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신학에 하나님이 있는가?'라는 주제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신학자와 목회자, 기독교와 천주교, 그리고 진보와 보수가 마주 앉아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은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가, 발제는 서철원 박사(전 총신대 신학대학원장)가, 논찬은 오영석(전 한신대 총장)·이형기(장신대 명예교수) 박사·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함세웅 신부(전 가톨릭대 교수)가 각각 맡았다.
"삼위일체 부정, 자존하신 하나님도 없애"
먼저 '현대신학에는 하나님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서철원 박사는 "신학의 대상인 하나님은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하나님은 지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칸트의 인식론은 신학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학도 학문과 지식이 되려면 경험에서 재료가 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 박사는 "그래서 근세신학의 아버지인 슐라이어마허는 인간의 종교 혹은 내적 경험에서 신에 대한 지식을 구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신학을 인간 의식의 변형으로 완전히 바꾸어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신앙이 믿는 창조주 하나님, 자존하신 하나님을 신학에서 완전히 제거했다"고 했다.
이어 "20세기에 들어와서 칼 바르트, 틸리히, 몰트만, 리아너도 신학을 인간 의식의 변형으로 만들어 신학에서 창조주 하나님, 자존하신 하나님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들 현대신학자들이 전개한 신학의 핵심을 분석한 서 박사는 특히 칼 바르트에 대해 "그의 신학에 의하면 인간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라며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 예수일 뿐이다. 그냥 인간일 뿐 아니라 죄를 철저히 고백하고 회개한 죄인이다. 그런데도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으로 인정할 때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르트의 신학에는 하나님은 없고 인간 예수 그리스도 뿐이다. 그는 슐라이어마허의 가르침을 따라 삼위일체를 부정하면서 자존하신 하나님도 없애버렸다"고 했다.
"자존하신 하나님 없다, 단정하기 어려워"
그러나 오영석 박사의 생각은 달랐다. 오 박사는 "바르트의 삼위일체론의 의미에서 분명한 것은 이것이다. 삼위일체론을 부정하거나 간과하고 멀리하는 신학자는 성서적인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말할 수 없다. 삼위일체론은 성서의 근거를 갖는다(고후 13:13, 마 28:19). 그것은 시종일관 필연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고 그에 대한 신앙에서, 그리고 인식에서 필수적으로 내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바르트는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신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삼위일체 교리의 중대성을 천명한 바빙크의 견해를 수용한다"고 했다.
오 박사는 "바르트가 삼위일체 교리를 부정한다는 논자(서철원 박사)의 인식은 바르트의 삼위일체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간주된다"며 "만일 논자가 203쪽이나 되는 바르트의 삼위일체론을 어느 정도라도 알고 있다면 논자가 '바르트는 삼위일체 교리를 부정했다'고 보는 판단은 의도적인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바르트가 "자존하신 하나님도 없애버렸다"고 본 서 박사의 견해에도 동의하지 않으며 "(바르트의 신학에서) 하나님의 존재는 외적인 행동과 관계와 자유로운 행동 속에 완전히 소진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이 모든 역사와 행동과 관계들을 초월해 영원히 자존하신 존재"라고 했다.
두 번째 논찬자인 소강석 목사는 "서철원 박사님은 현대 신학자 5명의 삼위일체론의 핵심을 논파해 그들에게 성경에서 말하는 인격적인 하나님은 없다고 명쾌한 결론을 내리셨다"고 했다.
특히 소 목사는 "(서 박사가) 슐라이어마허의 절대 의존감정을 신앙의 본질로 본 것도 인본주의적인 것이며, 절대자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 인간이 가상적으로 설정한 완전한 존재라는 점에서 그에게 성경적인 하나님이 없다는 것에도 적극 찬동한다"고 했다.
▲현대신학 대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CCMM빌딩 12층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
그러나 소 목사 역시 칼 바르트에 대한 서 박사의 평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서 박사님은 바르트에게 자존하시는 하나님이 없고 예수 그리스도만 있다고 했는데, 사실 바르트는 계시자 성부 하나님, 계시 그 자체인 성자 하나님, 그리고 계시하는 존재 성령 하나님으로 묘사했다"면서 "이러한 3중적 구조에 상응하게 바르트는 교회교의학1권 제2장 하나님의 계시론 제1절에서 말씀을 통한 계시의 3중성과 '계시자'이신 삼위일체 하나님에 관해, 제2절에서는 '계시 그 자체'인 성자(말씀)의 성육신에 관해, 그리고 제3절에서는 '계시 존재'인 성령의 부어주심에 관해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계시하시는 성부가 자존하는 하나님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소 목사는 "그러므로 바르트에게 자존하시는 하나님이 전혀 있지 않다고 100%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한편 그는 "바르트의 삼위일체론이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양태론적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단지 바르트에게 더 큰 문제는 창조사건을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창조 설화로 이해하는 것과 선택교리에서 모든 인간이 선택되었다는 보편구원론적 이해가 아닌가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형기 박사도 칼 바르트의 이해에 있어 서철원 박사와 입장을 달리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그 자신을 주님으로 계시하신다'가 바르트에게 있어서 첫 번째로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자기 계시의 기원이 된 것이고, 두 번째로 '계시-성경-선포'라고 하는 성경의 해석학적 순환의 기원이 되었다. 즉, (바르트는) 성서의 권위가 '하나님이 말씀(예수 그리스도 혹은 하나님의 아들)하셨다'에 근거한다고 힘주어 주장했다"고 했다.
이 박사는 "즉, '하나님이 말씀하셨다'고 할 때, '초월적이고 스스로 계신 하나님'이 제거된 상태가 아니라 인류와 이 세계에 참여하신 분이시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 하나님은 고독하게 스스로 존재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이 아니라 관계 속에 계신 삼위일체 하나님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자신을 계시하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