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샘교회 유한승 목사가 매주 보내는 '사랑의 편지'입니다.
1. 운동 선수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경기가 끝난 뒤입니다.
경기를 앞두고 긴장이 극에 달한 선수들은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고 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준비과정이 힘들면 힘들수록 경기 후에 풀어지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가끔 경기를 승리하고 나면 달아오른 기분 탓에 사고가 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2. 교회에도 위험한 시간이 있습니다. 주일입니다.
주일은 가장 은혜로운 순간이면서 동시에 위험한 시간입니다. 교회는 모든 일을 다 했다는 착각에 빠져서 정말 중요한 세상을 거룩하게 해야 하는 사명을 잊어버립니다. 잊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흥청망청 뛰놉니다.
3. 금송아지를 하나님이라 말하며 우상을 만들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출애굽기 32장 5절은 '내일은 여호와의 절일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아론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들은 금송아지를 하나님이라고 여기며 예배를 준비했습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번제를 드렸습니다. 화목제도 드렸습니다. 모든 예배를 최선을 다해 드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 뒤의 모습을 성경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드리고 백성이 앉아서 먹고 마시며 일어나서 뛰놀더라.' 이 모습을 새번역 성경은 '흥청망청 뛰놀았다' 현대인의 성경은 '난잡하게 뛰놀았다' 라고 표현합니다.
4. 목사인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사역자들은 일주일 동안 긴장 속에 살 것입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말씀을 붙잡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예배를 준비할 것입니다.
저의 경우도 부족한 것이 많아서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주일이 다가오는 목요일 밤부터는 긴장이 치솟아 오릅니다. 토요일에는 교회에서 주일 준비를 하고 집에 오면 6시경이 됩니다. 그러면 저녁을 먹고 나서 방 안에 들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새벽 3시가 되어야 잠이 듭니다. 여러분 그래서 저에게 위험한 순간은 주일입니다.
▲부활주일 찬양축제. 가운데 정장 입은 사람이 유한승 목사다. ⓒ교회 제공 |
5. 아차 하면 모든 것을 다 했다 생각하고 흥청망청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일 저녁이 되면 다음 주일 원고 말씀을 읽습니다. 그리고 기초 원고를 준비하는 것이 저를 위한 장치입니다. 이기적이고 늘 흔들리는 연약한 나를 바로잡기 위한 장치인 것입니다.
그러나 목회자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맡겨진 성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성도들에게도 이런 문제는 동일할 것입니다.
6. 2012년부터 청년을 섬기면서 주일 저녁에 진심을 다해 쓰는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매 주일마다, 제가 섬기는 청년들에게 오늘 들었던 말씀을 다시 나누는 말씀의 편지에서부터 지금 사랑의 편지에 이르기까지 진심을 다한 편지를 보내온지 6년째입니다.
이제 그 외에 메일 주소를 알고 있는 성도들에게나, 제가 연락을 주고 받는 크리스천들뿐 아니라 아직 예수를 모르는 몇몇 친구들에게까지 이 편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특별한 이유를 제외하고는 그 약속을 어기지 않는 것은 성도들이나 저나 모두 예배 후 마음을 다시 다잡기 위함입니다.
7. 오늘 부활주일 예배를 드렸습니다. '너의 찬양이 보여'라는 찬양대회를 통해 모두 기쁜 순간을 보냈습니다. 모두가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우리 사역자들도 처음 하는 찬양 대회를 은혜롭고 재미있게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모릅니다.
예배가 끝나고 나서 여든이 넘으신 우리 전 집사님께서 말씀하며 가십니다. "아 교회가 너무 행복해. 정말 우리 교회, 세상에 다시 없는 교회야."
8. 이런 고백이 황홀하고 행복합니다.
인생의 모든 것을 다 경험하신 노년의 성도님께서 진심에 겨워 하시는 그 말씀이 담임인 제게 얼마나 행복을 주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럴수록 정신을 차리려 합니다. 우리 모두 오늘 이 예배와 찬양을 위해 최선을 다한 만큼, 다시 흥청망청 되지 않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활 신앙으로 무장하여 한 주를 승리합시다.
저뿐 아니라 여러분도 그와 같은 마음으로 세상 속에서 살아갈 것을 믿기에, 믿음으로 오늘도 이 편지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