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팀이 아이티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정 광 선교사님과 하명진선교사님이 계십니다. 정선교사님(Scott Jung)은 아이티에 단기선교를 왔다가 어느 날,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길거리에 앉아서 죽은 시신을 목격하게 됩니다. 혹시 자신이 잘 못 보았는가 싶어서, 돌아가서 다시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충격적인 장면을 미국에 돌아가서도 잊지 못했습니다. 몇 년 후 미국 산호세 임마누엘 장로교회에서 파송받아 아이티 선교사로 오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모이>라는 지역에서,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문명의 혜택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 선교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아직 산호세에 살기에 두 남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부가 함께 선교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명진선교사님은 미국에서 의사로서의 40년 삶을 광야생활이었다고 표현합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을 다닐 때, 하나님을 위해 살겠다는 서원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그 거룩한 부담감을 광야생활 동안 늘 무겁게 안고 살다가, 65세 은퇴하자 곧바로 아이티 선교사로 와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뉴욕에서 의사로서의 삶을 살다가 은퇴했으니 이제 좀 쉬면서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하명진, 노혜영 부부는 그러한 달콤한 삶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에어컨도 없어서 밤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선교팀에게 김승돈선교사님 외에도 이렇게 훌륭한 분들을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저는 이 분들과 지내면서 과연 무엇이 이 분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그리고 자신의 삶 전부를 드리게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커다란 사고를 겪거나, 암 등의 어려운 병마를 겪고 나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수 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끝나면 안 되겠다고, 뭔가 의미 있고 보람있는 삶을 살다가 하나님께 돌아가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이 분들께도 이런 사건들이 있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하루 하루를 살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어떻게 하면 내가 하나님께 받은 새 생명과 영원한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면서 살 수 있을지 고민했을 것입니다.
교회 다니는 분들 중에는 하나님을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고,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십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로 결심하기가 대단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다가 가야 할지 주님은 결정하셨습니다. "예수께서 하늘에 올라가실 날이 다 되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가시기로 마음을 굳히시고."(눅9:51) 대접받으며 살고 싶은 욕망과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섬기면서 사는 삶,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여행도 즐기고 잠시 영화를 누리는 삶과 가난한 나라에 선교사로 가서 매일 땀을 흘리는 삶, 이런 두 가지의 길에서 선택의 기준은 하나님과의 관계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구했을 것입니다. 주님은 나를 구원하기 위해 전부를 주셨는데, 나는 1년 52주 가운데 한 주간조차도 드리기를 꺼려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성공을 원하고 지금보다 조금만 더 높아지기를 원하는데, 주님은 창조주의 자리에서 내려와 죄인, 사형수의 자리까지 내려가셨습니다. 나 때문에,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직도 전부를 드리기는커녕, 헌금이나 시간의 일부를 헌신하는 것조차 부담을 느끼는 제 자신을 비춰볼 때마다 부끄럽습니다. 언제쯤 주님을 나의 전부라고 고백할 수 있을까요?
[이기범 목사]하나님은 전부인가, 일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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