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기브온 위에, 달은 아얄론 위에 머무르라'
기브온은 동쪽, 아얄론은 서쪽... 낮이 아니었다
여호수아, 당대 보름달의 길조·흉조 알고 전략을
해나 달 '멈춰선다', 물리학 아닌 징조 문학 용어
바벨탑은 당대 메소포타미아 건축물인 지구라트
문자적 성경 읽기 고집? 충실한 지식 갖춘 해석
7일 '고대 근동 문헌과 구약 해석'을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전한 존 월튼 美 휘튼대학교 구약학 교수는 '고대 근동의 눈으로 성경 읽기'에 대한 강연 말미 여호수아서 10장에 기록된 '전쟁 중 해와 달이 멈춘 이야기'에 대한 도발적인 주장을 꺼내 관심을 모았다.
"매우 이해하기 힘든 본문"이라는 말로 시작한 그는 "저는 성경 본문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적혀 있는지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당 본문은 다음과 같다. "여호와께서 아모리 사람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넘겨 주시던 날에 여호수아가 여호와께 아뢰어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이르되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서 그리할지어다 하매 태양이 머물고 달이 멈추기를 백성이 그 대적에게 원수를 갚기까지 하였느니라 야살의 책에 태양이 중천에 머물러서 거의 종일토록 속히 내려가지 아니하였다고 기록되지 아니하였느냐 여호와께서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신 이같은 날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나니 이는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싸우셨음이니라(수 10:12-14)"
존 월튼 교수는 "하나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시기에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다고 믿는다. 원하신다면 모든 천체를 멈추면서도 우리 세계를 무너지지 않게 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제 질문은 하나님이 무엇을 하실 수 있는가에 대한 게 아니다"고 전제했다.
월튼 교수는 "여호수아는 하루종일 싸우다 시간이 부족해졌고, 시간이 좀 더 필요해 해와 달을 멈춰달라고 기도했는데, 이는 문제가 있다. 과학적 문제가 아니라, 본문 상의 문제"라며 "여호수아는 '해는 기브온 위에, 달은 아얄론 위에 머무르라'고 했는데, 지도를 보면 기브온은 동쪽, 아얄론 골짜기는 서쪽에 있다. 이는 아침이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여호수아는 낮 시간이 모자랐던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는 무슨 뜻인가"라며 "우리 '문화의 강'을 통해 성경을 읽으면, 이 문제에 답할 수 없다. 우리는 천체의 운행을 물리학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대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물리학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존 월튼 교수는 "고대인들은 해와 달이 '특별한 물질'이라는 것조차 몰랐다. 성경은 빛을 말하는데, 이를 '가스 덩어리'로 본다면 시대착오적 해석"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아는 물리학적 지식을 갖고, 성경 본문을 향해 질문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포럼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그러면서 "고대인들은 해와 달의 움직임에 대해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월튼 교수는 "이에 대답하려면 고대인들의 '문화의 강'을 연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달(月)의 변화를 통해서만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다"며 "새로운 달(보름달)이 뜰 때, 그들은 새로운 한 달(月)이 시작됐다고 봤다. 보름달이 한 달의 시작을 표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가지 더,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의 움직임은 고대인들에게 점술과 징조의 기초였다. 우리는 고대 점술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천체의 징조에 대한 고대 근동의 문헌들은 남아있다"며 "달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천체 징조는 '보름달이 언제 뜨느냐'에 있었다. 당시 보름달이 14일째에 뜨면 길조(吉兆)였지만, 13일째나 15일째에 나타나면 흉조(凶兆)였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여러분들이 이 말에 혼란스러울 수 있다. 물론 하나님은 점술을 금지하셨고, 여호수아도 점술을 의지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여호수아는 당대의 '문화의 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문화의 강'이 적군의 가슴 속에 흐르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존 월튼 교수는 "동쪽에 해가, 서쪽에 달이 나타나는 때는 보름달이 뜰 때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족속을 공격하고 포위했을 때, 이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여호수아는 적군들의 생각을 꿰뚫고 작전을 짠 것이다. 