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베리타스포럼이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는가'(You are what you love: Why everybody worships something)를 주제로 28일 저녁 고려대학교 과학도서관 5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주 강사로 나선 기독 철학자 제임스 스미스 교수(미국 칼빈대)는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무엇인가를 사랑하도록 배우고 있다"며 "그렇기에 가장 원하고 갈망하는 것을 사실은 모르고 있다는 '불편한 깨달음'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규칙으로 움직이는 문화권 안에서의 습관, 미덕, 도덕적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덕을 간단히 얘기하자면 좋은 도덕적 습관, 그 반대는 악덕이다. 이는 내적 규칙, 법과는 다르다. 법은 옳은 일을 행하도록 도덕적 감각을 키워주고, 목적은 선에 대한 감각을 내면화하여 더 이상 규칙이라는 회초리를 사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선한 일을 행하는 자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리학 영역에서 무의식의 영향력, 자동으로 작동되는 것, 습관에 대한 인식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윌슨은 '무의식이 빙산의 일각이 아니라 빙산 꼭대기에 살짝 올려진 분량'이라고 했는데, 우리의 마음은 가장 수준 높은, 가장 완성도 있는 생각을 무의식에 맡길 때 더 잘 효과적으로 된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한 비전을 조정하는 사랑과 원함, 바람은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당신의 습관이 무의식적일뿐 아니라 습관화 되는 것 자체가 무의식적"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기독교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정말 사랑하는 것 사이의 긴장과 불일치에 대해 말해왔다"며 "성경은 우리의 내면이라 하는 것이 얼마나 신비하고 모순적이고 불가해한 존재인지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은 예배하고 있다. 굶주린 마음은 종교적이지 않더라도 무엇인가에 헌신한다. 단지 무엇을 예배할 것인가의 차이일 뿐"이라며 "당신의 마음을 형성하는 사랑으로 인해 빚어지는 실천을 예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예전은 종교적이지 않을 수 있고 일상적이고 심지어 지루해보이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뤄진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예시로 휴대폰을 언급하며 "과정에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 사회적 생산력이 내포된다"고 덧붙여 말했다.
▲특강을 전한 기독 철학자 제임스 스미스 교수(미국칼빈대). ⓒ김신의 기자 |
이어 미국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와 파스칼의의 말을 빌려 "우리는 무엇을 사랑할 것인지 무엇을 헌신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인류의 불행은 한 방에서 조용히 머물 수 있는 능력이 부재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문화권의 수많은 예전은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회피할 수 있도록 끊임 없이 우리를 분주하게 만든다. 그렇지 않으면 의존성, 무기력함, 공허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당신이 찾는 아름다움, 돈, 성적 욕망, 봉사 등은 절대 당신에게 충만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 권력을 예배하면 곧 약함과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똑똑한 자가 되길 원하면 결국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인지 언제 발각될까 두려워하는 사기꾼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곧 우린 영혼 안의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행동주의자로 끝나게 될 것이다. 수많은 신화와 격언 진부한 언어, 풍자, 비유, 모든 이야기의 뼈대에 이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가운데 우리가 가져야 할 요령은 우리가 매일의 의식 가운데 이 진실을 의식하고 사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나의 굶주림을 만족시켜주는가?'라는 질문을 직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고 예배할 것인지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런데 만약 지금 바로 이곳에 '우리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여기에 제가 기독교인인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열중하고 갈망하는 돈과 인기 들은 나를 산 채로 잡아먹고 복종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요구하거나 명령하시는 분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 자신을 희생하셔서 우리에게 자신을 내어주셨다. 은혜야 말로 기독교의 핵심이다. 기독교의 예전은 우리 자신의 무질서함, 망가진 사랑, 내가 추구하는 것과의 불일치에 대해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기독교가 진리이고 어거스틴이 옳다고 한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하나님을 사랑하기 위해 지어진 존재다. 우린 하나님이 아닌 다른 대체물 가운데서 쉼과 평화, 만족, 충만함을 갖고자 하지만 좌절하고 실망한다. 우리는 미친듯이 사랑할 것을 찾아 헤매고 쫓지만 결국 제대로 작동되지 않음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무엇인가에 사로잡힌다"고 했다.
▲2019 베리타스 포럼 기념사진 촬영. ⓒ김신의 기자 |
한편 베리타스포럼은 1992년 하버드 대학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장됐고, 200여 대학에서 2천회 이상 열렸다. 베리타스포럼 글로벌은 미국 보스턴에 본부가 있으며, 사역자들과 각 대학 기독 교수들이 기획하고 대학생/대학원생 자원봉사자들이 협력하며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5월 고려대학교에서 처음 진행됐고, 오스 기니스 박사(Os Guinness), 강영안 교수(美 칼빈신학대학원 철학신학)와 우종학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가 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