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추방을 당하면 어쩌나...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카톡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던 라오스의 정 선교사님이 '피식' 웃으며 한 말입니다. 이제까지는 추방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역을 해왔는데, 요즘엔 자꾸 '이러다 추방을 당하지나 않을까'하는 염려가 든다는 것입니다. 사역이 점점 외부에 드러나고 있는 상황때문에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만, 말의 골자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라오스에서 이룬 것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것들을 잃어버리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염려가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 선교사님은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을 한 케이스였습니다. 지금도 절대로 형편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 선교사님이 라오스로 떠날 당시는 정말 변변히 돕겠다고 나선 교회나 개인 후원자가 없던 때였습니다. 정말 하나님만 믿고 섬기던 교회를 사임했고, 정말 하나님만 의지하여 라오스로 향했습니다. 그야말로 자비량 선교사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라오스에 도착한 후에도, 그가 경험했던 것은 그런 그를 위로하시고 도우시는 하나님의 세밀한 손길이 아니었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자신에게 라오스를 소개했던 지인에게 오히려 사기를 당하는 어려움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언젠가 이렇게 회고했던 적이 있습니다. "온통 거미줄과 도마뱀이 그득한 집에서 며칠을 울었는지 모릅니다. 성도들의 기도를 받고 온 사람이 돌아갈 수도 없고..." 정 선교사님의 라오스 선교는 그렇게 아무 것도 없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저를 시기하는 말들도 종종 들리니 제가 잘나가나 봅니다..." 외국인이 내국인에게 교육하는 일 자체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라오스에서, 사실 선교는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선교의 열매들은 종종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라오스 루앙프라방만 해도 7명의 한국 선교사들이 거주하고 있고, 또 나름대로 선교의 기회를 얻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지만, 그런 법적인 이유 때문에 대부분이 간접적인 선교활동에 그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몸도 불편하고 교단적인 지원도 없는 정 선교사님의 사역을 통해 현지 문화센터가 열리고 고아학교가 열리는 것을 보면서 이런 저런 시기의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시기한다는 것은, 모르긴 해도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부러워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래서 정 선교사님이 이런 고백을 했던 것입니다. "요즘은 추방을 당하면 어쩌나...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땀 흘린 만큼 애착이 가는 것이 있습니다. 애를 쓴 만큼 자랑스러운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고전 15:10에서 그런 마음들과 이렇게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많은 사역의 열매들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넘치는 삶의 열매들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 열매들이 우리의 사역을 두려움에 묶어버리는 장애물이 아니라, 계속해서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전진해 나갈 수 있는 그런 동력이 될 수 있기를 더욱 바랍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원주민 예배를 시작하는 정 선교사님을 응원하고 축복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