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오늘 아침은 온도가 상당히 떨어진 것을 느낍니다. 가을이 온 것이 분명합니다. 가을이 오면 저는 왠지 깊은 고독 속으로 들어가곤 합니다.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며칠 동안 “고독”이라는 단어가 제 뇌리를 스쳐갔습니다. 또한 “고독”이라는 단어가 제 마음에 머물렀습니다. 문득 고독하신 예수님이 떠올랐습니다. 고독한 가운데 기도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며 고독한 기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외로움을 잘 탑니다. 제 기질과 성향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로워합니다. 외로움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외로움을 환영하면 외로움도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외로움을 넘어 고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고독은 “홀로 있음”입니다. 고독은 내적 고요함입니다. 마치 폭풍의 눈과 같은 고요함입니다. 폭풍이 거세게 몰아쳐도 폭풍의 눈은 고요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삶의 환경은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독 속으로 들어가면 고요함이 조용히 우리를 기다립니다. 고요함은 평강입니다.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무거운 짐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문제가 있고, 여전히 무거운 짐이 있지만 깊은 고독 속에 들어가면 평강의 세계가 열립니다. 저는 가끔 그 고독 속에 들어가 잠시 쉼을 얻은 후에 나오곤 합니다.

고독은 그냥 홀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홀로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 홀로 머무는 것을 의미합니다. 홀로 있음은 신비로운 만남입니다. 홀로 있을 때 하나님을 만납니다. 홀로 있을 때 하나님의 말씀을 만납니다. 또한 홀로 있을 때 진정한 제 자신과 만납니다. 사실 가장 대면하고 싶지 않은 대상 중의 하나가 제 자신입니다. 자신을 진실하게 대면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토록 연약한 나, 그토록 염려하는 나, 그토록 두려워 하는 나, 그토록 수줍어 하는 나를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가면을 다 벗고 자신을 만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참된 자유를 경험하는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고독한 기도의 시간에 저는 연약한 제 자신을 데리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가 하나님의 크신 긍휼을 구합니다.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구합니다(히4:16). 하나님은 고요한 시간에 고요한 음성으로 제게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음성은 대부분 격려와 위로의 음성입니다. 때로 책망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하나님은 사랑스러운 팔로 연약한 저를 꼭 껴안아 주시곤 합니다.

저는 고독한 날이면 책을 읽습니다. 책을 열면 인생이 열립니다. 책을 열면 오래된 스승을 만나게 됩니다. 책은 우리에게 소중한 만남을 제공해 줍니다. 책을 쓴 저자와의 만남은 놀라운 만남입니다. 우리는 시대와 역사와 공간을 초월해서 책의 저자와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을 열면 길이 보입니다. 책 속에 길이 있습니다. 책은 길을 보여주고, 길을 열어줍니다. 길은 해결책입니다. 길이 보인다는 것은 고민하고 있는 해결책이 보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책은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을 다양한 차원에서 보게 해 줍니다. 책을 통해 다양한 인물들을 만납니다.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다 보면 우리가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책은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책 맛을 아는 사람은 책을 가까이 합니다. 책 맛은 깨달음의 맛입니다. 책 중의 책은 성경입니다. 성경을 사랑했던 다윗은 하나님의 말씀을 송이 꿀처럼 달다고 고백했습니다(시 19:10). 가을에는 책을 가까이 하시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의 몸을 만들 듯이,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를 만듭니다. 고독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마십시오. 고독을 기도의 기회로 삼으십시오. 고독을 깊이 읽는 책을 읽는 기회로 삼으십시오. 그때 고독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하나님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