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연두교서 발표 자리에 북한인권단체 NAUH(나우) 대표인 탈북민 지성호 씨를 초청했다.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청년 지성호 씨에 대해 "북한 정권의 불길한 본성(ominous nature)을 목격한 또 한 명의 증인"이라며 "1996년 북한에서 굶주림에 시달렸던 소년 지성호는 식량과 바꾸기 위해 석탄을 훔치려다 사고를 당해 수 차례에 걸쳐 다리 절단 수술을 견뎌냈다"고 말했다.
또 "지성호 씨는 목발을 짚고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거쳐 현재 서울에 살고 있다"며 "그는 다른 탈북자들을 구출하고,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인 북한의 진실을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 씨를 소개했고, 그는 목발을 들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지 씨를 비롯한 탈북민 9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담하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Mike Pence) 미국 부통령도 지성호 씨 등 탈북민 4명을 만났다. 지성호 씨와 포옹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 펜스 부통령은 "여러분이 자유를 위해 싸운 것에 마음을 같이 하는 미국 사람들이 있다"며 "북한에는 수용소가 있고 북한 사람의 70% 이상이 식량 지원이 없으면 생존하지 못하며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다는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함 기념관이 위치한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이들을 만난 펜스 부통령은 "여러분이 자유를 찾아 남한까지 왔다고 생각할 때,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며 "여러분의 이야기를 전 세계인이 듣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는 북한에서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한 대학생 오토 윔비어의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 씨도 참석했다.
과문해서 그런지, 우리나라 대통령이 탈북민들을 초청해 고생을 위로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탈북 러시(rush)는 '죽음의 행군'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그 무렵 대통령이 된 인권운동가 출신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故 김대중 대통령 때도, 인권변호사 출신인 故 노무현 대통령 때도 그랬다.
'인권'을 중시하고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편다면서도 '약자 중의 약자'인 탈북민들에게만은 유독 냉정한 소위 '진보 정권'만 탓할 것도 아니다. 탈북민들에게 적극적인 보수 정권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다를 바 없었다. 그들에 대한 지원은 더 늘어나고 관심은 좀 더 있었겠지만, 무엇 때문인지 청와대 차원에서 탈북민들을 초청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탈북민 초청과 환담이, 단순히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북한에 대한 압박이나 김정은 정권의 폭압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그런 '정치적 제스처'조차 왜 보여주지 않는 것인가. 특히 '인권'과 '소통'을 중시하고 정치적 제스처를 잘 해 상대로부터 '쇼통'이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현 정부에서는 왜 이런 제스처를 전혀 취하지 않는 것인가.
대통령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결국 인권을 중시하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종교 자유를 위해 줄기차게 기도하고 있는 우리 기독교인들이 외쳐야 함은 물론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이탈리아 방송 해설가의 '촛불'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남한은 대단한 나라입니다. 그들은 폭력 한 번 없이 나라의 부정부패한 최고 지도층들을 끌어내렸죠. 바로 저 촛불로 말이죠. 언젠가 그들은 촛불의 힘으로 이곳에 같이 있는 그들의 동포인 북한과 전쟁 없이 평화롭게 하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많은 '촛불시민'들이 이 말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일회성 감동으로 끝내선 안 된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인권과 사랑이라는 단어조차 모른 채 신음하며 죽지 못해 살아가는 2천만 북한 동포들을 위해 촛불을 들어야 한다.
1년 전 추위를 이기고 아이들까지 함께하며 '민주주의의 산 교육'을 시켰던 1천만 촛불시민들이, 주말마다 광화문에 모여 죄 없이 감옥에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나서기만 한다면, 평화로운 통일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핵무기도 폐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