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 제대로 알아야 엉뚱한 계시에 흔들리지 않는다
신앙(종교)생활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종교(religion)'를 의미하는 라틴어는 '렐레게레'(relegere)로, '다시 읽다', '반복하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의 신앙생활에 끊임없이 반복해서 다시 읽어야 할 계시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종교'의 또 다른 어원은 '렐리가레'(religare)로. '달라붙다', '확고하게 세우다', '함께 묶다'는 뜻이다. 이는 신앙생활이 우리가 읽은 계시에 우리의 삶을 함께 묶어, 확고하게 세워나가는 활동임을 의미한다.
기독교는 '계시'의 종교다. 이 계시에 우리는 삶을 묶고 견고하게 세워나가야 한다. '계시(헬. 아포칼립시스)'는 어원적으로 '덮개(칼립시스)'가 '떨어져나가(아포)',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열려있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계시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객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객관적 계시는 바로 하나님의 기록된 말씀인 '성경'이다. 이 말씀을 반복적으로 읽고 묵상하며, 이 말씀에 우리의 삶을 묶고 확고하게 세워나가는 것이 바른 신앙생활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계시는 모두에게 열려있다기보다, 소수의 열심히 기도하는 특별한 사람들이 받는 '직통계시'로 다가온다. 그래서 기록된 말씀을 옆으로 제쳐두고, 직접 자신에게 주어지는 직통계시를 받기 위해 열심을 낸다.
물론 구약 시대 때는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의 직통계시들이 있었다. 하나님이 불 가운데 직접 현현하기도 하시고, 천사를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꿈과 환상으로 나타나시기도 하시며, 기적을 보여주시며 자신을 계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은 구약 시대에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계시하신 하나님이 마지막 신약의 시대에는 아들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셨다고 말한다(히 1:1-2).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계시하셨고, 그 계시의 최종 목적지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것이다. 이것이 복음이 기록된 성경 말씀이다.
직통계시보다, 기록된 성경 말씀의 계시 소중히 여겨야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직통계시를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직통계시를 추구하다 '다른 영'을 너무나도 쉽게 용납하게 된다(고후 11:4).
기도 중 천사를 보고 계시를 받은 이들이 있었다. 한 청년은 '모로나이'라는 천사로부터 계시를 받고 이를 기록하여 몰몬경을 썼고, 다른 이는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코란'을 기록했다. 천사를 통해 직접 계시를 받고 기록했지만, 그 결과는 충격적인 비극이다.
일제시대 퍽퍽하고 고된 삶 가운데, 복음을 듣고 밤낮 기도에 매진하던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기도 중 질병의 치유를 경험한 후, 더욱 기도에 매진하다 입신을 두 번이나 하여 예수님을 만나 계시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계시를 받고 얼마 후 그녀의 계시 내용으로 인해 1925년 장로교회에서 출교를 당했다. 계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죄의 뿌리는 음란이다 ②예수님은 십자가를 지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죽지 않고 뜻을 이루기 위해 오셨다 ③하나님은 아담이 타락한 순간을 아시면서도, 간섭하지 못하고 보기만 해야 하는 속사정이 있었다. 그런 속사정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실 때도 있었다 ④재림주는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육체를 입고 온다 ⑤재림주는 한국으로 오시며, 만민이 한국을 신앙의 종주국으로 알고 찾아오게 된다.
그녀는 출교당한 후 자신을 새로운 주님으로 모시는 '새주파'를 창설하여, 이 계시를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이 여인이 한국 이단의 뿌리가 되는 김성도다.
여기서부터 영향받은 이들이 김백문, 박태선, 문선명의 계보를 타고 내려오고, 이것이 오늘날의 온갖 이단들이 교리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기도하고 입신하여 직통계시를 받은 것이 이런 비극적 결과를 가져왔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직통계시를 받지 않는 것이 낫다.
우리는 기록된 계시 외의 직통계시가 갖는 위험성을 직시해야 한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기록된 계시인 성경을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기보다, 직접 음성을 듣고, 직접 환상을 보고, 직접 응답을 받기 원한다.
물론 성경 위에 이러한 체험이 더해지면, 우리의 신앙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록된 계시를 제쳐두고 도리어 이런 직통계시를 받기에 더욱 몰두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직통계시보다 기록된 성경 말씀의 계시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우리의 삶을 묶어야 한다.
양형주 목사
대전도안교회, 한국교회 리더십코칭센터 원장
명성교회 교육전도사, 천안중앙교회 청년목사, 동안교회 청년부 디렉터 역임
저서 <바이블 백신>, <키워드로 풀어가는 청년사역>, <청년리더사역 핵심파일>, <내 인생에 비전이 보인다>, <평신도를 위한 쉬운 로마서>, <평신도를 위한 쉬운 창세기(전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