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남가주한인목사회에 이어 오렌지카운티기독교교회협의회까지 올 회기 수석부회장이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남가주교협은 수석부회장 출마자가 아예 없었고 남가주목사회는 1명이 출마했지만 정관이 규정하는 자격에 미달됐으며 OC교협은 공천받은 후보자가 사퇴했다.

이로써 남가주 교계 주요 단체들의 2018년 사역은 그 시작부터 상당한 에너지를 수석부회장 선출에 쏟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선출 방식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세 단체 모두 수석부회장이 차기 회장에 취임하기 때문에 수석부회장이 없다는 말은 단순히 현 회장을 도울 사람이 없다는 것뿐 아니라 차기 회장 선출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단체가 추진하는 사역의 연속성 및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음을 뜻한다.

남가주 교계 단체들에 일꾼이 없는 현상은 그 원인이 몇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는 대부분의 ‘일’이 회장과 그가 시무하는 교회에 집중되기 때문에, 현직 목회자의 경우 ‘2군데에서 목회하는 것’같은 과중한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민목회를 성실히 하는 사람이 연합 단체에서 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온다. 교계 단체가 교회와 목회자의 연합체가 아니라 소위 ‘목회는 없는 정치판’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까지는 여러 중견 목회자들이 교계를 섬기는 일에 자신을 기꺼이 희생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들이 다 한 번씩 회장을 역임한 후, 그 뒤를 이을 사람이 없는 것이 진짜 문제다. 차세대 목회자들이 연합 단체에 참여를 꺼리는 이유로는 개교회주의, 이민목회의 척박한 현실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남가주 지역에서 연합 사역이 환영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교계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는 목회자들조차도 연합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표한다. 이들은 주로 목회자 간의 소그룹 모임, 교단 내 목회자들의 연합 사역, 지역 교회들 간의 연합 단기선교와 소규모 연합 행사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방법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2018년 연합 단체들은 수석부회장을 뽑는 것과 함께 변화하는 시대를 읽으며, 사역적·구조적인 면에서 철저한 자기 갱신을 시도해야 한다. 이른바 ‘보여주기’의 시대는 가고 연합의 열매가 저절로 ‘보여지는’ 사역이 아니고서는 교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더 이상의 구태의연(舊態依然)이 남가주 교계에 통하지 않음을 확인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