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각 국가를 이끄는 리더들의 나이가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얼마전 39살이라는 나이에 프랑스의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을 보면, 그야 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듯 보인다.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40살에,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는 43살에 총리가 됐다. 퇴임한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 전 취임 당시 나이가 47세였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런 젊은 대통령은 없었다. 1953년생인 문재인 대통령의 나이는 올해 만 64세다. 역대 대통령 중에선 취임 당시 55세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가장 이른 나이에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이번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비교적 젊은 이들이 선거에 뛰어들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에 '젊은 피'를 과감하게 기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계는 어떨까? 주요 교단 총회장의 면면을 보면 아직 '젊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장로교의 경우 예장 합동 총회장 김선규 목사가 71세, 예장 통합 총회장 이성희 목사가 69세, 기장 총회장 권오륜 목사가 그나마 젊은 62세다. 기감 감독회장인 전명구 목사는 63세, 기성 총회장 여성삼 목사는 68세다.
예장 합동은 아예 법으로 부총회장에 입후보할 수 있는 나이를 60세로 못 박고 있다. 합동 측은 지난 2010년 제95회 정기총회에서 '글로벌 시대 교단 경쟁령 강화' '미래지향적 리더십 발휘' 등을 이유로 한때 이 나이 제한을 없애기도 했다. 그래서 이듬해 제96회 정기총회에서 당시 50세였던 정준모 목사가 사상 처음으로 총회장에 당선됐으나, 합동 측은 이 총회에서 불과 1년 만에 해당 규정을 다시 살렸다.
하지만 개별 교회들에선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교회인 온누리교회는 지난 2011년 당시 43세였던 이재훈 목사를 故 하용조 목사의 후임으로 청빙해 교계를 놀라게 했다. 부산의 대형교회 중 하나인 호산나교회도 40세였던 홍민기 목사를, 지구촌교회는 45세였던 진재혁 목사를 각각 청빙했다. 보수성이 강한 교계 분위기에서 '40대 담임목사'는 이전과 다른 신선함이었다. 미국 한인교회 중에선 최근 동양선교교회가 30대인 김지훈 목사(39)를 청빙하기도 했으며, LA 지역 최대 한인교회인 나성영락교회 역시 얼마 전 41세인 박은성 목사를 담임으로 세웠다. 목사가 되기 위해 안수를 받는 이들의 평균 연령도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장로의 경우 목사와 달리 여전히 '나이 장벽'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교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나 대개 50대 중·후반이나 60대에 장로가 된다. 물론 법적으로는 이보다 이른 나이에도 가능하다. 예장 합동은 만 35세, 예장 통합은 만 40세를 장로가 될 수 있는 최소 나이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로의 자격으로 '연륜'과 그에 따른 '경험'을 중시하는 교회의 일반적인 정서상 이 나이 대에 장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총회장 입후보자의 나이 제한 규정을 한때나마 폐지한 적이 있던 예장 합동조차, '만 60세 이상'이라는 장로부총회장 자격만큼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애거나 낮춘 적이 없다. 이 역시 "연륜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교회에서 청년들의 숫자가 줄고 있고, 이로 인해 '고령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이제 거의 보편화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교회를 보다 젊고 역동적으로 바꾸기 위한 일환으로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청년사역포럼 안정민 간사는 "대부분 60대의 장로들이 많은 결정권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교회 현실에서, 청년 사역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간혹 막막할 때가 있다"고 했다.
반면, 삼일교회(담임 송태근 목사) 부교역자인 우상현 목사는 "젊은 리더십이 꼭 필요한 교회도 있겠지만, 나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교회도 있을 것"이라며 "나이가 많아도 인격이 훌륭한 분이라면 얼마든지 젊은이들을 보듬고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풍부한 경험과 지혜라는 장점도 갖고 있다. 나이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