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이 3.1절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약 2만명의 교인들이 운집한 가운데 '3.1만세운동 구국기도회'(이하 구국기도회)를 공동으로 개최한다. 이 기도회는 최근 혼란한 시국에서, 기독교가 앞장서 나라의 안보와 정국의 안정을 위해 기도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런데 이날 기도회 전후로, 그 일대에서는 '태극기집회'가 예고돼 있는 상태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에 따르면, 태극기집회는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중심으로 동·남쪽 약 4.8km를 집회 장소로 사용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참여 예상 인원을 약 5백만 명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날 오전부터 사람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구국기도회는 사실상 태극기집회와 동시에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미 일부 보수 언론은 이날 구국기도회를 태극기집회 '1부'라고 보도하고 있다. 구국기도회 참석자들 역시 기도회 후 자연스럽게 태극기집회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14차례 이 일대에서 태극기집회가 열리는 동안 많은 기독교인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기총을 비롯한 기독교계 대표적 단체와 교회는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었다.
이에 교계 안팎에서 이번 구국기도회를 주목하고 있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손을 잡고 개최하는 이번 구국기도회를 계기로, 그 동안 시국과 관련해 다소 소극적 모습을 보였던 보수 교계가 본격적으로 '구국' 에 대한 기치를 들고 결집할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교계 한 관계자는 "물론 구국기도회 주최 측이 태극기집회와는 선을 긋고 있지만, 그 시기와 장소 등이 갖는 의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한기총과 한교연 등 교계 대표 연합기관이 시국과 관련해 보수적 목소리를 내준다면, 지금까지 의견을 표출하지 않았던 이른바 기독교계의 '샤이 보수'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독교가 중심이 돼 3.1운동이 일어났을 만큼, 기독교는 고비마다 나라를 구하는 구국의 정신으로 우리나라를 지탱해 왔다"며 "최순실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또한 그 이면에는 지나치게 경도된 여론을 걱정하며 나라의 안보와 미래를 염려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기독교가 있다. 98주년을 맞는 이번 3.1절을 계기로 그와 같은 기독교의 구국정신이 다시 한 번 발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구국기도회는 1부 식전행사(오전 11시~정오), 2부 국민의례 및 대회사(정오~오후 12시 30분), 3부 구국기도회(오후 12시 30분~2시)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설교는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이, 축사는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이 각각 전한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3.1절은 기독교 지도자를 중심으로 전 교회가 하나되어 만세 운동을 벌인 날"이라며 "특히 올해 3.1절은 사순절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혼란 속에 있는데,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모여서 함께 기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서영 대표회장은 "3.1절 만세 운동의 중심에 기독교가 있었다. 지금도 나라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이에 기독교가 어느 특정 편에 서지 않고 중간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어려움을 놓고 간절히 기도하고자 이번 구국기도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했다.