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란 무엇인가
한병수 | 복있는사람 | 488쪽 | 23,000원
신학의 기원과 본질과 특징을 볼 때 참된 신학이 있고 거짓 신학이 존재한다. 참된 신학은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이듯, 신학 또한 하나님의 영광을 지향한다. 이 신학은 하나님의 목적을 드러내어 인간을 비롯한 피조물들을 구원에 이르게 하고 교회와 사회를 건강하게 한다.
반대로 거짓 신학은 사람을 물 없는 웅덩이로 인도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며, 인류의 도덕적 정신적 타락의 은밀한 원흉이다. 전자는 성경에서 말하는 총체적 구원을 풍성하게 드러내지만, 후자는 죽음에 이르는 질병이다.
신학의 역사를 볼 때, 참된 신학과 거짓 신학은 역사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자는 하나님에게 그 기원을 두고 성경에서 말하는 내용을 따라 그 조직과 체계와 의미를 반영하여 교회와 사회를 이롭게 하는 역사를 살피면 될 것이다. 후자는 인간의 타락한 본성을 따르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사교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흐름을 짚으면 될 것이다. 또 이 두 신학은 그 열매와 결과를 통해서도 충분히 구분되는데, 전자가 투명과 거룩과 영광과 헌신과 자기부정이라면 후자는 비방과 혼란과 미혹과 유혹과 분쟁과 자기번영 등으로 나뉘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기독교는 어떤 모습일까? 하나님이 존재하시고 실재하시니 그 하나님을 충분히 보여주며,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이 계신다고 선포만 하지 하나님이 없는 것 같은 포장된 기독교는 아닌가?
또한 기독교는 하나님께 돌아가는 유일한 생명의 길이고 인생의 진리라는 것을 보여주는가? 아니면 고등종교처럼 도덕적 윤리적 정치적 수준에서 세상의 요구를 들어주는 정도의 기독교는 아닌가? 더 심하게는 인간 중심적인 생각으로 가득하거나 이단성이 짙은 무속적인 기독교는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종교개혁의 정신은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무엇으로 무엇을 개혁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는 세상의 빛이고 소망이라 굳게 믿고 있는데, 과연 그런 구원과 회복의 대명사인지 의심된다.
하나님의 존재와 예수의 신성과 인간의 원죄를 부정하는 저항의 물결은 더욱 거세지고 하나님과 말씀을 이용하는 세력들도 많아지는데, 기독교가 지혜와 사랑의 합당한 반응과 분별력을 가지고 바른 진리를 세워가고 있는지 살피게 된다. 더구나 기독교가 세상으로부터 조롱과 비난을 받는 현실에서, 기독교는 본질과 체계와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
이렇듯 기독교가 세상에서 일반종교와 무속신앙과 이단성 짙은 모습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실에 과연 기독교가 무엇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현재 기독교가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진단하고 그동안 자신이 공부해 온 역사적 개혁주의에 신앙에 입각하여 기독교의 진리를 설명한다. 사도들의 신학, 어거스틴과 칼빈, 폴라누스와 바빙크, 김영규와 리차드 멀러 등 그의 신학과 사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분들의 신학을 수용하여, 그가 직접 작성하고 가르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은 총 7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기독교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고, 2부는 '성경이란 무엇인가', 3부는 '하나님은 누구신가', 4부는 '하나님이 행하신 일은 무엇인가', 5부는 '인간은 누구이며 그리스도 예수는 누구신가', 6부는 '이제 나는 누구인가', 7부는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각 챕터는 성경의 근거를 두고 대표적인 신학자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자신의 논지를 펼쳐간다. 책에서 각주는 거의 없고 필요하면 텍스트 안에서 인용하며, 자신이 녹여낸 진리와 열매들을 논리적인 언어와 시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풍성하게 기독교를 설명한다.
본 글에서 필자는 각 챕터를 요약하지는 않고, 책의 특징을 설명하며 책의 장점 및 기여하는 바를 적도록 하겠다. 우선 이 책은 하나님을 의존하는 믿음을 사모하게 하는데, 필자 또한 그런 소원을 품었다.
저자는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지식을 강조하고 인생의 목적과 행복은 바로 이 하나님을 믿고 아는 것이라 힘주어 말한다. 실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고 우리 인생 전체와 연결되어 있는 실천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우리의 믿음을 더욱 강화하고 견고하게 한다.
신자는 이 땅에서 사탄의 무자비한 공격을 당할 때 자신의 지혜와 경험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굳게 믿음으로 이겨낼 수 있다. 또한 인생의 여러 시련 앞에서도 주님을 신뢰함으로 극복할 수 있다. 사탄은 거짓말쟁이고 속이고 이용하지만, 하나님은 거룩하고 불변하며 영원하시다. 안개꽃처럼 사라질 인생이 유일하게 붙잡아야 할 분은 오직 하나님이다.
인간이 산소에 의존하고 지구의 중력과 온도에 의존하듯 인간은 본성상 세상을 의존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거부하며 끝까지 최고의 선이신 하나님을 절대 신뢰하는 것이 최고의 복이며 최고의 영광이라고 녹여낸다.
