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뱅은 하나님의 통치영역을 단순히 '영적 정부'인 교회에만 국한하지 않고, 국가, 역사, 사회, 인간 공동체 일반의 인류 역사 전체를 포함시켰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창조자, 유지자, 통치자, 구속자로서 모든 피조물과 그들의 모든 행위에 주권을 행사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교리가 그의 다른 모든 교리의 기초와 토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칼뱅에 의하면, 하나님은 자연을 초월하여 이 자연을 통치하고 계십니다. 즉 초월해 계시는 것만이 아니라 통치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자연을 통치하신다는 것은 인간과 모든 사회 가운데 섭리하시는 것을 포함 합니다. 그것을 <기독교 강요> 제1권에서는 '악한 자를 벌하시고, 선한 자에게는 자비를 베푸시는 것'으로 언급하였습니다. 따라서 칼뱅은 세속 국가의 영역에까지 그리스도의 적극적인 통치 영역으로 보았습니다.
그에 의하면, 세속 정부는 두 가지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참된 종교를 보호하고 하나님의 의를 증진시키는 것입니다. 둘째는 백성의 안전과 평화를 보호하고 사회복지를 도모하고 증신시키는 것입니다. 때문에 칼뱅은 세속 통치자들은 십계명의 두 번째 돌판에 대해서뿐 아니라 첫 번째 돌판에 대해서도 책무가 있다고 <기독교 강요> 제3권에서 주장합니다.
칼뱅에 의하면, 통치자들은 하나님께로부터 명령을 받고 신적 권위를 부여 받은 하나님의 대표자들입니다. 이들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심판하며 세상을 통치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통치는 공직자들의 법의 제정, 공평무사한 판결 등을 통하여 실현됩니다. 그러므로 공직자들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심판하며, 세상을 통치하며,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정치의 시녀 노릇하며, 권세자들의 부정과 부패를 옹호하고, 은폐하며, 문제를 최소화(?)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스도교의 신앙심을 이용하여 집단행동을 일삼는 잘못된 한국교회의 폐습과 그리스도교 공직자들의 모습은 성경과 신학 어느 곳에서도 지지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칼뱅은 이 세상 역사 안에서 또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성화의 삶을 살아감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그리스도의 뜻을 이 세상에 실현할 것을 주장합니다.
이러한 칼뱅의 '그리스도 주권론'은 개혁교회의 전통으로 전해졌으며, 19세기 화란 개혁주의 신학자인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 주권론'과 20세기 대표적인 개혁교회 신학자 칼 바르트의 '바르멘 선언'을 통하여 다시 한 번 재천명되었습니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그의 영역주권론에서 그리스도는 모든 정사와 권세의 머리이시므로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가 왕이 되어야 할 것을 외쳤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왕권 아래 모든 정치와 경제, 과학, 교육, 문화를 두었고,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정치, 경제, 과학, 교육, 문화의 전 영역에서 파악하고 이를 가르쳤습니다.
바르트의 '바르멘 선언' 또한 그리스도의 주권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으므로, 그리스도인은 예수를 뒤따르는 제자로서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자신의 책임성을 인식해야 함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개혁교회 전통의 '그리스도 주권론'은 '문화변혁과 역사 책임적 신학'의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칼뱅의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이해로서 몰트만은 칼뱅과 그 전통을 이어받은 개혁교회의 두 왕국론을 '그리스도의 주권설'로 파악하고 그리스도 공동체와 시민 공동체의 관계를 설명하였습니다.
즉, 모든 피조물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로서 그를 따르는 그리스도 공동체는 말씀, 기도, 순종을 통하여 인권, 시민의 자유, 약자의 보호 등의 성경적 가르침을 실현, 이 땅 위에 그리스도의 명령을 성취함으로써 이 땅 위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실현해 가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한국의 기독교는 정교분리(1901)의 부득이한 상황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특수한 상황은 이미 오래 전 과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교회와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정치와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내세적 천국만이 아니라 현세적 하나님의 소명과 책임을 감당해 나가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주인 되심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강도헌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자, 제자삼는교회 담임,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