하루 일찍 보름달이 떠서 적군들이 이 흉조를 본다면, 사기가 저하되고 제대로 싸울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월튼 교수는 "여호수아는 휘하 장군들에게 '공격이 시작됐을 때 어떤 징조가 나타나는지 잘 보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천체가 멈춰선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며 "고대 근동 문헌 중 천체의 징조 부분을 읽으면, 해나 달이 '멈춰선다'는 표현들이 실제로 자주 사용된다. 이 표현들은 징조 문학의 전문 용어이지, 물리학적 용어는 아닌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징조에 대한 고대 근동 문헌들을 읽지 않았다면, 이런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연구 없이 문자적으로만 성경을 읽는다면 해와 달이 정말 멈춘 것이 되는데, 이는 고대인들의 '문화의 강'에 없는 개념이다. 고대인들은 같은 용어를 통해 천체의 움직임이 '언제 일어나는가'를 표현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여호수아가 기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었으니 기적이 아니라는 말입니까?'라는 물음에 대해 "우리는 모두 교회에 다니고, 이 본문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다"며 "우리는 집 밖을 나가기 전 '좋은 날씨를 달라'고 기도한 뒤 실제로 날씨가 좋다면,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믿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네가 기도하지 않았어도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 누구도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셨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본인의 한국어 번역 저서에 대해 이야기중인 존 월튼 교수. ⓒ이대웅 기자 |
존 월튼 교수는 앞서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예를 들었다. 그는 "현재 고대 근동 세계의 건축 기술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언제부터 벽돌을 굽기 시작했고 왜 만들었는지 연구가 된 상태"라고 했다.
월튼 교수는 "이러한 벽돌 건물은 주로 거룩한 신전을 짓는데 사용됐다. 이를 통해 바벨탑 건설의 성격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지구라트(Ziggurat)라 불린다. 많은 왕들이 지구라트를 지었다는 문헌들이 남아있고, 교회에 이름을 짓듯 각 지구라트에도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에 '머리를 하늘에 닿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구라트를 만들 때 사용하던 표현이었다. 이제 우리는 바벨탑이 지구라트임을 알기 때문에, 창세기로 돌아가 바벨탑의 성격을 물을 수 있다"며 "그들은 바벨탑을 지어서 하늘로 올라가려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구라트는 신들이 하늘로부터 땅으로 내려오는 길을 만들기 위해 지어진 것"이라고 했다.
존 월튼 교수는 "지구라트는 하늘의 신들을 인간들 사이로 내려오게 해 함께 살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지어졌다. 창세기 1장의 에덴동산과 비슷한 상황인데, 그들은 왜 그런 상황으로 돌아가길 원했을까"라며 "자신들의 이름을 위대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이 지상에 임재하면 여러 축복을 가져다주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었다"고 했다.
월튼 교수는 "신이 임재하면 복을 내린다고 믿은 이유는, 신을 잘 돌보면 신도 복을 주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위대한 공생 관계로, 사람들은 신에게 음식을 바치고, 신은 음식을 먹기 위해 비를 내려 농작물을 자라게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성경에는 그런 식의 관계가 없기 때문에, 바벨탑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려면 고대 근동의 생활 방식을 충분히 이해해야 그 안의 신학적 메시지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논의를 정리하면서 그는 "이처럼 성경 말씀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고대 근동 문화를 이해할 때 가능한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성경을 해석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성경 말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성경을 통해 어떤 신앙을 갖게 되는가로 연결된다"고 했다.
또 "고대 근동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성경을 얼마나 충실히 해석할 수 있는가와 밀접하게 연결됨을 아셨으면 좋겠다"며 "성경을 더 이상 문자적으로만 읽을 필요가 없다. 충분한 지식을 갖추면, 충실한 성경 해석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자료들은 이미 한국어로도 많이 번역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