두 번째, 저자는 하나님의 주권을 높인다. 땅에 일어나는 비극과 죽음과 슬픔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주인되시고 당신의 뜻과 구원을 이루어 가신다. 하나님은 인간의 죄와 사탄의 술수와 정사와 권세들이 이 땅을 훼방하고 파괴해도 자신의 사랑과 계획을 포기하지 않으신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만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움직이시고, 세상의 권세들이 역사를 주도해 가는 것 같지만 하나님은 이 모든 것들을 운행하시는 주관자이시다. 어둠과 환란과 고난의 풀무불이더라도 거기에는 신적인 깊은 의도가 있으며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를 벗어날 수 없다.
이번 대통령 당선과 5·18 기념식을 보더라도, 이런 역사의 굴곡과 질곡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깊은 뜻을 발견할 수 있다. 비록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 기득권의 견제로 당선되지 못했지만, 그것은 지금의 때를 위한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한 손으로 보시는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여진다.
1980년에 일어났던 민주화운동은 민족사에 없었어야 될 비극적인 일이지만, 이것을 통해 국민의 존엄과 생명의 경외를 깨닫고 국가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배우는 기회가 된다. 이렇듯 어떤 슬픔과 재앙이더라도 인생은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를 벗어날 없다.
셋째, 저자는 예정에 있어 균형적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그가 택하신 백성에게 영생을 주시는 것이고, 이것은 정의이다. 이 정의는 세상적 정의가 아니고 수학적 공식도 아니며,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예수님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고, 성경은 믿기로 작정된 자만 믿게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의 본성과 부딪히고 하나님을 편협하게 만드는 것은 같은 이런 주제들은 인간이 포기하거나 인간의 생각이 존중되는 방향을 선택하는데, 그것은 성숙의 기회를 버리는 것이고 하나님을 오해하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저자는 또한 인간은 하나님이 예정하신 사람을 식별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사도 바울은 교회를 잔멸하는 자였으나 교회를 세우는 자가 되고, 스데반은 죽으면서 자신을 돌로 치는 자를 향해 저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는 기도를 드리는데, 이것은 하나님의 미리 택하심을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교리는 인간을 겸손하게 하고 하나님의 정의를 배우며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한다. 또한 이 구원에 있어 인간은 아무것도 보탬이 되는 것이 없고 전적인 선택과 긍휼만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교회에 대해 풍성하게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교회에 대해 서술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많은 감동이 되었다. 역사학자이지만 조직신학과 성경신학에서 말하는 교회가 설교식으로 깊이 있게, 그리고 실천적으로 풀어졌다.
저자는 오늘날 교회가 현대화란 이름으로 세상과 똑같아지고 시류에 편승하며 변질되고 있다 진단하고,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사회가 교회에 대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세상적 방식으로 이끌어 주기를 원하는데, 그들의 질문과 원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교회 또한 영원 속에서 신적 예정에 기초하고 삼위 하나님의 사역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비가시적 교회, 즉 보편교회가 얼마나 영광스럽고 거룩하며 그리스도의 보혈로 연결되어 있는지 풍성하게 보여주고, 가시적 교회 즉 지역교회도 삼위 하나님의 보호 가운데 진리가 역사하는 곳이고 구원의 일들이 일어나며, 그리스도께서 머리가 되셔서 다스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교회의 비유들을 통해 그리스도와 교회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결론으로 신학이 약해지고 무분별해 보이는 시대에 사도들과 교부들 그리고 종교개혁자와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의 흐름을 이어가는 이 책은, 기독교의 근본과 사상을 녹여낸 작품이요 기초적인 신학 교과서다. 그리고 이 속에 담겨 있는 주제들은 성경의 핵심을 보여주고 결코 기독교가 세속적이지 않고 편협하지 않고 생명이고 능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에서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 타락한 모습의 기독교와 교회가 이 진리를 굳게 붙들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교회는 진리를 선포해야 되지만 변증도 해야 한다. 소망의 이유를 묻는 이들에게 충분히 그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하고 복음의 풍성함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인격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
그래서 이 책은 기독교를 변증하고 설명하고 선포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성경과 하나님과 인간과 그리스도와 교회로 이어지는 이 진리의 보고가 교회와 성도에게 유익하리라 여겨진다. 저자의 시인을 연상케 하는 단어로 풀어지는 진리가 우리의 생각을 깊게 하는데 이 여정에 동참하여 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맛보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바빙크의 말처럼 신학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이고 동시에 진보적이다. 보수적이라 함은 사도와 선지자들과 종교개혁자들과 정통주의 신학자들이 강조하는 신학을 지켜가는 것이라 하겠다. 진보적이라 함은 우리 시대의 부름과 사명에 합당한 신학을 펼쳐가는 것이라 하겠다.
이 책은 두 가지를 다 보여주고 있다. 위대한 스승들의 신학을 바탕으로 역사적 신앙의 맥을 이어가고, 이 신학의 터 위에 사회와 소통하며 현실적인 적용을 성경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기독교에 대한 오해가 풀어지고 기독교의 본질이 잘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열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