 교부들부터 기독교의 역사도 주일을 거룩하게 지킬 것을 분명하고 강하게 가르친다"고 소개했다.
김 목사는 "이런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사의 가르침, 기독교의 역사적 전통을 무시하고 현대적 유행에 영합하며 주일성수 신앙을 무시하는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무서운 죄를 범하는 정신나간 사람들이고 귀신들린 사람들"이라며 "저는 부족하고 또 부족한 죄인이지만 주일성수 신앙을 귀중하게 여겨왔다. 그래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 박정희 정부의 주일성수 방해 정책을 비판하다 미움을 사서 1977년 11월 20일 아침 남산 중앙정보부 지하실로 끌려가 다음날 이른 새벽까지 심문과 협박을 심하게 받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나 단 한 번도 불안하거나 두려워한 일이 없었다. 오히려 심문하는 두 사람에게 책망과 충고, 권면도 했다. 저는 28년간 목회하면서 새벽기도와 주일성수 신앙을 제일 귀중하게 여기고 강조했다"며 "우리 시간과 몸을 온전히 주님께 드리며 주일을 종일 거룩하게 지키면, 삶이 변화되고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은혜와 축복으로 가득하게 채워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