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인가(?) 출간됐다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자 출판사 측에 의해 전량 회수 폐기 결정이 내려졌던 시집이 있습니다. 어느 10살 배기 아이의 '솔로 강아지'란 제목의 동시집입니다. 그 시집에는 '학원 가기 싫은 날'이란 제목의 시가 실려 있는데, 내용이 아주 충격적입니다.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 이렇게 // 엄마를 씹어 먹어 / 삶아 먹고 구워 먹어 / 눈깔을 파먹어 / 이빨을 다 뽑아 버려 / 머리채를 쥐어뜯어 / 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 / 눈물을 흘리면 핥아먹어 /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 가장 고통스럽게...
생각해보면, 정말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픈 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나 학원엘 가기 싫었으면, 얼마나 자신이 놓인 상황과 처지가 진저리가 쳐졌으면, 그래서 학원에 가라고 하는 엄마가 얼마나 미웠으면 이렇게 상상조차 두려운 장면들을 시라는 형식으로 표현했을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노력을 하고 또 노력을 해도 이 아이의 시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 엄마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김바다라는 이름의 시인인 이 아이의 엄마는 이 시에 대하여, '아이들을 숨 쉴 틈 없이 학원으로 내모는 한국의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 우화'라는 시적 해석과 함께 아이의 시에 작품성과 시적 예술성이 있다고 하면서 어리지만 작가로서 딸의 자긍심을 지켜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도 "어린이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어른이'들의 심성에는 그 시가 심하게 거슬릴 것"이라고 하면서 "수록된 나머지 시들은 내용이나 형식의 측면에서 매우 독특하고 널리 권할 만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어른들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어머니가 지켜주고 싶다던 '작가로써의 자긍심'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온 세상의 중심이 되어버린 인본주의적 교육의 결과라고 밖에는 달리 이해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사람의 가치를 그 어떤 것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이기에, 천륜을 거스르는 표현일지라도 그것을 그 아이만의 독창적인 시적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의 개성을 그 어떤 것 보다 존중하는 세상이기에, 읽는 이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잔혹한 아이의 표현들을 그저 예술적인 표현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묻고 싶은 것은, 어떻게 부모라는 사람들이, 자신을 신자라고 밝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의 시선이 그토록 어둡고 잔인한 데도 전혀 안타까움이 없는가...라는 것입니다.
어버이주일을 지나고 있습니다. 성경적인 부모는, 내 아이들이 그저 자유롭고 독창적인 존재로 자라나도록 돕는 존재일 수 없습니다. 그들이 진리 안에서 자라갈 수 있도록, 진리 안에서 자유롭고 독창적인 존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먼저 진리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부모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그런 부모님들이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